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다 . 불규칙적인 노면 , 흙먼지 날리는 험로도 거뜬하다 . 생긴 건 왜건인데 성격은 딴판이다 . 잘 포장된 산길에선 민첩한 몸놀림까지 보여준다 . 기분이 묘하다 . 세그먼트 경계가 뚜렷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별종 ’이 들어왔다 . 이 차는 SUV도 , 왜건도 아니다 .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 올로드 (All-Road) 스페셜리스트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얘기다 .
남성적인 매력을 듬뿍 담아내다
9월 8일 , 가평 아난티클럽에서 열린 시승회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타볼 수 있었다 . 행사장에선 갈색 크로스컨트리가 로비 건물을 배경삼아 멋진 자태를 뽐내며 참가자들을 맞았다 . 디자인을 유심히 살펴보니 헤드램프나 그릴 , 그린하우스 모두 V60과 다를 게 없다 . 하지만 군데군데 오프로더를 연상케 하는 디테일이 더해지니 그 모양새가 다분히 남성적이다 . 차체 하단 앞 , 뒤 , 옆에 장착된 스키트 플레이트와 매트 블랙 휠 아치 익스텐션 덕분이다 . XC 라인의 분위기가 난다 .
이 차의 길이 x너비 x높이는 4,635x1,865x1,545(mm). V60에 비해 차의 높이가 65mm 높아진 게 특징이다 . 볼보는 울퉁불퉁한 노면을 효과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스펜션 트레블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 충격을 줄여주면서 자세를 유지해주는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 폭을 늘렸다는 얘기다 . 성능적인 평은 아직 타보기 전이라 잠시 접어두고 , 일단 키가 커지니 차체가 더 우람해 보기 좋다 .
인테리어는 V60과 같다 . 크로스컨트리만의 특성은 찾기 어렵다 . 트림에 따라 다른 센터페시아 , 도어 패널 마감재가 눈에 띄는 정도다 .
이런 차는 처음이야 … 어떤 길도 문제없어
관계자들이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 시승은 아난티클럽을 출발해 설매재 자연휴양림을 왕복하는 85km, 2시간 30분 코스로 진행됐다 . 배정받은 차는 T5 AWD와 D4 AWD. 먼저 가솔린 모델인 T5 AWD에 몸을 실었다 . 직렬 5기통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54마력 (@5,400rpm), 최대토크 36.7kg·m(@1,800~4,200rpm)의 성능을 지닌 차다 . 변속기는 6단 자동이 맞물린다 .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자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운 음색이 귓가를 맴돈다 . 회전계 바늘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차의 속력을 높여나간다 . 시속 100km까지 걸린 시간은 7.1초 . 그 이상의 속도도 답답함 없이 가속된다 . 최고시속은 210km.
어느덧 중미산 'S'자 도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 본격적인 와인딩 로드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기대됐다 . 스티어링을 이리저리 돌리며 코스를 공략했다 . 차 높이가 높아졌지만 기우뚱거리는 느낌은 적다 . 오히려 노면에 딱 붙어 날렵하게 코너를 파고든다 . 짜릿하다 . 왜건보다 껑충한 차체에 둔한 몸놀림을 보일 거란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 타이어 폭을 왜건보다 30mm 넓혀 접지력을 키운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
고속도로에서의 안정성도 만족스럽다 . 노면 요철에서 오는 충격도 효과적으로 걸러내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 고속 주행이 불안하지 않다 . 제동력도 강하다 . 갑작스런 급정거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
설매재 자연휴양림의 험한 오프로드에 진입했다 . 돌덩이가 불규칙적으로 박힌 노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 크로스컨트리가 SUV의 장점을 가져왔다고는 하나 완전한 SUV는 아니다 . ‘과연 이 차가 저 길을 잘 지나갈 수 있을까 ’ 살짝 걱정이 앞섰다 . 하지만 새 차에 적용된 가변형 4륜구동 시스템은 이런 우려를 완벽히 날려버렸다 .
평소 앞바퀴만 굴리다가 필요에 따라 동력의 50%를 뒷바퀴에 나눠주는 이 차의 4륜구동 시스템이 울퉁불퉁한 길을 문제없이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엔진의 강력한 힘까지 더해지니 망설임이 없다 . 흙먼지가 시승차 대열을 뒤덮었다 . 덕분에 햇빛에 반짝이며 온로드를 질주했던 차는 온데간데없고 , 갈색 먼지를 뒤덮은 크로스컨트리만 남았다 . 휴양림 정상에 도착하니 푸르른 하늘과 웅장한 산세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 진정 ‘크로스컨트리 ’에 어울리는 장소였다 .
돌아갈 땐 D4 AWD를 탔다 . 최고출력 190마력 (@4,000rpm), 최대토크 42.8kg·m(@1,500~3,000rpm)의 힘을 발휘하는 직렬 5기통 트윈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된 차다 . 저회전 영역부터 터지는 강력한 토크감으로 초반 가속력이 상당하다 . 여기에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을 스포티하게 손봐 자극적인 주행질감을 구현해냈다 .
중미산 와인딩 로드를 한 번 더 탔다 . 기어노브를 M에 두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했다 . ‘딸깍 ’, 스티어링 왼쪽 -기어를 조작해 rpm을 충분히 올려 굽이진 산길을 돌아나간다 . 엔진이 우렁찬 음을 토한다 . 곧이어 직선 도로가 나오자 바로 오른쪽 +기어를 눌러 속력을 높였다 . 손이 바쁘다 . 크로스컨트리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민첩하게 움직인다 . 순간 ‘이 차가 조금 전까지 오프로드를 탄 차가 맞나 ’ 싶다 . 크로스컨트리의 이중적인 모습이 상당히 흥미롭다 .
한국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의 탄생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크로스컨트리가 국내에서 독보적인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 이 차가 새로운 세그먼트의 시작이어서 이렇다 할 라이벌이 없다는 얘기다 . 어디든 갈 수 있고 , 무엇이든 실을 수 있는 차다 .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덤이다 . 이미 유럽에선 그 인기가 상당하다 . 뚱뚱한 SUV는 싫고 , 그렇다고 고루한 세단은 망설여지는 소비자라면 만능 엔터테이너 크로스컨트리를 주목하자 . 무엇을 선택해도 스트레스만 불러올 고민거리가 한 번에 해결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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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우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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