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레이서란 오래전 유럽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이다. 카페에서 노닥거리던 바이커들이 쥬크박스에 동전을 넣고 음악을 튼 뒤 음악이 끝날 때까지 다음 카페를 목적지로 경쟁하며 달리던 유행에서 시작됐다. 일단은 스트리트 레이스이다 보니 가벼운 것이 최고였다. 그래서 달리는 일 빼고 필요 없는 부품들을 죄다 떼어내고 달리기에 가장 좋게끔 개조하기 시작했다. 엔진과 섀시, 그리고 주행풍을 피해 웅크리고 달리기 위한 낮은 클립온 핸들바와 헬멧만 겨우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윈드스크린 들이 그 결과였다.

 

그런 스타일은 일종의 문화가 됐고 여태까지도 그 스타일을 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터사이클 본연의 아름다운 섀시나 엔진의 조형미라던가, 그 때 바이커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멋스럽다고 느껴서 일수도 있다. 지금은 레이서라고 하기에는 덧붙인 것들이 많아 단지 스타일을 흉내 내는 양산차가 많긴 하지만, 아무튼 오랜 시간 거쳐 왔음에도 색깔이 분명한 문화다.

 

SYM은 대만 브랜드임에도 잔뼈가 굵다. 품질 제일주의인 혼다 제품의 생산 공장을 운영해 온 경험이 농축돼 있고, 이를 고스란히 노하우로 자사 제품에 투영하고 있다. 대만에 T2와 T3로 판매했던 매뉴얼 네이키드 바이크 티투스 시리즈는 국내에도 런칭 해 호응을 얻었다. 당시 시승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가벼운 차체와 경쾌하게 도는 수랭 단기통 엔진, 그리고 도로를 잘 읽는 서스펜션과 정확한 제동력 등이 기억난다.

 

울프 300은 두 가지 버전으로 클래식 버전과 카페레이서 버전이 있다. 국내에는 일단 카페레이서인 CR만 런칭했다. 그 중에서 스타일이 강한 카페레이서 타입은 국내에 불어온 레트로 바이크 바람과도 잘 맞는다. 이 정도 낮은 배기량의 부담적은 클래식 바이크가 많이 없는 것도 기회다.

 

첫 인상은 작지만 알찬 느낌이다. 프레스 이미지로 미리 본 것보다는 작아보였다. 필자는 키가 약 175cm로 큰 체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이크가 몸 안에 쏙 들어오는 기분이다. 전반적으로 품질감은 나쁘지 않다. 계기반은 원형 속도계, 엔진회전계가 나란하게 배치됐고 안에 작은 액정으로 적선거리나 주유계 등이 표시된다. 야간에 봐도 시인성이 괜찮다. 다만 시동을 걸고 스로틀을 당겨보면 타코미터 반응이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 것은 아쉽다. 이는 티투스 시승 때도 마찬가지였다.

 

라이딩 포지션은 무척 편안하다. 시트는 평평한 형상으로 앞/뒤로 길고 좁은 느낌이다. 이 역시 카페레이서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슬림한 시트는 좌/우로 체중 이동하기도 좋고 긴 시트는 앞/뒤로 가감속에 대응하기도 편하다. 상체 자세는 약간 벌어진 파이프 타입 핸들바를 움켜쥐기 위해 살짝 수그린 형태가 된다.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면 매일 타도 몸 어딘가 쑤시지는 않을 것 같다.

 

단기통 278cc 수랭 엔진은 27.5마력을 낸다. 자료에는 밸런스 샤프트 장착으로 진동을 충분히 억제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천천히, 강하게 스로틀을 달래며 가/감속 해보았다. 분명 300cc 급 단기통 엔진치고는 불쾌하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자주 쓰는 엔진 회전수에서는 도톰한 고동감 정도로 느껴진다. 파워는 약 1,800rpm 정도로 높게 회전하는 아이들링부터 서서히 나오고, 5,000rpm부터는 가속감이 쑥 늘어난다. 그대로 약 10,000rpm까지 가속감을 이어가는 식으로 무척 선형적이다. 단기통 엔진의 장점이기도 하다. 언제나 원하는 시점에 가속하고 엔진을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차량 무게가 무척 가볍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실제 수치상으로 170킬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주유를 가득 해도 무게감이 크지 않다. 125cc 매뉴얼 바이크 정도의 느낌이다. 밀고 끄는데도 부담이 적고 주행하기 시작하면 정말 즐겁게 다룰 수 있다. 린 동작 과정자체가 느껴지지 않고 그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순간 이동하는 느낌이다.

