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모터사이클 디자인 그룹 이탈젯은 최근 두 가지를 발표했다. 2대 회장 마시모 타르타리니는 이탈젯다운 디자인의 모터사이클을 제작한다고 밝혔고, 그 제품은 카페바이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그들의 초심과 일맥상통한다. 이탈젯은 1959년도부터 시작되었던 역사를 만나는 의미와 함께 두 번째 발표 내용인 창업자 레오폴도 타르타리니에 대한 헌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열정을 불살라왔던 레오폴도가 얼마 전 83세를 일기로 서거했기 때문이다.
창업자 레오폴도의 전력은 화려했다. 레이서이자 개발자로, 그리고 브랜드 창업자였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조화를 높게 샀다. 디자인을 중시한 점은 그의 빼어난 미적 감각도 있었지만, 나만의 모터사이클을 위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한발 앞선 혁신, 그리고 한발 앞선 패션과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야말로 한 때 모터사이클 분야의 독보적이었던 카로체리아그룹을 형성하게 된 이탈젯의 바탕이었다.
카로체리아란 이탈리아어로 마차를 만드는 공방을 뜻했다. 현대에 와서는 차량의 설계와 다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지역은 세계적인 카로체리아가 많고, 이탈젯 역시 그곳을 기반으로 하면서 그들과 호흡했다. 때문에 완성된 모터사이클에 디자인을 입혀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실제 모델들은 대부분 특별한 디자인을 가지고 탄생할 수 있었다.
모터사이클에서 전기자전거까지
이탈젯 역시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자동차 분야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바탕으로 모터사이클을 개발하던 그들은 90년대 후반에 다가서며 경영적으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그들의 가장 큰 고객이던 완성차 메이커들이 디자인 역량을 키우며 자체적인 디자인을 늘려감에 따라 의뢰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탈젯은 개발실에 모아둔 특별한 디자인들을 자사 브랜드의 고유 제품으로 다양화시키며 생산량을 늘렸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들은 전세계로 이탈젯 브랜드를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아우디 TT를 연상시키는 사각헤드라이트가 매력적이었던 스쿠터 ‘젯셋’이 그랬고, 트랠리스 프레임과 허브링크 등을 채용한 스프린터 스쿠터 ‘드랙스터’가 그랬다. 현대 모던아트를 대표하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이탈젯의 모토디자인에 대한 업적을 높게 사며 레오폴도에게 영구컬렉션을 제안했고, ‘벨로시페로’ 등을 박물관에 전시 보관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그들의 막대한 개발 투자가 결국 발목을 잡고 말았다. 현대적인 역 삼륜 스쿠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 잠식과 기술 유출이 있었다. 더불어 다양한 탈 것에 대한 투자는 채산성 악화를 남겼고, 때마침 유로환경의 강화는 새롭게 시도하거나 이미 생산된 제품 상당 부분을 폐기하거나 새롭게 바꿔야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특히 강력한 출력을 바탕으로 하는 2스트로크 스쿠터가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 큰 문제였다.
암흑기를 거치며 절치부심했던 이탈젯은 최근 마시모 타르타리니가 디자인 센터를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으며 새로운 모빌리티에 주력하고 있다. 리튬 배터리를 이용한 이차전지 동력의 전기자전거가 그것. 복고풍의 디자인을 불어 넣으며 올드 사이클의 향수를 담은 디아블로 시리즈는 유럽 내에서 반응이 좋다. 이탈젯은 그동안 네이밍 판권만 주었던 것에서 나아가 스쿠터 라인업을 부활시키고, 이탈리아 본국의 모터사이클 조립 라인을 정비해가겠다고 밝혔다. ‘부캐너’는 창업자 레오폴도를 헌정하는 카페 바이크의 이름이다.
메이드인 아시탈리아(ASITALIA)
‘아시탈리아’는 한 때 이탈젯의 슬로건과도 같았던 아시아와 이탈리아의 합성어다. 수년 전 한국에서 생산되는 효성(지금의 KR모터스)의 GT650코멧을 이탈젯만의 디자인 리터치로 해석한 리모델링 스크램블러를 탄생시킨 적이 있다. 카페레이서 스타일로 디자인한 뒤 이탈젯의 조립라인을 통해 재조립 생산하였던 것이 바로 ‘그리폰 650’이었고, 그 모델을 발표하며 내건 명제가 바로 아시탈리아였다.
