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자전거는 교통수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전거가 거리를 나오는 순간 ‘재미를 위한 탈 것’이 된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우리가 걷거나 뛰는 것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스피드를 낼 수 있게 해주고, 평범한 길을 즐거운 놀이터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자전거의 매력 아닐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이유가 재미라고 생각한다. 로드바이크에는 매끄러운 길을 활주하는 스피드가, MTB에는 거친 코스를 달리는 역동적인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자전거 뿐 아니라 많은 탈 것들이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더욱 다양한 탈 것을 경험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킥 스쿠터였고, 이제는 일상에서 가까운 거리를 빠르게 오갈 때 접이식 자전거보다 더 간편하고 이동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탈 것들이 등장해 필자를 포함한 바퀴의 즐거움에 푹 빠진 마니아들이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Y볼루션(Y·Volution)의 ‘Y플리커 에어(Y-Fliker Air)’ 역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나 국내에는 최근에 알려진 탈 것으로,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까지 누구나 안전하게 역동적인 주행을 즐길 수 있는 3륜 킥 스쿠터다.


 

유연하고 독특한 움직임의 3륜 킥 스쿠터

Y볼루션은 미국의 킥 스쿠터를 전문으로 만드는 기업으로 특히 어린이용 탈 것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밸런스 바이크와 킥 스쿠터 등이 유명하지만 Y플리커 시리즈는 다른 킥 스쿠터와 차별화된 독창적인 탈 것으로 전 세계 각지의 토이쇼, 그리고 디자인 쇼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외형을 보고 “어? 이거 이전에도 있었던 탈것인데?” 혹은 “그거 이미 우리집에 있는 건데요?” 라고 말하는 독자 분들도 있으리라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부터 Y플리커와 흡사한 모양의 트라이스키(Triski) 타입 킥 스쿠터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판을 좌우로 벌리고 오므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의 킥 스쿠터와 Y플리커는 타는 방법부터 원리까지 완전히 다른 탈것이다.



솔직히 Y플리커 에어를 처음 만났을 때 ‘익스트림’ 라이딩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필자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두 바퀴달린 킥 스쿠터보다 덩치가 크고 둔해보였기 때문이다. 바퀴가 3개인만큼 쉽게 넘어지지 않고 안전한 탈 것이라는 느낌,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문구의 단어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릴 넘치는 ‘드리프트’가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Y플리커”. 갑자기 호기심에 불이 붙었다.



Y플리커 에어는 프레임을 앞뒤 길이와 높이에 따라 모델이 구분된다. 5세 이상 어린이가 탈 수 있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Y플리커 에어 1(Y-Fliker Air A1)’, 7세 이상 어린이가 탈 수 있는 중간 사이즈의 ‘Y플리커 에어 3(Y-Fliker Air A3)’ 그리고 성인용인 ‘Y플리커 스포츠 3(Y-Fliker Sport SP3)' 모델이 국내 출시된다.



Y플리커 에어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킥 스쿠터와 달리 좌우 2개로 분할된 프레임과 발판이다. Y플리커 에어의 프레임은 트위스트-폴딩시스템이라는 구조로 프레임 앞부분의 나사를 손으로 돌려 간편하게 고정하거나 푼 다음 접을 수 있어 보관과 운반이 간편하다.



발판의 뒤쪽에는 좌우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2개의 바퀴가 달려있다. 탑승자가 발로 땅을 차며 밀지 않아도 Y플리커 에어를 좌우로 흔드는 것만으로 추진력이 발생하며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대로 흐르듯 움직이는 ‘셀프 프로펠링’ 바퀴 디자인이다. 마치 물고기가 좌우로 꼬리를 움직이며 헤엄치는 것 같은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셀프 프로펠링 바퀴를 자세히 살펴보면 뒷바퀴의 각도가 살짝 앞으로 누워있는데 사실 이 부분이 Y플리커 에어 디자인의 핵심이다. 라이더가 몸을 좌우로 흔들면 바퀴가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라이더가 바른 자세로 선 상태에서 무게중심이 가운데로 모이면 Y플리커 에어의 주행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렬되며 직진주행을 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바퀴 3개가 자유롭게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안정감 있는 느낌으로 달릴 수 있다는 설명에 수긍이 간다.



