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두근거린다. AMG 서킷 데이가 열리는 날이다. 우리나라에 팔리는, 11대나 되는 ‘AMG’ 차종들을 서킷에서 모두 타볼 수 있는 행사다. AMG 라인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니! 행사 초청장을 받은 날부터 설렘이 시작됐다. 마치 소풍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추억의 장소다. 14년 전, 차를 좋아하던 지인들과 함께 '내 차'를 가지고 이곳에서 서킷 주행을 한 경험이 있다. 레이싱에 적합한 차는 아니었지만 '내 차'로 서킷을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 후 14년 만에 다시 용인 서킷에 가게 됐다.



그리고 벤츠 차종 중 이름에 ‘AMG’가 붙은 모델은 고성능 라인업이다. 벤츠 차의 출력만 높여놓은 게 아니라 엔진, 서스펜션, 변속기에 AMG 부품을 써서 겉모습만 비슷할 뿐 완전히 새로운 차라고 봐야 한다. 이런 차를 일반 도로가 아닌 서킷에서 타 볼 수 있다니, 흥분되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가슴 속에 묻어둔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랄까.


안전교육으로 시작한 서킷 데이



이 날 교육은 독일과 동남아시아에서 활동 중인 메르세데스-AMG 드라이빙 아카데미 강사들이 맡았다. 이런 행사에선 전문 강사의 설명과 안내를 귀담아 듣는 게 중요하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해수욕장에 도착해 준비운동도 없이 곧장 바다로 뛰어 들면 사고로 이어지듯 서킷도 마찬가지다. 차에 오르기 전 안전교육은 필수다.



올바른 시트 포지션은 기본 중 기본이다. 무릎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살짝 구부러지는 정도, 팔은 앞으로 뻗었을 때 스티어링 휠 윗부분이 손목에 닿을 정도가 이상적이다. 안전벨트는 당연히 매야 한다. 그리고 차에서 내릴 땐 주차 모드(P)에 놓아야 한다.

서킷을 무리지어 달리는 ‘그룹 드라이빙’에선 차와 차 사이의 거리가 중요하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지만, 멀어도 안 된다. 가까우면 추돌할 수 있고, 멀면 코스를 제대로 공략하기 어려워진다. 급한 마음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단다. 그래서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함께 달리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이런 행사에선 전문 강사들이 속도를 줄여야 하는 구간이나 코스 공략법을 무전으로 알려준다. 이 무전에 귀를 잘 기울이면 큰 탈 없이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다.


GLA 45 AMG를 타고 슬라럼 주행



행사는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속한 그룹은 슬라럼 주행 후 드래그 레이스와  서킷을 달리는 순서다.



핸들링과 제동력을 경험할 수 있는 슬라럼 코스에는 작고 강한 차들이 모여 있었다. A 45 AMG, CLA 45 AMG, GLA 45 AMG 중 GLA 45 AMG를 탔다. 이 차는 SUV로 구분된다. 그래서인지 A 45 AMG나 CLA 45 AMG에 비해 차가 높아 출발도 늦고 약간 굼뜬 것 같았다.



슬라럼 주행은 4개의 고깔을 S자로 빠져나온 후 급선회, 차선 변경과 급제동 코스로 이뤄졌다. 한 차에 두 명씩 한 조로 팀을 이뤄 연습을 한 다음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기록을 쟀다. 당연히 벌점도 있다. 놓여진 고깔을 쓰러뜨리면 3초 추가, 마지막 급제동 선 안에 멈추지 못하면 벌점 5초가 추가된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벌점을 받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기록에 따라 상품을 준다는 말에 이날 참가자들은 대체로 쉽게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연습 주행에선 잘 하다가도 기록을 잰다고 하니 긴장도 되고, 기록 욕심도 나서 성급하게 운전을 해버렸다. 속도 조절에 실패해 고깔을 쓰러뜨리고 마지막엔 정지선도 넘어 버렸다. 상품은 고사하고 부끄럽게도 꼴찌만 간신히 면한 정도. 어떤 운전자는 마음이 급했는지 쓰러뜨린 고깔을 차 밑에 끼운 채 달리기는 해프닝도 벌였다. 누가 다치거나 차가 망가지진 않아 다행이었다. 역시 운전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드래그 레이스와 급 브레이킹 체험



이번엔 드래그 레이스 체험이다. 두 대의 차가 동시에 출발해 정지선에 누가 먼저 정확히 멈추는지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동시에 체험하는 코스다. 어떤 차를 타도 급출발에선 온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빠른 모습을 보였다. 역시 AMG 다웠다.