아시아 공장에서 기본모델을 생산하고, 이탈리아 공장에서 리모델링 디자인해 재조립하는 방식. 이탈젯이라서 가능한 이 라인업을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그리폰 시리즈는 이탈젯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카페 바이크이기도 하다. 60년대 트라이엄프의 본네빌에서 영감을 얻어 이탈젯 그리폰650과 900을 시작으로 다양한 그리폰이 탄생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마시모의 발표에 따라 계획하게 된 아시탈리아 라인업이 바로 부캐너다.
부캐너는 V형 2기통 엔진을 채용했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작다. 그것이 바로 그리폰이라는 이름이 아닌 부캐너라고 명명한 이유이다. 배기량은 250cc로 레트로 스타일에 충분히 부합하는 출력이며 누구나 편하게 다룰 수 있다. 부캐너는 대만과 중국의 기술과 생산라인을 통해 완성차가 만들어진다. 보급형은 대만-중국 생산제품이 판매되지만, 이탈젯은 이탈리아 조립라인을 통한 리모델링 모델을 한국과 유럽 등에 스페셜 모델로 공급할 계획이다. 메이드인 아시탈리아인 것이다.
레오폴도를 헌정하는 제품답게 이탈젯의 창립연도인 #59를 차량 좌우의 넘버 플레이트에 디자인했다. 이 모델은 프론트 페어링과 레이스 시트를 채용한 카페레이서와 레트로 라인의 카페 두 기종이 이탈리아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일반 모델은 레트로 라인 하나다. 스몰바디의 모터사이클을 부활시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이탈젯을 이야기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는 즐거움을 가지며 리터치 디자인을 통한 만드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이탈젯 코리아는 부캐너의 이탈리아 생산 모델을 곧 국내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로운 모델로 한층 강화되는 모빌리티 라인업
현재 이탈리아 본사의 이탈젯 라인업에는 총 네 가지 카테고리가 있다. 모터사이클, 미니모토, 스쿠터, 전기 자전거. 국내에는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 두 가지의 라인업이 공급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모터사이클이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각 카테고리에 있어서도 라인업이 한층 강화 될 것이다. 모터사이클 라인업은 부캐너를 통한 카페 바이크가 전 세계적인 레트로 열풍을 타고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스쿠터 카테고리에서는 드랙스터의 개발이 막바지 진행 중이다. 과거 2스트로크 엔진을 채용했던 것을 탈피해, 4스트로크 250~300cc로 전환해야하는 만큼 전체적인 크기와 엔진의 마운트방식을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서의 변경점이 많다. 소형 스프린터 스쿠터로는 포뮬러125가 출시 대기중이다. 클래식 라인의 벨로시페로 역시 디자인 재설계를 통해 2016년을 예상하고 있다. 또 이탈젯 코리아가 주도했던 필그림, 뉴폭스, 엔틱 등도 새로운 제품이 추가로 선보이게 될 전망이다.
전기 자전거는 이탈젯 코리아가 주도하였던 갤럭틱 시리즈 세 가지 모델의 판매망이 확대된다. 이 라인업은 한국 내 판매는 물론 이탈리아 현지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 볼로냐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다양해 졌다.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에 새로운 라인업이 추가됐다. 화려한 클래식 스타일의 에스콧(ASCOT)과 컴바인 스타일의 엔젤(ANGEL). 이렇게 총 여섯 기종이 국내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탈젯이 전세계 바탕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이었다. 특징에 맞는 제품을 더욱 분명한 스타일로 해석하며 소유의 만족감을 또렷하게 했다. 한 동안 그들의 정체성이었던 독특한 디자인 부분을 잃어버리며 방황하던 그들이 다시 모터사이클 카로체리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은 의미가 크다. 부캐너는 그 시발점이 되는 모델이다. 과거 독특한 디자인과 인상적인 성능으로 널리 사랑받았던 드랙스터는 올드팬에게 향수를, 새로운 오너에게는 특별한 자부심으로 다가설 것이다. 다양해진 라인업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시도하는 디자인 그룹을 우리는 있는 그대로 만끽하면 된다.
글
모터사이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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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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