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양유진 씨는 스포츠 기부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진 청년이다. 양유진 씨는 2014 사하라 마라톤과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을 완주했고, 독도희망 기부 마라톤과 전국 자전거 기부 라이딩, 장애인과 함께하는 Give Walk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거나 직접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2014년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을 준비하던 양유진 씨는 당시 히말라야 원정을 앞두고 있던 김현준(한국기술교육대 4학년), 미국 자전거 대륙횡단을 목표로 준비하던 정승혁(경희대학교 4학년)과 만나 오스트레일리아 횡단을 목표로 ‘Youth Dream Team Korea’라는 팀을 꾸리게 된다. ‘Youth Dream Team Korea’은 올해 7월 2일 한국을 출발하여 75일간 7051km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9월 28일 귀국했다.

Youth Dream Team Korea의 리더인 양유진 씨가 들려주는 호주 자전거 대륙횡단 여행기의 첫 번째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딛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도전을 해본 기억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업 전에 무언가에 온 몸을 던져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1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다음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막 마라톤에 도전했고 5박 7일간 250km을 달려 완주의 기쁨을 맛보았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여름이었다. 인턴십을 준비하던 중 생긴 짧은 휴가동안 문득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4박 5일간 서울-부산 530km를 달리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풍경을 보았다. 이후 틈이 날 때 마다 우리나라 곳곳으로 자전거와 함께 여행을 떠났고, 자전거와 함께 우리나라 밖으로 더 멀리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 2013년 7월, 카페에서 호주횡단여행 계획을 세우며



그리고 작년 여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려는 친구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다음에는 호주에서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그때는 어떤 코스로 어떤 목표를 갖고 여행을 떠나겠다는 생각 없이 막연한 약속이었지만, 차츰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오면서 정말로 호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마음속을 맴돌았다.

호주의 친구 현준은 골드코스트에서부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달리는 1,700km의 코스를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사막 마라톤에 푹 빠져있었고, 호주를 간다면 반드시 사막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이야기 했더니 그렇다면 이왕 사막을 가로지르는 김에 호주를 횡단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예상보다 큰 계획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왕 도전을 한다면 터무니없이 어려운 것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을 정말로 실천하기 위해 1년간 많은 준비를 했다.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모으고, 여러 가지 장비를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목적에 한 가지 더해야 할 키워드가 있다. 바로 ‘기부’다. 어떤 분들은 ‘너희가 좋아서 가는 여행에 기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맞다. 이 여행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 2014 사하라마라톤 대회 출전 당시



하지만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2014년 초,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사람은 ‘강한 동기’가 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자기 자신의 목표만을 위해 달리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한다는 의미를 어깨에 짊어지고 달릴 때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강한 동기와 추진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기부 마라톤’과 같이 스포츠와 기부활동을 함께 하고자 한다. 달리는 것에 ‘기부’라는 키워드가 더해지면서 더 강한 책임감과 목표가 생기고, 완주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면서 또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이번 여행에도 기부를 통해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 2014년 3월, 새로운 팀 멤버 승혁이 합류하면서 계획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또 다른 팀원인 승혁은 여행 준비가 한창이던 올해 3월에 합류했다. 사실 승혁은 학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학교의 연구실을 나와 삶의 전환을 꿈꾸며 미국횡단 자전거여행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서로 의견이 잘 맞았다. 승혁은 목표를 바꿔 호주 횡단여행을 함께 하기로 결정하면서 팀에 합류했다.



여행 코스는 현준이 살고 있는 호주 동부의 골드코스트를 출발해 시드니-캔버라-멜버른-애들레이드-울룰루-퍼스까지 총 7051km를 약80일간 달리는 여정이다. 지도를 통해 확인해본 코스는 포장도로가 5200km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1800km의 오프로드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총 7051km의 대장정이며 특히 ‘그레이트 센트럴 로드(Great central road)’라 불리는 중간의 루트는 울룰루 사막을 지나가며 자갈투성인 황무지에서 흙길까지 여러 가지 거친 노면을 극복하며 달려야 한다.



