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갈 때면 언제나 설렌다. 우리나라면서 우리나라가 아닌 곳이랄까. 배를 타지 않으면 운전해서 갈 수 없는 ‘섬’이어서도 그렇고, 그곳엔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니 그런 느낌이 계속 드는 것 같다. 게다가 산해진미가 모두 모인 곳이어서 먹는 재미마저 쏠쏠한 곳이다.

 

지난달 월간지 마감을 끝내고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국적인 풍경, 여유로움. 적어도 가끔씩은 꼭 필요한 ‘삶의 활력소’다. 그렇지만 ‘여유’와 거리가 있는, 쉴 틈이 거의 없는 독특한 직업이다 보니 이런 요소들이 더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틈틈이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모니터, 꽉 막힌 도로, 매캐한 공기에서 벗어날 ‘힐링타임’은 단 48시간. 6개월된 아들 녀석까지 함께하는 이번 여행은 어떨지 기대가 컸다.

 

[DAY-01]

 

이틀간의 대략 일정

 

첫날.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빨리 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숙소는 샤인빌 럭셔리 리조트. 제주도 남동쪽 해안 ‘표선’에 있다. 그래서 첫째 날엔 서쪽지역을, 둘째 날엔 동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미리 예약한 차는 푸조 2008이다. 푸조 렌터카는 공항에서 차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짐 들고, 아이까지 데리고 렌터카 셔틀버스를 이용해 차를 받으러 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물론 더 저렴한 곳들도 많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은 시간이 돈이다. 한 시간이 아쉽다. 게다가 직업병도 한 몫 했다. 보통 제주에서 차를 빌릴 땐 국산 준중형 가솔린이나 중형 LPG차를 주로 빌렸었다. 이번엔 기아 쏘울EV나 닛산 리프 같은 전기차를 빌려볼까 하다가 결국 소형 디젤 SUV로 골랐다. 연료비는 얼마나 나올지 궁금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푸조 렌터카를 받으려면 공항 내 A5 주차장으로 가면 된다. 푸조 외에도 시트로엥 차들도 세워져 있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차를 건네 받았다. 28인치 여행용 가방은 트렁크에 쏙 들어간다. 2008은 이미 여러 번 타봐서 어색하지 않은 차다.

 

 

공항을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 아래로 내려가면 꽤 예쁜 풍경이 이어진다. 곽지과물해변도 예쁘고, 한 5분쯤 더 달리면 협재 해수욕장도 갈 수 있다.

 

 

이곳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지다. 손에 닿을 듯한 섬(비양도)도 눈에 보인다. 이날(8월31일)은 물이 꽤 많이 들어와있었다. 막바지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물이 빠졌을 땐 드넓은 백사장과 까만 돌이 어우러진다.

 

 

협재 해수욕장 맞은편 한림공원도 볼만한 곳 중 하나다. 다양한 식물과 동굴, 제주의 여러 식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꽤 넓어서 시간을 넉넉히 배정해 여유 있게 둘러봐야 한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가 올 것만 같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갈 수 있을까. 다음 목적지는 제주 세계 자동차박물관이다. 말로만 듣던 곳이다. 세계의 희귀 자동차들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입장권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리 샀다. 성인 두 명 현장 결제보다 2,000원이나 싸다.

 

 

입구에 들어서니 타이어의 발전상을 볼 수 있었다. 낑낑대며 언덕에 오르니 멋진 차들이 전시돼 있다.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실내전시관엔 롤스로이스, 벤틀리 같은 명차들과 시트로엥,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회사들의 올드카도 볼 수 있고, 영화 백투더퓨쳐에 나온 드로리언도 있었다. 아직 이해할 나이는 아니지만, 아들도 데려왔는데 계속 잔다. 보는 것보다 타는 재미를 아는 걸까.

 

 

이어 향한 곳은 오설록 티뮤지엄. 예전에 왔을 땐 비교적 한가했는데 이번엔 왜이리 사람이 많은지. 중국인 관광객들도 정말 많다. 주차장도 난리다. 바로 앞 녹차밭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곳은 앞보단 옆이 훨씬 예쁘고 여유롭다. 잠시 둘러보는 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향기로운 차 한잔은 다음을 기약하며 패스.

 

 

숙소로 향하는 길. 아내와 아들은 뒷좌석에서 이미 곯아떨어졌다. 2008은 변속기가 MCP다. 1.6리터 디젤엔진과 맞물린다. 처음 타는 사람들이야 변속기가 어색할 수 있지만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과격하게 시승할 때처럼 페달을 뗐다 밟았다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부드럽게 밟으면 차도 부드럽게 나간다. 게다가 연료효율이 쑥쑥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한 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 샤인빌 리조트는 2002년에 처음 문을 열었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멋진 풍경 탓에 찾는 사람이 꾸준한 곳이다. 중문에 모여있는 요란한 곳들과는 다른 ‘차분함’이 매력이다. 가족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었다.

