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EDITION‘이라는 단어는 각별하다. 그 어떤 자전거 메이커도 아무 모델에나 ’팀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자전거 메이커가 자사의 팀 선수들이 다른 경쟁자들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만든 최고의 자전거에 자랑스럽게 붙이기 위해 아껴두는 귀한 이름이다.
엘파마는 MTB나 로드바이크와 같은 스포츠 사이클링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국산 브랜드로 특히 국내의 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엘파마는 국내 최고의 MTB 선수 중 한 사람인 나상훈 선수를 비롯하여 박정민, 임지훈, 황대균 선수로 구성된 ‘엘파마 레이싱 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나상훈 선수는 어려운 국내 레이스 여건 속에서도 UCI MTB 월드컵에 출전해왔고, 엘파마는 나상훈 선수의 레이스 경험을 녹인 자전거를 개발해왔다. 엘파마의 최고급 레이스 모델인 '환타시아 G'는 수많은 테스트와 함께 2번의 설계변경을 거쳤고, 2014년 남아공에서 열린 UCI MTB 월드컵에 참가한 나상훈 선수에게 프로토타입 모델을 전달하여 실전 평가를 거치는 등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태어난 모델이다.
이렇게 완성된 플래그십 모델인 환타시아 G는 엘파마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모델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부품을 모아 완성한 모델이 있으니 바로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이다.
엘파마의 ‘WORKS RACING BIKE'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은 이름 그대로 엘파마 레이싱 팀 선수들을 위해 만들어진 모델이다. 나상훈 선수를 비롯한 엘파마 팀 선수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사양 모델이며, 시마노 XTR 2×11단 구동계와 DT스위스의 최상급 경량 서스펜션 포크인 OPM 27.5, 세계 최고의 MTB 카본 휠세트라는 찬사를 받았던 DT스위스 XRC 1250 SPLINE을 장착했다.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 최고의 부품구성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양.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을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메이커 웍스 팀의 레이스카인 셈이다.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의 가격은 850만원에 ‘불과’하다. 최고사양의 레이스바이크임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부품만 별도로 구입할 경우 휠세트의 가격만 400만원이 넘고, 프레임과 다른 부품의 가격을 더해도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모델이다. 엘파마((주)엠비에스코프레이션)가 DT스위스 컴포넌트의 국내 총판이며 직접 개발한 프레임을 이용해 조립한 모델이기에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이다.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의 프레임은 일본 미쓰비시사의 카본 소재를 이용해 만든다. 여러 자전거 메이커가 ‘○○ 카본’ 과 같은 식으로 고가의 소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제 자전거 프레임을 한 가지 카본소재만을 이용해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엘파마 환타시아 G 프레임은 프레임의 앞삼각과 BB를 중심으로 강한 비틀림과 하중에 견뎌야 하는 부위에 고강도 카본 소재인 HR40를 사용, 뒷삼각의 시트스테이 같이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고 유연하게 반응해야 하는 부위에 초고탄성 소재인 MR60H 카본 소재를 사용함을 밝히고 있다. 또한 엘파마가 ‘UUD(Ultimate U.D. C-Fiber Layer)’라 이름붙인 고밀도 단방향 카본 적층기술을 적용해 강하면서도 더 가벼운 프레임을 완성했다.
프레임 디자인은 최근의 레이스 프레임의 유행과 국내 라이더가 선호하는 사양이 골고루 반영되었다. 포크가 장착되는 헤드튜브는 사실상 표준사양으로 자리 잡은 상단 1-1/8인치, 하단 1-1/2인치의 비대칭 테이퍼드 규격을 적용했으며 시마노의 최신규격인 신형 XTR의 ‘사이드 스윙’ 방식 앞 디레일러를 장착할 수 있다.
크랭크를 장착하기 위한 BB의 베어링은 프레스를 이용해 프레임에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폭 73mm의 나사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부위에는 최신 규격을 적용하면서도 BB에만 예전 규격을 사용한 것은 경쟁사의 프레스 방식 베어링을 사용하는 자전거들 중 베어링 유격으로 인해 페달링 시 딱딱거리는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기 때문이다. 트러블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새로운 규격을 신중하게 도입하려는 디자인 철학이 엿보인다.
프레임의 디자인 역시 과격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전통적인 MTB 프레임의 형태에 충실하며 기능적으로 다듬어낸 듯하다. 다운튜브와 탑튜브는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의 단면을 사용했고, 다운튜브-헤드튜브-탑튜브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프레임 앞부분의 강성을 높이는 구조다. 전체적으로 복잡한 곡선을 줄이고 직선과 평면으로 이루어진 프레임의 실루엣은 단아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뒷바퀴의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는 시트스테이 위쪽에 있다.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 사이에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해 브리지로 활용하는 것이 유행이지만, 이 경우 디스크브레이크의 유압 케이블이 다운튜브를 통과해야 한다. 엘파마의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는 프레임의 무게 경량화면에서는 약간 불리하지만, 브레이크와 변속 케이블이 탑튜브 하단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정리와 탈착이 간편해 정비의 편의성이 높다.
뒷삼각의 강성을 높이기 위해 시트스테이는 단면이 삼각형으로 디자인되었고, 시트스테이-드롭아웃-체인스테이의 연결부는 매끄럽게 이어진다. 언 듯 환타시아 G만의 개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레이스에서의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체인스테이의 길이를 최소화하고 뒷삼각 강성을 높여 페달링 반응성과 다운힐 안정성을 높였다고 한다.