사막구간에서는 물이 생존을 좌우한다. 그리고 장기간의 여행을 하면서 며칠간 사용할 수 십 리터의 물을 자전거에 싣고 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1인당 하루에 최소 3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한데, 사막이라면 더 많은 물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사막에서는 3~4일에 한 번 밖에 구할 수 없다고 한다. 현실적인 이유로 자전거로 사막을 여행하려면 안전을 위해 컨보이 차량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원래의 계획은 자전거에 물을 싣고 순수하게 우리의 힘으로만 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위험하다고 이를 만류했고 특히 SNS를 통해 알게 된, 현지에서 여행 사업을 하는 KP인터내셔널의 백승엽 이사님은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며 컨보이 차량의 지원을 받도록 우리 팀을 설득하셨다. 심지어 백승엽 이사님은 여행 중반 우리 팀을 직접 컨보이 해주시겠다고 지원을 약속하셨다. 이런 큰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의 여행은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80일 중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라 예상되는 20일간의 사막횡단 여정은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생존에 대한 갈망과 나 자신의 한계를 보여줄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걱정과 함께 여행과 모험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015. 07. 03. 호주 퀸즐랜드, 골드코스트 공항 입국

: 호주 골드코스트 공항 입국장에서

7월 2일 인천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7월 3일 오전 8시, 경유시간을 포함 2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호주 퀸즐랜드의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출발한 멤버인 나와 승혁, 그리고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거주하고 있었던 현준은 딱 1년 만에 공항에서 재회했다. 사실 팀 멤버인 현준과 승혁은 전화와 온라인 채팅으로만 이야기를 나눠본 사이였고 실제로 둘이 만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리라. 한편 리더인 나도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는 기쁨과 함께 이번 여행(이자 모험)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실감하니 다소 복잡한 기분이었다.

현준은 환영해주는 팻말을 들고 입국장에 들어와 있었고, 우리는 한국에서 포장해온 자전거와 장비 등 약140kg의 수화물을 갖고 왔기에 미리 빌려놓은 큰 밴에 옮겨 싣고 현준의 숙소로 향했다.



처음 밟아보는 호주의 땅. 그리고 1년 내내 날씨가 좋다는 호주의 동부 아름다운 휴양지 골드코스트. 이곳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에 그리는 여행지이며, 해변을 따라 쭉 이어지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달릴 수 있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호주에 도착했다고 바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발 예정일인 7월 7일까지는 3일간의 여유가 있고, 그동안 이곳의 시차에 적응하면서 오래간만에 만난 팀원들이 서로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으로 맞춰 입은 팀 유니폼, 사실은 몸에 딱 달라붙는 자전거용 의류 자체를 처음 입어보는데 솔직히 좀 민망했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태극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다 함께 입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라이딩 준비를 마치고 숙소 근처 해변가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Riding For Dreams!’라는 슬로건으로 호주를 횡단하며 아프리카 아이들의 교육지원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는 우리 프로젝트. 미리 한국에서 제작해 온 깃발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현수막을 꺼내어 기념사진도 찍어본다.



앞으로 펼쳐지게 될 82일간의 긴 여정을 생각하면 두려움과 기대감이 반반이다.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까? 분명 우리가 상상치 못했던 일들로 가득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정말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뜻으로 함께 나아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첫 날의 라이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던 중 모두 함께 손을 하늘을 향해 펼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보자고 다짐했다. 이날 돌아오며 바라본 저물어가는 해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팀원들의 대변신

7월 5일, 출발까지 D-2. 3명의 팀원 중 남자 팀원인 현준과 승혁이 머리를 밀기로 했다. 앞으로 펼쳐질 약 3개월간의 여정에서 머리를 감지 못하는 때도 있을 것이고, 씻을 때도 편리할 것이라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짐하기 위한 것이다. 훈훈하게 생긴 두 명의 팀원은 머리를 밀어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고, 두상이 예뻐서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며 만족했다.