하지만 급제동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가속도가 붙은 차를 정확한 선에 맞춰 세우기란 쉽지 않았다. 요령은 기왓장 격파하듯 브레이크 페달을 단번에 콱! 밟아야 한다는데 강사는 "페달이 부러질 정도로 밟으라"고 표현했다. "AMG니까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해봤다. 강하게, 세게 콱! 밟으니 차가 순식간에 멈춰 서버렸다.


드디어, 510마력의 AMG로 4.6km 서킷을 달리다



기다리던 서킷 주행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 1과 메르세데스-AMG C 63을 체험할 수 있는 그룹, 그리고 그 외 중대형 및 쿠페 그룹으로 구분했다.

강사는 '안전'을 여러 번 강조했다. 특히 “강사의 지시를 잘 따를 것, 'S+' 모드 이상은 사용하지 말 것, 'ESP'는 반드시 켜고 달릴 것”이라는 원칙을 전했다. 고성능 차를 타는 만큼 무리한 주행은 자제하라는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탄 차는 곧 출시 예정인 메르세데스-AMG C 63 S다. 510마력(5,500-6,250rpm), 최대토크 71.4kg.m의 폭발적인 힘을 내는 차다.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다. 가속페달에 발만 살짝 얹었을 뿐인데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이 으르렁거린다.

서킷에 진입해 페이스카 뒤에서 레코드 라인을 똑같이 따라 달렸다. 강력하지만 조용하다. 그리고 부드럽다. 속도계를 슬쩍 봤더니 순식간에 시속 140km를 넘어섰다. 코너 진입에선 안정감 있고 다부지게 자세를 유지했고, 빠져 나올 땐 순발력 있게 반응했다. 순식간에 한 바퀴가 끝났다. 아쉽게도 이 차의 성능을 제대로 느껴볼 순 없었다.



한 바퀴를 돌고 피트로 돌아와 차를 옮겨 탔다. 기대하던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 1'이다. 지난 서울 모터쇼에 국내 첫 선을 보였던 메르세데스-AMG GT의 한정판 모델이다. AMG를 대표하는 모델인 만큼 디자인과 성능은 '황홀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유선형 차체, 긴 보닛, 낮은 시트 포지션은 정통 스포츠카의 요소를 모두 계승한 모습이다.



게다가 달릴 때 등 너머로 들리는 우렁찬 배기 사운드는 혼을 쏙 빼 놓을 정도다. 패들 시프트로 엔진 회전수를 올릴 때마다 울리는 배기음에 온몸이 짜릿했다. 앞서 탄 AMG C 63 S보다 노면의 질감이나 엔진음, 배기음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차에서 내리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더 타고 싶었던 마음 때문만은 아닐 거다. 낮은 시트포지션 탓이다. 세단인 AMG C 63 S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GT는 낮은 시트 포지션과 긴 보닛으로 시야가 좁고 실내도 좁다.



13종에서 40종으로 AMG 늘린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게 이번 행사는 의미가 깊다. 이 회사는 그동안 AMG 판매가 꾸준히 성장해 왔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거라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 행사도 기자단과 기존 구매자, 이벤트 당첨자 등 약 1,000여명을 불러 모았다. 앞으로 40종까지 라인업을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좋은 차를 제대로 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건 자동차 마니아라면 큰 행복이다. 다양한 AMG 모델을 체험해 보는 건 무척 행복한 경험이자 큰 의미가 있었지만, 참여인원이 많아서 차의 성능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건 아쉬웠다. 앞으로 AMG 라인업을 3배로 늘린다니 AMG의 멋진 목소리를 들을 기회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글: 김진아 기자
사진 : 김진아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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