 

[DAY-02]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였다. 아침 라디오 생방송을 하는 내내 창 밖 풍경이 아른거렸다. 어제의 우중충한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쨍한’ 하늘이 그동안의 피로를 한 방에 씻어가는 듯했다.

 

 

체크아웃을 서둘러 끝내고 두 번째 날의 일정을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차를 아무데나 놓고 대충 툭 찍어도 죄다 작품이다. 풍경을 감상하며 표선 해비치 해변을 지나 성읍민속마을로 향했다.

 

 

성읍민속마을은 옛 제주사람들의 생활터전이 그대로 유지돼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곳이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민속촌과는 다르다. 관광지여서 먹을 곳도 많다. 적당히 들어가도 실패할 확률이 낮다. 흑돼지 요리나 몸국 같은 토속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다음 목적지는 산굼부리. 아내가 꼭 가고 싶어하던 곳이어서 잠깐 들르기로 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산굼부리에 가까워질수록 쭉쭉 뻗은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풀밭을 뛰노는 말들도 눈에 띈다. 한라산에 조금씩 다가가는 느낌이 난다.

 

산굼부리는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263호다. 분화구 언덕을 따라 펼쳐진 황금빛 억새 물결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너무 좋은 날씨가 고민이었다. 햇살이 너무 강해서 결국 주차장에서 사진만 찍고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돌렸다. 아쉬웠다.

 

 

제주 동북부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KEPCO 스마트그리드 홍보관에 들러야 한다. 산자락을 따라 내려가면서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여긴 전기차를 타고 갔으면 더 어울렸을 거다. 홍보관에 가까워질수록 풍력발전기가 많아진다. 일본의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처럼 깔끔하거나 첨단 이미지는 아니지만 나름 노력하려는 모습은 보인다. 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홍보관은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진다. 2008과 함께한 여행의 피날레다.

 

 

이틀간 주행거리는 250km쯤 된 것 같다. 차를 반납하기 전 기름을 원래대로 채워 넣어야 한다. 처음 받을 때 기름이 절반쯤 들어있었는데, 연료 게이지를 보니 큰 한 칸이 줄었다. 기억에 2008의 연료탱크는 50리터다. 게이지는 크게 네 칸이니 큰 한 칸은 약 12.5리터. 공항 근처여서 경유 가격이 비싸다. 리터 당 1,350원이다. 미리 넣어 올 걸 그랬다. 1만5,000원어치를 넣으니 11.11리터가 들어간다. 얼추 처음 받을 때와 비슷해졌다. 평소 많은 차를 타야 해서 필요한 만큼 기름을 넣어온 습관 덕을 톡톡히 봤다.

 

 

차를 픽업했던 공항 주차장 A5 구역으로 돌아가니 직원들이 반갑게 맞으며 차 상태를 살폈다. 흠집도 없고, 기름도 채워 넣었고, 모두 이상 없으니 가도 좋단다.

 

제주 렌터카, 선택폭 넓어졌다

 

 

생각해보니 이틀 동안 1만5,000원으로 제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셈이다. 250km거리를 달리는 데 대략 12리터(한 칸)의 기름을 썼으니 연비는 리터 당 20km쯤 되겠다.

 

그리고 푸조 렌터카 중 308SW와 2008을 고민하다가 2008을 고른 이유는 푸조-시트로엥 렌터카 중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형 SUV 컨셉트가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뛰어난 연비다.

 

 

'푸조·시트로엥 제주 렌터카'는 국내 수입 브랜드 중 최초로 직접 운영되는 사업이다. 국내 대표 휴양지인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푸조와 시트로엥의 다양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푸조-시트로엥 오너라면 한불모터스 푸조-시트로엥 홈페이지 안에 있는 신청 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되고, 오너가 아니라면 쿠팡에서 쿠폰을 사면 된다. 그리고 어떤 렌터카든 차를 빌릴 때 보험엔 꼭 가입하는 게 좋다. 푸조 2008의 경우엔 24시간 기준으로 일반면책 2만5,000원, 완전면책 4만원이었다.

 

푸조 2008은 어떤 차?

 

 

2008엔 배기량 1,560cc의 HDi엔진이 탑재됐다. 최대토크는 23.5kg.m고, 차 무게는 1,250kg이다. 핸들링 감각은 아기자기하다. 움직임을 충분히 느끼면서 탈 수 있다. 유연하다. 이리저리 휘저어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으니 불안하지 않다. 운전이 즐겁다. 멈춰 서는 것도 수준급이다. 루프랙이나 에어백,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등 SUV로서 갖춰야 할 것도 나름 충실히 갖췄다. 파크어시스트 기능과 커다란 유리로 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도 차를 즐기는 데 도움을 준다. 과시하기보단 꽤나 실용적인 프랑스 차다.

 

[참고 사이트]

제주 놀멍쉬멍 http://www.jejutou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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