 

메시 호스와 조합된 4피스톤 래디얼 마운트 브레이크 시스템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 이 급에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했지만 티투스250을 시승했을 당시 느꼈던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가벼운 차체와 명확하게 느껴지는 제동감각이 아주 맛깔스럽다. 경량 차체와 더불어 엔진 파워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포츠 라이딩을 만끽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리어 브레이크도 제동력이 뛰어나며 컨트롤하기가 무척 쉽다. 무게가 가볍다는 것 하나로 많은 플러스 요인이 파생됐다.

 

배기량 대비 속력도 쉽게 낸다. 1단부터 레드존까지 가속해보면 3단 정도면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는다. 6단 기어를 장비하고 이 정도 실력이면 도로에서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 든다.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감은 잃지 않는다. 고강성 더블 크레들 프레임이 차체를 단단히 붙잡기 때문이다. 차체가 가벼운 엔트리 바이크들은 강성자체를 소홀히 해 스포츠성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스타일에 치중하는 클래식 바이크라면 특히 심하다. 울프 300 CR은 다르다. 구조적으로 애초에 그런 단점을 없애 스포티하게 달리기에도 좋은 조건이다.

 

와인딩 코스를 달려보면 뱅킹 한계는 분명하다. 가볍게 기울이며 숏 코너를 공략하는 것이 무척 즐겁지만 고속으로 풀 뱅킹을 지속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런 건 여유 없는 슈퍼스포츠에 어울린다.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 장르에는 적당히 즐기는 편이 더 행복하다. 오랜만에 즐겁게 산길을 오르내리며 스포츠 라이딩을 하는데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가벼운 차체와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라이딩의 부담을 줄였고, 시야가 넓은 라이딩 포지션 또한 이 바이크가 잘 하는 영역까지만 연출된, 아주 적절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더 놀란 건 연료효율이다. 출발 전, 연료탱크가 거의 바닥을 드러냈을 때 1만 원 정도 주유를 하고 왕복 70킬로미터 거리를 연비 생각없이 마음껏 달렸는데도 전체 주유량의 30퍼센트 정도 줄었을 뿐이었다. 얼른 계산해 봐도 아주 경제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시승차량을 반납할 때까지 약 20킬로미터를 도심에서 주행하자 비로소 유류계 바늘이 절반을 가리킨다. 높은 경제성은 데일리 바이크로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부분이다.

 

스타일을 위해 장착한 리어 캐노피는 기본적인 공구를 이용해 간단히 탈착할 수 있다. 시트 오픈 스위치를 작동하면 시트를 개방할 수 있는데 그 아래에 소품들을 보관할 수 있다. 디테일을 더 살펴보면 넓은 시야를 품은 백미러나 키로 잠글 수 있는 헬멧 홀더 등 편의를 위한 아이디어들이 눈에 띈다. 비상등 스위치는 왼쪽 핸들그립에 큼지막하게 달려있고 순간 경고의미인 패싱 스위치도 기본 장비다. 여러모로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바이크다.

 

울프300 카페레이서의 소비자가는 639만원. 색상은 60주년 기념 컬러인 레드/블랙과 스포츠 화이트 두 가지다. 여러 의미로 상당히 신경 써 만든 흔적이 보이는 모델인 만큼 가격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간다. 이런 모델이라면 유행도 타지 않고 전천후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클래식 바이크라 하면 대배기량을 떠올리지만, SYM은 이번 기회에 엔트리 클래식 스포츠도 잘 만들면 얼마든지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증거를 보였다.

 

국내 시장에는 적당한 가격으로 오래 탈만한 바이크가 필요하다. 아무리 기계가 소모품이라고는 하지만 모터사이클을 진정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애정을 쏟으며 소유할만한 바이크가 절실하다. 더군다나 경제성이 높은 저 배기량 모델이라면 유지하는 데 부담이 적기 때문에 가치가 오히려 높다. 짧고 강하게 즐기는 도구가 아닌, 오래 함께하고 싶은 나만의 바이크가 필요하다면 추천하고 싶다. 스타일리쉬한 외형에 못지않게 달리고 돌고 서는 모터사이클의 기본기에도 아주 충실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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