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라이딩에 필수용품인 헬멧, 프로레이서들의 경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근 몇 년간 헬멧은 단순히 안전을 위한 역할뿐만 아니라 경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장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에어로 헬멧 이다.
여러 자전거 헬멧 브랜드들에서 경쟁적으로 에어로 헬멧을 출시하였으며 그들이 지원하는 팀과 레이서들에게 사용하게 하였다. 그리고 풍동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에어로 헬멧의 이점은 레이스에서의 기록과 승리를 통해 증명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풍동실험실의 엔지니어들이 간과한 것은, 레이스는 쾌적한 실내 실험실이 아닌 태양아래 뜨거운 아스팔트 길 위에서 열린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동안의 에어로 헬멧들이 통풍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단지 개발의 주목적인 공기역학적 성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냉기의 유입과 열기의 배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만 것이다. 에어로 헬멧의 장점이 크다고 하지만 더운 날씨에 열리는 경기나 산악코스에서 많은 선수들이 스피드보다 컨디션의 유지를 위해 기존의 헬멧을 선택하곤 했다.
낮은 공기저항과 통풍성을 모두 갖춘 레이스 헬멧
본트래거(Bontrager)의 발리스타(Ballista)는 공기역학적 이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통풍성에 의한 충분한 냉각효과를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된 에어로 헬멧이다. 이미 올해 초 트렉 팩토리 레이싱(Trek Factory Racing) 팀 선수들의 머리위에서 먼저 공개된 이 헬멧은 얼마 전 열린 트렉월드 코리아(Trek World Korea)를 통해 국내의 라이더에게 소개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매될 발리스타 헬멧은 헬멧의 좌우 폭이 넓어 한국인 두상에 잘 맞는 아시안 핏(Asian fit) 모델로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았다. 출시 전부터 라이더들 사이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에어로 헬멧, 발리스타를 라이드매거진이 만나보았다.
발리스타가 레이스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역학적 이점과 라이더의 신체 온도를 식혀주는 통풍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핵심은 바로 헬멧 앞뒤에 걸쳐 마주보는 형태로 이어지는 터널 형태의 공기순환구멍에 있다. 단순히 공기를 헬멧 주위로 흘려넘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헬멧 내부로 흘러들어가는 공기 또한 최소한의 저항으로 부드럽게 통과하며 라이더의 머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배출하도록 만들어졌다.
공기와 헬멧이 처음으로 맞닿는 둥근 전면부에는 3개의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있다. 높은 공기의 압력이 발생되는 헬멧 앞부분에서 이 3개의 구멍이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발생시키며 많은 양의 공기를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물론 유입된 공기는 헬멧 내부에서 라이더의 열기를 식혀 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입된 공기가 배출되지 않고 헬멧 안에 남아 있다면 새롭게 유입되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 공기저항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면 3개, 후면 6개, 상단 2개의 통풍구는 헬멧 내부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유입된 공기가 헬멧 내부를 빠르게 통과하고, 헬멧 뒤쪽에서 배출되면서 주변의 공기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합류하여 외부 공기저항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윈드터널에서 성능 테스트를 할 때, 트렉은 단순히 공기저항만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헬멧의 냉각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사람 얼굴 형상을 한 온도측정 장비인 서멀 헤드 폼(Thermal Head Form)이라는 장비를 사용했다고 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헬멧 샘플을 제작하여 상호비교해가며 최적의 형태를 다듬어낸 것이 바로 발리스타이다.
2014년 9월에 있었던 독일 출신의 사이클리스트 옌스 보이트(Jens Voigt)의 아워레코드(Hour Record) 도전 당시 사용했던 프로토타입 에어로 헬멧이 발리스타의 개발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발리스타는 지금도 레이스에 출전하고 있는 트렉 팩토리 레이싱 선수들의 머리위에서 안전을 책임지며 공기저항까지 감소시키는 레이스 파트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시안 핏 모델의 출시
아무리 큰 공기역학적 이점을 지닌 헬멧이라도 편안하지 않다면 손오공의 머리테처럼 고통을 선사할 뿐이다. 장거리를 달려 피니쉬라인을 넘는 순간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로드레이스 선수들에게 ‘편안함’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여 집중력을 유지하고, 경기 동안 최대한 편안한 장비를 사용함으로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프로 레이서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동호인 라이더라도 누구나 자전거를 열심히 그리고 잘 타고 싶은 욕심이 있다. 편안하고 뛰어난 성능의 장비는 라이더의 기록 향상에도 큰 영향을 주며 더 좋은 장비는 더 나은 결과로, 나아가 더욱 즐거운 라이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안전과 직결되는 헬멧이라면 아낌없이 좋은 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그동안 에어로 헬멧이 덥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사용해보길 꺼려했다면 새롭게 등장한 발리스타를 착용해보길 권하고 싶다. 발리스타는 에어로 성능을 위해 통풍성을 희생하지 않아 무척 쾌적하며, 더군다나 국내에 출시될 모델은 아시안 핏으로 출시되어 뛰어난 착용감을 자랑한다. 한 가지 더, 헬멧을 정면으로 보았을 때 옆 부분이 튀어 나오지 않아 흔히 말하는 ‘버섯돌이’가 되지 않는다.
에어로 헬멧의 후발주자인 발리스타는 이전까지의 헬멧과는 전혀 새로운 ‘시원한’ 에어로 헬멧인 점을 강조하며 등장했다. 9월중 트렉콘셉트 스토어에서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며 스몰-미디엄, 미디엄-라지 두 가지 사이즈가 출시된다. 무게는 각각 258g, 293g으로 에어로 헬멧치곤 가벼운 편이다. 더불어 출시 가격은 21만9천원으로 최상급 헬멧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법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발리스타를 하루빨리 가까운 트렉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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