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생애 첫 차가 고민될 나이다. 틈만 나면 여러 차들을 비교하게 된다. 멋진 스포츠카도 있고, 활동적인 SUV도 있지만 가장 접근하기 쉬운 건 경차다. 큰 차의 비싼 몸값은 어떻게든 낸다고 쳐도 보험료에 세금에 이런저런 유지비까지 계산해보니 결코 만만치 않다. 경차는 차 값이 저렴한 편인데다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진입장벽이 낮다. 게다가 이런저런 유지비도 적게 드니 일석이조다.

 

 

우리나라에서 고를 수 있는 경차는 딱 세 가지.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 그리고 한국지엠의 쉐보레 스파크다. 이중 박스형 차 레이를 제외하면 형태와 크기, 성능이 거의 같은 모닝과 스파크가 남는다. 둘은 라이벌이다. 비슷한 점이 꽤 많다.

그런데 조용하던 경차 시장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한국지엠이 쉐보레 스파크의 완전변경모델을 지난달 초 출시했고, 기아차는 이달 초에 상품성을 높인 ‘모닝 스포츠’를 내놓으며 맞섰다. ‘경차대전(輕車大戰)’의 시작이다.

 

필드엔 오직 둘 뿐, 누가 더 잘났나

 

 

경차를 타본 건 신형 스파크가 처음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 모닝 스포츠를 탈 기회가 생겼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완성도가 높다. 디자인은 주관적이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다부진 몸매에 반달 모양으로 반짝이는 주간주행등(DRL)과 새롭게 적용된 범퍼까지. 작지만 화려한 생김새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모닝은 스포츠 범퍼를 장착하며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개성을 강조했다. 프론트 범퍼의 널찍한 공기 흡입구와 에어커튼 스타일 가니쉬는 볼륨감 있는 앞모양을 만들어냈다. 뒷모양은 스포티하다. 트윈 머플러와 리어 디퓨저를 장착했다. 원형으로 통일감을 준 안개등과 후진등도 인상적이다. 형님인 쏘울과 닮은 구석이 있다.

 

 

반면 신형 스파크의 디자인은 무난함이다. 구형의 개성이 많이 퇴색된 탓에 새 차지만 신선함은 덜하다. 특히 주간주행등 디자인과 ‘ㄱ’자 모양의 리어램프가 모닝의 그것과 너무 비슷하다. 모닝의 장점을 벤치마킹 한 것 같다. 무난함 탓에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겠다. 주변의 구형 스파크 오너들도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 호 불호가 갈린다.
 

 

실내공간의 완성은 결국 디테일

 

 

모닝 스포츠의 문을 여니 정갈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튀지 않아 좋다. 의자는 몸을 확실히 감싸진 않지만 푹신했고, 오른쪽에 팔걸이도 있어 자세 잡기가 편했다. 공간은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머리나 어깨 공간이 넉넉했다.

 

제원을 찾아봤다. 모닝 스포츠의 길이x너비x높이는 3,595x1,595x1,485(mm)며, 신형 스파크도 길이x너비x높이가 3,595x1,595x1,475(mm)다. 모닝이 10mm 높다. 구형 스파크는 천장이 높은 편이었지만 신형은 훨씬 낮췄다. 이에 따라 시트 포지션도 함께 낮아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닝이 껑충 높은 건 아니다. 앉았을 땐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휠베이스는 두 차종 모두 2,385mm다.

 

 

이것저것 기능도 살펴봤다. 모닝은 처음 출시됐을 때 여성운전자를 염두에 둔 탓인지 감성을 자극하는 재주가 있다. 수납공간으로 쓸 수도 있고, 컵홀더로도 변신하는 회전식 컵홀더는 조작하는 맛이 있다. 운전석 햇빛가리개의 거울 조명은 한 번에 켜지는 게 아니라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차적으로 켜진다. 나름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스포츠 모델에선 알로이 페달을 장착해 멋을 냈다. 신형 스파크에선 볼 수 없던 것들이다.