출발 하루 전날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마라톤 대회인 ‘골드코스트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열리는 골드코스트 마라톤은 국내의 많은 러너들이 참가해보고 싶어 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이 대회가 열리는 7월 초는 마침 우리의 여행 시작일정과 비슷한 시기였기 때문에 출발 전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42.195km 풀코스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했다.



사실 마라톤에서 팀플레이는 없다. 오로지 혼자 고독을 느끼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마라톤. 하지만 우리는 셋이 하나가 되어 뛰기로 했고, 각자의 페이스는 다르지만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며 시작과 끝을 함께하기로 했다. 두 명의 남자팀원은 풀코스 마라톤 경험이 한 번도 없었고 18km지점부터 팀원인 승혁의 다리는 계속 쥐가 나서 걷고 뛰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TEAM KOREA’ 팀 유니폼을 입은 우리는 서로 속도를 맞춰 달리며 함께 골인했다.

승혁은 앞으로 살면서 절대 풀코스 마라톤은 뛰지 않을 것 이라며 우스갯소리로 얘기했지만, 이 또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서로의 마음에 기대어 함께한다는 것의 소중함과 서로의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시드니까지 남은 거리 약 980km

7월 7일, 드디어 시작이다. 82일간 진행되는 호주 7000km 자선모금 횡단일주! 대장정의 첫 날이기에 골드코스트의 랜드 마크인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에서 간단한 출정식을 치렀다. 처음으로 자전거에 달아본 20kg의 패니어 가방. 자전거의 무게는 성인남성이 힘겹게 들 정도. 하지만 앞으로 82일간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 늘 함께 달리게 될 소중한 동료이며, 오랜 여행에 필요한 꼭 필요한 장비들이기에 무게에 대한 불평은 허용되지 않는다.

팀 유니폼을 입고 자전거에 짐을 싣고 셋이 함께 달리다 주변 사람들의 시산이 우리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Awesome! Are you crazy??” 라는 놀라움이 담긴 반응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응원들이 오고갔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여 한국에서 만들어온 현수막을 펼쳐 간단한 사진촬영과 함께 출정식을 마치고 첫 날의 목적지인 킹스 클리프(Kingscliff)로 향했다.



하지만 여정의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수화물로 싣고 온 우리 자전거가 비행기를 타고 높은 하늘을 거쳐 날아오는 동안 낮은 기압에 의해 유압식 브레이크에 약간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고, 정비 요령이 부족한 탓에 갑자기 QR레버가 빠져 첫 날부터 길가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등 다사다난한 앞날을 예고했다.



결국 우리의 서툰 실력으로 자전거를 만지다가는 앞날이 불안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우리의 이번프로젝트를 위해 자전거를 후원해 준 스페셜라이즈드의 자전거 숍을 찾아 점검을 받기로 했다. 호주에는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한국보다 훨씬 많았고, 그만큼 자전거 숍도 많다. 그리고 호주 전역에는 참 많은 스페셜라이즈드 숍이 있고 한다. 친절하게 도와준 골드코스트 스페셜라이즈드 직원 분들 덕분에 약 1시간 만에 신속하게 점검을 받고 다시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생각지 못한 자전거 점검, 그리고 자신의 몸무게만큼 무거운 자전거를 처음 타보는 탓에 평균 주행속도는 약 16km/h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결국 우리는 해질녘인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킹스클리프 비치 파크에 도착했다.



호주에서는 일반 공원이나 길에서 자는 것은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이렇게 캠핑사이트가 제대로 설치된 지정된 파크에서 비용을 내고 텐트사이트를 빌려야 했는데, 처음 가보는 캠핑장이었었음에도 우리의 여행 목적과 기부에 대한 소개를 들은 리셉션 직원이 무료로 텐트사이트를 제공해주었다.

원래 텐트사이트 가격은 2인당 25달러, 3인에 32달러정도 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다. 텐트사이트 직원의 호의에 감사하며, 절약된 우리의 텐트사이트 비용만큼 킹스클리프 비치 파크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파크 입구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바다 앞에 텐트를 치고 자는 첫날 밤, 다음날의 여정을 떠올리면 두근거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밤하늘의 별 아래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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