가벼운 무게는 라이딩 스타일마저 바꾼다
사실 라이드매거진은 지난 2월 환타시아 G G970 모델을 시승했다. 동일한 프레임에 시마노 XTR Di2 전자식 구동계와 알루미늄 휠세트, 폭스 플로트 32 포크가 장착된 사양으로 당시 겨울 산을 누비며 시승을 진행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전에 시승했던 모델과 이번에 시승한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의 차이점이라면 기계식 구동계의 탑재, 포크와 휠세트가 DT스위스의 최상급 모델이 장착된 점을 들 수 있겠다.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의 메리트를 간단히 말하라면 ‘가벼운 무게’를 들 수 있다.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에 장착된 DT스위스 XRC1250 휠세트는 앞뒤 바퀴를 합친 무게가 1360g에 불과하고 여기에 경량 레이싱 타이어인 슈발베 레이싱 랄프 에보를 장착했다.
일반적인 완성차에 장착된 중·상급 알루미늄 휠세트보다 얼마나 더 가벼운지 비교하기 위해 시마노 XT M8000 휠세트의 제원을 확인하니 1825g(F:819g, R:1006g)로 나온다. 알루미늄 휠세트보다 500g 이상 가벼운 카본 휠세트의 장점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페달을 밟는 순간의 가속반응은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빠르다. 카본 휠의 내구성에 대해 걱정하는 분도 있겠지만, XRC1250 휠세트의 내구성은 일반적인 국내의 싱글트랙 이상으로 과격한 월드컵 레이스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실측 무게 9.15kg의 가벼운 무게는 오르막에서 그 진가를 보인다. 단순히 가볍기 때문에 힘이 덜 드는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나무뿌리나 배수로를 건너뛸 때처럼 테크니컬 한 구간을 통과할 때 자전거를 컨트롤하기가 무척 쉽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가운데 장애물이 바퀴에 탁 걸리는 순간 페달링이 멈칫 하는 기분을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바로 이 순간 엘파마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의 진가가 나온다. 장애물 통과 직전 순간적으로 페달을 굴려 가볍게 뛰어넘거나, 무게중심을 뒷바퀴 쪽으로 옮기면서 상체를 이용해 살짝 앞바퀴를 눌렀다가 반동으로 튕겨 올리는 것만으로 장애물을 너무나 쉽게 넘어간다. 평소 타던 자전거보다 무게가 1kg정도 가벼워졌을 뿐인데 라이딩 스타일마저 바뀌는 것이 놀랍다.
가벼운 무게 뿐 아니라 변화무쌍한 지형에서 DT스위스 OPM 27.5 포크가 진가를 드러낸다. 우선 인상적인 것은 OPM 포크의 리모트 컨트롤러의 뛰어난 조작감이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서스펜션 포크의 O(Open) - D(Drive) - L(Lock)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한 번에 한 단계씩 모드를 바꾸거나 혹은 두 단계를 건너뛰어 빠른 조작이 가능하다. 시마노 XT/XTR 뒷변속기를 조작할 때 검지로 한 번에 2단계 조작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적어도 레버의 완성도만큼은 필자가 경험한 그 어떤 메이커의 제품보다도 뛰어나다.
서스펜션의 반응속도는 아주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모나지 않은 약간의 노면 굴곡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앞바퀴가 찰떡처럼 노면에 붙어서 달리게 해준다. 서스펜션을 통통 튀거나 뭉근하게 세팅하는 것은 라이더 각자의 취향에 따르면 되지만, 필자의 경우 민감한 서스펜션의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리바운드 스피드가 다소 빠른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친 오프로드 산악코스에서는 서스펜션을 L 모드로 잠근 상태보다 D 모드에 놓고 달리면 편안하다. 사실상 서스펜션의 모드를 바꿀 필요 없이 D 모드로 대부분의 산악코스를 달릴 수 있는데, 다운힐에서 트래블을 모두 활용하는 O 모드를 사용하면 한층 더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전의 시승에서도 느꼈지만 체중을 실은 댄싱에도 무너지지 않고 견고하게 버티는 뒷삼각의 안정감은 무척 마음에 든다. 노면의 충격을 어느 정도 걸러서 전달하는 프레임의 승차감과 다운힐에서의 안정감은 해외 브랜드의 레이스용 모델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엘파마는 단시일이 아닌 몇 년에 걸쳐 국내 라이더의 체형과 라이딩스타일을 연구해 독자적인 프레임을 만들었고, 여기에 뛰어난 성능의 부품과 가성비까지 챙겼다. 이만하면 더할 나위 없다.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은 엘파마의 자존심이라 불러도 좋은 작품이다.
엘파마 환타시아 G 팀 에디션 제원
프레임 : 환타시아 G HR40+MR60 풀카본 27.5
포크 : DT스위스 OPM 27.5 100mm BLACK Remote, 카시마 코팅, 15mm 스루액슬
크랭크 : 시마노 XTR 36/26T
시프터 : 시마노 XTR SL-M9000-R
앞 디레일러 : 시마노 XTR FD-M9020-H 사이드스윙, 탑밴드
뒤 디레일러 : 시마노 XTR RD-M9000-SGS
카세트 : 시마노 XTR CS-M9000 11-40T 11단
체인 : 시마노 XTR CN-HG900-11
브레이크 : 시마노 XTR BL-M9000
로터 : 시마노 XTR SM-RT99 160mm
타이어 : 슈발베 레이싱랄프 EVO 27.5x2.1
휠세트 : DT스위스 XRC1250 스플라인 27.5
스템 : 환타시아 카본 오버사이즈
핸들바 : 환타시아 카본 플랫바 660mm
그립 : HDL 수퍼라이트 락그립
헤드셋 : VP J205AM 44/55 테이퍼드
안장 : 셀레이탈리아 SLR 슈퍼플로우 Ti
시트포스트 : 환타시아 카본 31.6x400mm
사이즈 : 370, 400, 440, 470
색상 : 매트블랙/프리즘레드, 매트블랙/니켈블랙
가격 : 850만원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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