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이클링웨어’를 처음으로 입어본 것이 약 11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사이클링용 저지와 쇼츠를 구입할 때 디자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자전거 메이커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자전거 전문 숍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위아래 한 벌의 옷을 세트로 맞춰 입기만 해도 나름 패셔너블한 라이더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사이클링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메이커/브랜드의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브랜드에서부터 영국, 호주 등의 신생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며, 편안함과 기능성 뿐 아니라 제품의 디자인, 심지어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옷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이클링 의류들 대부분이 해외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라는 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럽 브랜드 제품들 중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것도 많은데, 국내 메이커라도 해외 브랜드 못지않은 멋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 단, 처음부터 사이클링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어떤 옷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옷을 만든다면 말이다.
필자가 ‘오스바이크웨어(OSS BIKE WEAR)’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히 SNS에 오스바이크웨어의 디자이너가 올린 글을 보고나서부터다. ‘흰 옷을 입고 싶지만, 속살이 비치는 것은 싫다’는 이유로 다양한 메이커의 흰색 의류와 원단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공개했고, 이 같은 세부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국내 의류 메이커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이클링웨어를 고를 때 세부의 특징이 좌우하는 제품의 만족도 차이가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디테일에 집중하는 국내 사이클링웨어 메이커가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반갑다.
오스바이크웨어는 플레져코리아라는 부산의 작은 의류업체가 만드는 사이클링웨어 브랜드다. 2014년 런칭 한 오스바이크웨어는 비록 역사는 짧지만, 실제 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사이클링웨어를 입기 위해 만든 브랜드라는 점이 흥미롭다. ‘오스(OSS)는 자동차보다 자전거 라이더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도시 이름이다. 오스바이크웨어의 ’왕관을 쓴 바퀴‘ 로고는 이 오스 시의 자전거도로를 알리는 아이콘에서 따온 것으로, 사이클리스트를 위한 의류를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캐주얼하고 편안한 사이클링웨어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은 ‘TEST RIDE TEAM' 유니폼을 갖고 있지만, 팀 유니폼이 일종의 정장이라면 일상의 펀 라이딩을 즐길 때 입을 캐주얼한 옷 또한 필요하다. 스폰서 마크가 가득 새겨진 팀 저지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한편으로 심플하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라이더도 있는 법이다. 특히 자전거 메이커의 로고가 새겨진 팀 복은, 해당 메이커 이외의 자전거를 탈 때 입기가 껄끄럽다. 예를 들어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 유니폼을 입으면 어쩐지 트렉 자전거를 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선택은 라이더의 몫이다.
어떤 자전거를 탈 때도 잘 어울리고 촌스럽지 않은, 그리고 눈에 확 띄는 컬러의 유니폼을 찾다보니 오스바이크웨어의 럭키저지와 빕 쇼츠를 선택하게 되었다. 네온컬러는 최근의 유행일 뿐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의 시인성이 무척 높아 안전한 라이딩에도 큰 도움을 준다. 퇴근 후 야간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컬러다. 물이 빠진 듯한 느낌이 아닌, 선명하고 밝은 형광색 저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단 옷을 고를 때 가장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은 얼마나 몸에 잘 맞느냐, 흔히 ‘핏’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다. 오스바이크웨어의 저지는 최근 유행하는 로드바이크 라이더의 자세를 기준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레이싱 핏’에 가까운 느낌이다. 몸에 딱 달라붙도록 디자인된 옷이기 때문에 약간 헐렁하게 입으려면 한 치수 큰 것을 고르기를 추천한다. 물론 전시된 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고를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어깨끈이 달린 타이즈인 빕 쇼츠의 디자인은 저지와 한 세트를 이룬다. 오스바이크웨어의 저지는 앞을 숙인 자세에서 최적화된 핏을 제공하기 위해 앞쪽 아랫부분의 단이 약간 높게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대신 빕 쇼츠의 배를 덮는 부분이 다소 높이 올라온 편이다. 저지와 세트로 입었을 때 구조적으로 가장 잘 매치되며, 바람을 맞으며 장시간 달릴 때 차가워지기 쉬운 배 부분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만듦새가 뛰어난 저지와 빕 쇼츠
핏을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소재를 살펴볼 차례. 옷에 어떤 원사, 원단을 살펴보았다. 설명을 듣기 이전에 저지를 손으로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질감이 느껴진다. 몸통 앞부분과 팔의 슬리브 부분은 약간 두툼하면서도 실크처럼 매끄러운 느낌의 소재다. 반면 등판은 타공 처리가 된 소재를 사용, 옆구리 부분은 촘촘한 메시처럼 얇고 통기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하여 열 배출이 쉽게 되도록 했다.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부위별로 3가지 다른 소재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저지의 앞부분과 팔을 감싸는 슬리브에 사용된 매끄럽고 신축성이 뛰어난 소재는 50데니아의 원사를 고밀도로 짠 크레오라 라이트 스판 원단이라고 한다. 밝은 색상의 제품은 더욱 뛰어난 색구현도와 부드럽게 밀착되는 착용감을 위해 70데니아 원사로 짠 원단을 사용한다. 사방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로우며 봉재가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다. 옆구리는 속건성 쿨온(Coolon) 원단을 사용해 땀 배출과 통기성이 원활해 쾌적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게 해준다.