핸들바의 브레이크레버를 잡으면 브레이크와 앞바퀴의 마찰이 발생해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킥보드보다 더 쉽고 안정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의 킥보드에도 핸드브레이크가 간혹 장착된 제품이 있었지만, Y플리커 에어의 핸드브레이크는 기존의 제품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브레이크레버의 작동감이 부드럽고 제법 뛰어난 제동력을 보여준다. 단순한 구조지만 상당히 신경을 써서 설계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 핸들을 이용해 방향을 조정하면서 뒷바퀴를 옆으로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항상 다른 법이니 일단 처음에는 앞으로 달리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물론 헬멧을 꼭 쓰고서.


 

Y플리커 에어로 드리프트에 도전하다!

Y플리커 에어를 시승하기 전 영상부터 찾아보았다. 주로 어린이를 위한 제품으로 소개되기 때문일까, 국내에서 제작된 영상과 사진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안전한 탈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해외에서 소개된 광고영상을 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라이벌 킥 스쿠터와 레이스를 벌이고, 짧은반경의 급선회와 점프를 반복하는 격렬하고 짜릿한 탈 것임을 확인했다. 심지어 앞바퀴를 들고 활강하는 BMX의 매뉴얼 기술까지 구사하는 것을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일단 실제로 타보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발판에 올랐다. 좌우로 흔들어보았지만 가속이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위해 스타팅모터를 돌리듯, Y플리커 에어를 타고 스피드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킥보드처럼 발로 지면을 차며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지면을 박차고 출발했다. 좌우 발판을 조심스레 움직여보니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얼음판 위에 선 것처럼 불안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제법 안정감 있는 활강이다. 과감히 몸을 좌우로 속도가 꾸준히 유지되며 달리는 느낌이 제법 경쾌하다. 마치 지면에서 스키를 타는 듯한 움직임이 독특하다.

핸들바를 꺾는 방향으로 Y플리커 에어가 선회하는데 허리를 흔들어 뒷바퀴를 일부러 미끄러트려보았지만 진행방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뒷바퀴가 옆으로 미끄러지건 아니건 상관없이, 핸들을 돌려 앞바퀴가 나가는 방향만 신경 쓰면 Y플리커 에어를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



넓은 공터에서 연습하다보니 어느새 몸이 자연스럽게 Y플리커 에어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제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선회하는 드리프트를 시도해볼 차례다. 속도를 충분히 내다가 핸들을 돌려 급선회를 시도하면서 회전방향으로 몸무게를 실었다. 살짝 뒤쪽이 미끄러지는 듯 하다가 덜컥 브레이크가 걸리듯 자세의 안정감을 되찾으며 멈춘다.



다시 한 번 속도를 내며 턴을 시도하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핸들을 완전히 90도 이상 꺾는 느낌으로 크게 돌렸다. 뒷바퀴에 살짝 저항이 걸리는 듯 하다가 핸들이 완전히 90도로 꺾이는 순간 휙 도는 느낌과 함께 뒷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핸들을 원상복구 하는 순간 미끄러짐이 멈추는데 이를 잘 이용하면 원하는 만큼 돌리고, 원하는 순간 미끄러지는 것을 멈출 수 있다.



요령이 생기니 드리프트 외 다른 기술도 시도해보게 된다. 장난기에 앞바퀴 들기, Y플리커에 매달려 활강하기, 달리다가 제자리에서 점프하기까지 자전거용 기술을 Y플리커를 타고 시도해보았는데 제법 재미있다. ‘처음 타보는’ Y플리커 에어였지만 재미있게 타고 ‘노는 법’을 익히는 것은 금방이다.



1시간 정도 연습을 했더니 어느새 몸에 땀으로 젖었다. 보기보다 운동량이 많지만 공터에서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다. Y플리커 에어를 1시간 정도 탈 때 약 770kcal의 열량을 소모한다고 하니 가볍게 뛰는 것 이상으로 많은 운동을 한 셈이다.

Y플리커 에어를 기존에 사용하던 킥 스쿠터 대신 교통수단으로 쓸 수 있을까도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도심을 달리는 용도로 사용하기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바닥이 매끄러운 광장이나 공원에서 타고 놀기에는 좋지만 울퉁불퉁한 노면의 도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Y플리커 에어는 단순한 승용완구가 아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레포츠로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넘어지지 않아 초보자라도 안전하게 탈 수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역동적이다. 가족과 함께 즐기건 혼자 즐기건 어느 쪽이건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Y플리커 에어와 같은 탈것이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타보지 않고 새로운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치 지면에서 스키를 타고 활강하는 듯한 주행감,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래도 한동안 Y플리커 에어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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