 

 

그렇지만 모닝 스포츠의 순정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자동차와 연동이 좋다. 스크린의 터치감도 좋고, 그래픽도 깔끔해 보기 편했다.

스파크에는 애플 카플레이가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선 처음 선보이는 시스템이라 신선한 맛이 있다. 조작도 쉽고 애플 특유의 그래픽 디자인으로 시인성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아이폰5 이후 출시 모델을 쓰는 사람만 연결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기능이 한정적이어서 아직은 블루투스로 연결해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게 나아보인다. 신기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범용성’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안정적인 주행성능 돋보여

 

 

얼마 전 스파크를 탔을 때 생각보다 잘 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배기량의 한계 탓에 느긋하게 가속을 해야 했지만 주행성능이 좋게 느껴졌다. 처음 타보는 경차여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그래서 모닝에 대한 기대감은 꽤 컸다. 1위 경차 아니던가.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며 속력을 높였다. 시속 140km까진 무리 없이 가속할 수 있었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상당히 좋았다. 소음과 진동도 비교적 잘 걸러내 차분하고 조용했다.

 

 

다시 얘기하지만 두 차는 닮은 구석이 많다. 차 크기도 거의 비슷하고 이젠 생김새마저 닮고 있다. 배기량도 1.0리터급으로 제한되니 성능마저 비슷하다.

 

모닝 스포츠에는 최고출력 78마력(@6,200rpm), 최대토크 9.6kg·m(@3,500rpm)의 힘을 지닌 카파 1.0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4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린다. 신형 스파크에는 최고출력 75마력(@6,500rpm), 최대토크 9.7kg·m(@4,400rpm)의 성능을 발휘하는 1.0 SGE ECOTEC 엔진이 장착됐다. 변속기는 C-TECH 무단 자동이다.

 

모닝은 스파크보다 35kg이 무겁지만 최대토크를 낼 수 있는 엔진 회전수가 낮다. 차를 몰아보면 둘 다 꽤 잘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모닝은 4단 변속기다. 가속할 때 CVT보다 변속하는 ‘맛’이 좋고, 직결감도 더하다. 취향에 따라 부드러운 CVT를 선호할 수도 있지만 익숙한 데서 오는 편안함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서스펜션은 탄력 있다. 노면의 크고 작은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과속 방지턱을 강하게 통과해도 당황하지 않는다. 덕분에 체급 이상의 안락한 승차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엉덩이와 허리가 편안하다.

 

뒷좌석의 느낌은 어떨까. 모닝 스포츠는 앞좌석의 부드러움을 비교적 잘 이어갔지만, 신형 스파크는 단단하다 못해 딱딱했다. 불편했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두 차 모두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 세팅이다.

 

 

타이어는 모닝 스포츠에 175/50R15, 신형 스파크에 195/45R16 규격이 장착됐다. 스파크의 타이어가 폭이 넓어서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 강했다. 굽이진 도로에서도 조금 더 과감하게 돌아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모닝은 서스펜션이 조금 더 유연해서 타이어의 아쉬움을 상쇄했다.

 

 

 

스파크의 접지력이 좋은 만큼 연료 효율성은 모닝 스포츠가 좋다.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닝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5.2km(도심연비 리터당 13.8km, 고속도로연비 17.4km)고, 스파크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4.8km(도심연비 리터당 13.7km, 고속도로연비 16.5km)다. 연료탱크 크기는 모닝 35리터, 스파크가 32리터다.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때 모닝의 총주행거리가 더 길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 모닝

 

 

성능적인 면에선 모닝과 스파크 둘 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디자인, 디테일, 편의장비 등 그 이외의 것들에선 모닝의 완성도가 높았다. 모닝은 경차 1등이다. 지난 2011년부터 다져온 상품성이 이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신형 스파크에겐 신차 효과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경쟁력을 내세우기 힘들 만큼 강한 상대다.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기아차의 준비성은 그만큼 철두철미하다. 덕분에 새로운 것의 산뜻함보단 오랜 시간 진화를 거듭한 원숙미가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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