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 쾅!”

쏘나타와 쏘나타가 굉음을 일으키며 충돌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운 광경을 함께 지켜봤다. 현장에 마련된 커다란 모니터에서 충돌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나오자 사람들의 탄성도 함께 흘러나왔다. 테스트를 위해 희생된 쏘나타들을 향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8월22일, 인천 송도 현대차 스트리트 서킷에서 세계 최초로 ‘차대차(車對車)’ 야외 공개 충돌테스트를 실시했다. 비밀리에 기획된 이번 테스트는 쏘나타 탄생 30주년 기념 소비자 초청 자동차 영화시사회에서 깜짝 진행됐다.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 한다’는 논란의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회사가 치밀하게 준비한 행사였다. 300여명이 내수용 쏘나타와 수출용 쏘나타가 부딪치는 장면을 지켜봤다.



시험용 차는 현대차 아산 공장과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 2.0터보다. 회사가 선정한 두 명이 공장에 세워진 수많은 쏘나타 터보 중 한대씩 임의로 뽑았다. 이번 충돌 테스트 시연은 앞서 선택된 두 차에 더미인형을 태운 뒤 시속 56km로 정면충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한국신차안전도평가(KNCAP)에서 시행되는 정면 충돌테스트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충돌 대상이 콘크리트 벽이 아닌, 자동차라는 점이 다르다.

또 실내에서만 진행하던 충돌테스트가 실외에서 펼쳐졌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야외 충돌시험은 외부환경에 의한 변수가 크게 작용할 수 있기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꺼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공식을 깨면서까지 야외 충돌테스트를 진행했다.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초강수(超强手)를 둔 것이다.


내수와 수출의 대결, 과연 그 결과는?



차이는 없었다. 두 차는 파손 정도는 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에어백도 모두 펴졌고, 앞유리와 옆유리 사이 기둥인 A필러는 단단하게 실내를 보호했다. 문짝들도 문제없이 열렸다. 덕분에 더미의 부위별 상해 정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실내 안전도 평가에서 ‘우수’를 기록했다.

이날 충돌테스트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차가 초빙한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내수 역차별 논란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을 이번 충돌테스트가 입증했다”면서,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사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관람객은 “영화를 보러 왔는데 뜻밖의 이벤트가 펼쳐졌다”면서 “내가 구입한 차가 차별 없는 안전한 차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해 나갈 것”



이날 행사장을 찾은 현대차 곽진 부사장은 한껏 상기된 얼굴이었다. 도박에 가까웠던 야외 충돌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쳤다는 안도가 표정에 서려있었다. 또 행사에 대한 결과가 앞으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함께 드러나 있었다.

현대차 곽진 부사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간단히 얘기를 나눴다. 아래는 대화 내용.



Q.야외 충돌테스트가 잘 마무리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A.현대차에 입사한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감격스럽고, 자랑스럽고, 또 긴장되는 하루는 처음이다. 복잡미묘하다. 지금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Q.야외 충돌테스트를 기획한 계기는?

A.현대차가 소비자들로부터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컸다. 솔직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가 필요했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시도해야 했다. 그만큼 절박했다.



Q.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군가?

A.그동안 우리는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는 다양한 문제를 불러왔다. 내부적으로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어느 한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닌 회사 차원의 과감한 프로젝트였다.

Q.다음 이벤트는 무엇인가?

A.영업, 연구개발, A/S, 상품 등에 관련된 회사 중역들이 직접 오프라인에 나설 계획이다. 소통의 기회를 차차 늘려갈 것이다.

Q.야외 충돌테스트는 얼마짜리 행사였나?

A.10억 가까이 들었다. 자동차 운송비, 충돌테스트 세트 제작비, 장비비, 인건비 등 여러 분야에 돈이 사용됐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