폭염이 계속 되는 여름, 라이딩 중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라이딩이 끝난 후 땀투성이의 몸을 깨끗한 물로 씻고, 옷은 세탁기에 넣어야 하니 몸이 젖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전거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지저분한 몰골의 자전거는 직접 세차하지 않는 이상 깨끗하게 만들 도리가 없다.
비온 다음날 자전거도로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깔끔한 유니폼을 차려입은 멋쟁이 라이더들. 그러나 자전거는 비 맞은 흔적으로 얼룩져 있고 체인은 더러워진 기름으로 본래의 색상을 알아보기 어렵다면, 멋쟁이 신사가 지저분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옷과 헬멧처럼 몸에 걸치는 장비 뿐 아니라 자전거의 상태와 세차에도 신경 써야 진짜 멋쟁이 라이더 아닐까?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자동차를 직접 손세차하며 심신의 안정과 더불어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는 '손세차가 취미'인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자전거 역시 자동차와 마찬가지도 교통수단인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탈것이기도 하다. 내 손으로 직접 하는 자전거 관리도 자전거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되지 않을까?
비 맞은 자전거, 무엇부터 해야 할까?
자전거 세차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은 물을 뿌리면 소중한 자전거가 상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자전거의 금속으로 된 부분에 녹이 슬거나, 오일이 물에 씻겨나가 부품의 움직임이 뻑뻑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비를 맞은 자전거는 이미 한번 물에 젖고 표면의 오일이 씻겨나간 상태이며, 여기에 오염물까지 묻어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자전거 세차는 것은 자전거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고, 필요한 곳에 오일을 도포하고 자전거 프레임의 표면을 코팅하는 과정 전부를 의미한다.
자전거에 물이 묻은 직후 바로 녹이 슬어 고장이 나는 것은 아니니 더러워진 자전거에 먼저 물을 뿌리자. 비에 젖은 노면 위를 달렸다면 물과 함께 튄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자전거 구석구석에 끼는데 이 작은 이물질을 제거하기위한 과정이다. 가벼운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압으로 물을 뿌려 흐르는 물을 이용해 자전거 표면의 이물질을 씻어내는 것을 추천한다. 단 차량용 세차기의 너무 강한 수압은 표면 도장과 자전거 부품에 파손을 일으킬 수 있고, 실드로 보호된 베어링 내부까지 물이 침투할 수 있으니 사용에 주의하자. 자전거의 옆에서 물을 뿌리기보다는 위에서 아래로 물을 뿌려 표면에 붙은 이물질을 씻어 내리는 것이 좋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물을 뿌렸다. 아직 기름때가 표면에 남아 있지만 흙탕물 얼룩이 녹아내린 촉촉이 젖은 자전거를 보니 마음까지 개운해 지기 시작한다.
팀 스카이의 세차·정비 파트너 - 먹오프
이제부터 본격적인 세차에 들어간다. 자전거 표면의 기름때를 제거하고, 표면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를 위한 전문 세차·광택 용품이 있듯, 자전거에도 다양한 관리 용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번 세차에 사용할 제품은 바로 영국에서 온 먹오프(Muc-off)의 자전거 관리용품들. 솔직히 이번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영국의 ‘팀 스카이’가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에 끌렸다. 세차용 세제와 브러시, 스펀지부터 광택과 코팅을 위한 마무리용품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다. 더불어 이번 세차 역시 먹오프의 세차 가이드에 따라 진행했다. 세차의 마무리로 최근 먹오프가 ‘팀 스카이’를 위해 개발한 새로운 체인오일을 뿌려 테스트해볼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세제를 물에 풀어 거품을 내고 오염이 심한 부위에는 직접 세제를 뿌려 준다. 앞서 물을 뿌려 촉촉해진 자전거 표면을 스펀지를 이용하여 부드럽게 닦아 준다. 요령은 자전거의 최상단인 안장과 핸들바에서 시작하여 프레임과 휠을 닦은 다음 마지막에 기름때가 가장 심한 구동계 부품을 닦는 것이다. 짐작이 가겠지만 비교적 깨끗한 부위를 먼저 닦고 지저분한 부위를 나중에 닦음으로서 스펀지와 세제를 푼 물을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목욕을 하듯 흰 거품을 온몸에 두르고 있는 자전거를 보고 있자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안장과 핸들바 그리고 프레임과 휠을 세척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구석구석 빼놓지 않고 거품을 묻혀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제거품을 충분히 둘러주었다면 이제 가장 까다롭지만 세척 후 가장 만족도가 높은 부분인 구동계통 부품을 깨끗하게 만들 차례다.
가장 지저분하고 민감한 곳 - 체인, 스프라켓, 체인링
스프라켓(Sprocket)과 변속기의 풀리(Pully) 그리고 체인링(Chainring)은 체인(Chain)으로 연결되어 페달을 밟는 힘을 바퀴로 전달해 자전거를 움직이는 구동 부품들이다. 구동계 표면에는 부드러운 동작을 위해 윤활유가 묻어있는데, 이 부분은 외부의 먼지에 쉽게 오염되기 때문에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한 부품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어렵게 생각될 수 있지만, 이 구동계 부품을 청소하기 위한 전용 도구들이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의외로 어렵지 않다.
먹오프 8 in 1 킷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브러시들을 사용하면 촘촘한 톱니가 있는 스프라켓 사이의 찌든 때를 쉽게 닦아 낼 수 있다. 더욱 깔끔한 청소에 욕심이 난다면 세척용 티슈인 더티 워크 와입스(dirty Work wipes)로 구석구석 닦아주면 좋다.
