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변신이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크기를 키워 실내 공간을 넓혔고, 다양한 안전·편의품목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엔진의 힘도 키웠다. 특히 디자인은 ‘격변’이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바뀌었다. 새 차에서 구형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스포티한 주행질감, 높은 연료 효율성

 

 

지난 9월22일,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 시승행사에 참가했다. 시승은 서울W호텔을 출발해 춘천 로드힐스CC를 왕복하는 133km, 약 두 시간 코스로 진행됐다. 도심과 고속, 그리고 업힐구간이 골고루 섞여있어 새 차의 주행성능을 체험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두 명이 한 차에 탔다. 갈 때 직접 운전을 했다.

 

 

호텔 주차장을 천천히 빠져 나왔다. 부드럽고 조용하다. 디젤 엔진을 탑재했지만 소음과 진동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흡차음재를 확대 적용해 정숙성을 끌어올렸다’란 기아차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ISG시스템(공회전제한장치)의 개입은 자연스러웠다. 깜빡 졸다 갑자기 깬 느낌이 아니었다. 언제 눈을 감고 떠야할지 알고 행동하는 듯 어색하지 않았다. 예민한 사람만 아니라면 주행 중 기능의 작동유무를 못 알아차릴 수도 있다.

 

 

복잡한 도심을 뚫고 서울-춘천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시원하게 쭉 뻗은 도로를 보니 속도에 대한 열망이 끓어올랐다.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니 엔진이 거친 음색을 토하며 반응했다. 회전계 바늘이 빠르게 움직이며 차의 속도를 높여갔다.

 

시승차에는 R 2.0 E-VGT 엔진이 탑재됐고, 변속기는 6단 자동이 맞물렸다. 최고 186마력(@4,000rpm)과 최대 41.0kg·m(@1,750~2,750rp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9.3초. 최고시속은 201km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만족스러웠다. 강한 요철을 만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SUV지만 껑충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탄했다. 서스펜션 세팅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다. 다만, 노면 및 바람소리 유입은 꽤 컸다. 특히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소리는 귀에 거슬릴 정도였다. 차 높이로 공기저항이 심한 SUV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쉬웠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가 있었다. 세 가지 모드를 번갈아가며 사용해봤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각 모드의 특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가속 응답성이 살짝 민감해지거나 아니면 그 반대였다. 경계가 모호했다. 계기반에 나타나는 시각적인 변화도 거의 없었다. 스포츠를 선택하면 SPORT란 단어에 불이 들어오는 게 전부였다. 그동안 주행모드의 변화가 뚜렷한 독일산 시승차들을 많이 타서 그런지 심심했다.

 

 

연료 효율성은 좋았다. 시승차인 노블레스 스페셜 모델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3.8km(도심연비 리터당 12.8km, 고속연비 리터당 15.2km). 목적지인 로드힐스CC까지 66.7km를 달리고 기록한 실연비도 13.8km이었다. 연비주행은 하지 않았다. 신나게 밝고 과격하게 멈춰서기를 반복했다. 물론, 정속주행도 해봤다.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100km에 맞추니 연비는 금세 리터당 14.5km까지 올라갔다. 시승 코스가 조금 더 길었다면 보다 좋은 연비도 기록할 수 있었을 거다.

 

혁신적인 디자인, 호불호가 명확하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성능을 체험했으니 이제 디자인을 볼 차례다. 구형의 생김새를 발전시킨 디자인이지만 역시나 난해하다. 괜찮은 거 같으면서도 멋지다고는 말이 안 나온다. 허니콤 헤드램프와 4점등 안개등 등 화려하게 멋은 냈는데 안 어울리는 화장을 한 느낌이다. 앞모양 얘기다.

 

 

그래도 뒷부분은 조형미가 있다. 좌우 리어램프를 길게 이은 크롬 라인과 지붕에서 펜더로 이어지는 풍만한 선은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기 충분했다. 거기다 듀얼 배기 시스템까지 적용돼 꽤 스포티했다. 기아차가 신형 스포티지의 디자인 콘셉트 ‘스포티 & 파워풀 에너지(Sporty & Powerful Energy)’가 뒤에만 적용된 것 같다.

 

 

인테리어는 그나마 모난 곳 없이 깔끔했다. D컷 스티어링 휠과 패들시프트, 그리고 알루미늄 페달 등으로 스타일까지 살렸다. 가죽과 플라스틱 소재를 적절히 사용한 마감도 완성도 있었다. 그러나 도어 패널과 센터페시아 등에 ‘블랙하이그로시’를 대거 장착해 지문 자국이 많이 묻어나왔다. 터치를 하면 할수록 더러워져 눈에 거슬렸다. 이밖에 오디오 및 에어컨 작동 버튼들의 터치감이나 계기반의 시인성 등은 좋았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실내 공간

 

 

짜임새 있는 실내 디자인 안에는 각종 편의품목이 자리했다. 센터페시아 위에 있는 8인치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은 물론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현했고, JBL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6개의 스피커는 풍부한 음장감을 만들어냈다. 머리 위로 드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선루프는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했다.

 

 

신형 스포티지의 길이x너비x높이는 4,480x1,855x1,635(mm)고, 휠베이스는 2,670mm다. 구형보다 길이는 40mm, 휠베이스는 30mm 길어져 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드러냈다. 트렁크 용량도 뒷좌석을 접고 러기지 스크린을 제거하자 최대 1,492리터까지 늘어났다. 크고 작은 짐들을 쉽게 수납하기 좋아 보였다.

 

시장의 새로운 기준, 더 뉴 스포티지

 

 

찰나의 만남이었다. 튀는 디자인은 아직도 적응이 안되지만, 노면에 딱 붙어 달리는 듯 쫀쫀한 주행질감과 휴대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장비들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이런 신형 스포티지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출시된 지 일주일이 좀 지났지만 벌써 계약대수가 7,000대를 넘어선 것이다. 구매 연령대도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골고루 분포해 있다. 새 차가 상품성뿐 아니라 대중성까지 챙겼다. 준중형 SUV의 새로운 기준 신형 스포티지의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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