사방으로 늘어나는 소재를 사용한 앞부분과 달리 등판 부분에는 좌우로 늘어나고 상하로는 잘 늘어나지 않는 단방향 스판 메시 원단을 적용한 것도 눈여겨볼 특징이다. 사이클링 저지의 등에는 주머니가 달려있는데, 사방으로 늘어나는 원단을 사용하게 되면 등에 물병과 같이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넣었을 때 쉽게 아래로 쳐지게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위아래로는 잘 늘어나지 않는 원단을 사용한 것이다. 실제 자전거를 타는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 아니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이클링 저지와 빕 쇼츠는 움직임이 많은 옷이기 때문에 외관 뿐 아니라 피부와 닿는 안쪽을 얼마나 매끄럽게 마무리 하는지가 무척 중요하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 오스바이크웨어의 사이클링웨어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다. 해외 브랜드의 고가 사이클링웨어와 비교하더라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뛰어난 마감에 놀랐을 정도다.
신축성이 다른 소재를 바느질하여 꿰매려면 단순히 옷감을 겹쳐 재봉틀로 바느질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스바이크웨어의 사이클링웨어는 옷감을 바느질한 부분의 시접이 튀어나와 피부에 쓸리는 것을 최소화하여 매끄럽게 마감한다. 피부에 착용할 때의 느낌이 좋을 뿐 아니라 옷의 내구성에도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소매와 목 부분을 매끄럽게 처리해 땀에 젖은 상태에서도 쉽게 쓸리지 않도록 했고, 빕 쇼츠의 바지 단 부분은 탄력 있는 원단을 밴드처럼 넓게 둘러 피부와 밀착감을 높이도록 했다. 단 부분에 실리콘 밴드를 넣는 경우도 있지만, 간혹 실리콘이 피부에 닿았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밴드의 압력을 넓게 분산해 팔 다리를 심하게 죄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빕 쇼츠의 패드는 이탈리아의 엘라스틱 인터페이스사 제품을 사용했다. 고압축 스폰지를 다중 성형한 ‘로드 퍼포먼스 스페이스’급의 최고급 패드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몇몇 유럽 브랜드에 의해 커스텀 제작되어 공급되던 앞부분을 길게 연장한 타입의 패드를 오스바이크웨어 제품에도 적용함으로서 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연하고 움직임이 부드러운 지퍼 또한 기존의 국내 사이클링웨어 제품에서 찾아보기 드문 특징이다. 라이딩 중 한 손으로 지퍼를 올리거나 내릴 일이 많은 사이클링웨어의 특징상 이러한 디테일한 마무리가 무척 중요하다.
프리미엄 사이클링웨어의 대중화를 꿈꾼다
사이클리스트라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옷, 기대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오스바이크웨어의 사이클링웨어는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권할만한 제품이라는 생각이다. 유럽 브랜드 제품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가격의 부담은 훨씬 적다. 또한 오스바이크웨어의 제품들은 소량 주문생산이 가능하며, 저지와 빕 쇼츠의 사이즈는 남성용이 WS에서 XXXL까지, 여성용이 XXS에서 M까지 커스텀 제작 가능하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품질의 사이클링웨어를 만들겠다는 라이더의 꿈에서 시작된 브랜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스바이크웨어가 사이클리스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디자이너가 만드는 옷이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스바이크웨어의 사이클링웨어는 이미 국내의 라이더를 대상으로 디자인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제 사용해본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함으로서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더욱 뛰어난 품질의 사이클링웨어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 오스바이크웨어가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글
장낙규 rockyou@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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