자전거의 체인은 마치 대동맥과 같은 부위로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오일이 촉촉하게 묻어있는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체인이 지저분하고 뻑뻑하면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경쾌하게 앞으로 나가는 느낌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체인을 청소할 때는 세제를 묻힌 스펀지로 닦을 수도 있지만, 체인 전용 청소도구인 ‘체인 머신’을 사용하면 손에 기름때를 묻히지 않고도 새것같이 깨끗한 은빛 체인을 볼 수 있게 된다. 체인머신의 상단부를 열고 클리너를 채운 다음, 체인머신을 장착하고 크랭크를 역방향으로 돌려 체인을 움직이면 된다.
뒷변속기에 달린 두 개의 작은 톱니인 풀리, 크랭크에 장착된 기어판인 체인링도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 좋다. 만약 이 부위가 지저분하다면 체인을 타고 다른 부품도 이물질이 묻게 될 것이다. 이왕 세차하기로 마음을 먹은 날은 확실하게 깔끔한 자전거를 만들어 보자.
프레임의 체인스테이와 같은 부위는 구동계의 오일과 오염물질이 묻어 쉽게 더러워지는 대표적인 부위다. 특별히 지저분하다고 생각되는 부위가 눈에 띈다면 추가로 세제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오염을 제거한다.
기름때 제거와 세척제 도포가 완료되었다면 세차의 클라이맥스를 만끽할 차례다. 다시 한 번 물을 뿌려 자전거 표면의 세척제를 깔끔히 씻어 내린 후 마른 헝겊으로 자전거 표면의 물기를 말끔하게 닦아내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자전거를 말린다. 물기가 다 마른 자전거는 새것과 같은 자태를 뽐낸다.
먹오프는 세차 후 더러워진 손을 씻을 수 있는 ‘라이더 캐어’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먹오프 나노 그리트 핸드 클리너는 겔 상태의 세척제에 피부에 침투한 이물질을 확실히 닦아낼 수 있는 까끌까끌한 입자가 포함되어 손에 묻은 기름때가 지문 사이에 남지 않게끔 말끔하게 닦아준다.
자전거 관리의 화룡점점, 윤활과 코팅으로 마무리
자전거의 세척이 끝났으니 이제는 세차의 마무리를 할 차례다. 우선 구동부품에서 윤활유가 제거된 만큼 다시 보충해주어야 한다. 먹오프의 최신 윤활 제품인 팀 스카이 하이드로다이내믹(Team Sky Hydrodynamic) 체인 오일은 비 오는 날부터 장거리 라이딩에 이르는 다양한 환경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오일을 도포한 다음 UV라이트를 비춰보면 체인에 골고루 오일이 퍼져있는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 체인오일이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먹오프가 팀 스카이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위해 개발했고, 레이스에서 성능이 입증된 제품이다.
체인오일을 사용하기 전 잘 흔들어준 다음, 크랭크를 돌리며 체인의 각 링크에 오일이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도포하면 된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일은 팀 스카이의 상징컬러와 같은 하늘색이며 체인오일이 골고루 도포된 다음엔 색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후 체인 표면을 UV라이트로 비추어보면 체인에 오일이 도포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오일 도포 직후 체인이 회전할 때 주변에 오일이 튈 정도로 흥건하다면 약간 닦아내는 것이 좋다.
보통의 자전거 관리용품이라면 이 단계에서 세차가 끝나겠지만, 먹오프는 한 가지를 더 제공한다. 바로 코팅이다. 먹오프의 바이크 스프레이(Bike Spray)는 자전거의 표면에 부식방지 및 수분 분산효과를 지닌 막을 입히는 제품으로 브레이크 패드와 휠 표면을 제외한 모든 자전거 부위에 뿌려 표면에 막을 입혀주는 제품이다. 프레임에 발수 코팅을 입혀줌은 물론 스프라켓과 체인을 구동계에 뿌려도 안전한 제품이다.
사용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브레이크와 휠의 브레이크라인에 묻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자전거 전체에 스프레이를 뿌린 후 마르고 깨끗한 헝겊으로 닦아주면 끝이다. 먹오프의 설명에 의하면 P.T.F.E.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뛰어난 윤활성능을 보여주면서, 표면에 필름과 같은 막을 만들어 수분을 분산시키고 먼지와 흙이 달라붙지 못하게 한다. 자전거 전체를 보호하며 부식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내 자전거를 번쩍거리게 광을 내고 싶다면 미라클샤인(Miracle Shine)이 준비되어 있다. 부드러운 천에 미라클샤인을 조금 덜어 부드럽게 프레임 전체에 문지르듯 가볍게 발라주고 30~45초 이후 프레임 표면에 묻어있는 미라클샤인을 일정방향으로 문질러 주면 반짝반짝 광택이 흐르는 자전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환경까지 생각한 친환경 세차 용품5
세차에 이어 코팅과 광택작업까지 완료했다면 번쩍거리는 자전거의 모습에 마음이 뿌듯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씻겨 내려간 세제 거품이 흥건하다. 세차를 하면서 자전거는 깨끗하게 만들었지만 환경을 오염시킨 게 아닐까? 자전거 라이더라면 환경문제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먹오프의 모든 제품은 프레온가스, 솔벤트를 사용하지 않는 100% 생분해성 원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져 환경에는 무해하다고 한다. 세차 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마음까지 깨끗할 수 있는 제품인 셈이다.
말끔한 자전거는 보기도 좋다. 더불어 주기적인 청소는 부품의 수명을 늘려주고 이상 유무를 체크하며 라이딩 중 발생할 수 있는 고장도 사전에 방지해 준다. 남들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만이 자전거를 잘 타는 것은 아니다. 즐겁고 안전하게 즐기는 것이 자전거를 제대로 타는 길이다. 자전거 세차는 깔끔한 라이더를 만들어 줄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늘 완벽한 상태로 안전하게 ‘제대로’ 즐기기 위한 방법임을 기억하자.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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