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 ?’ 메르세데스 -벤츠 B200 CDI를 처음 마주하고 나서 든 생각이다 . ‘재미없는 차 ’ 쯤으로 여겨졌으니 그럴 법도 하다 . ‘강력한 성능 , 짜릿한 핸들링 ’ 이런 말들도 이 차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 그런데 400km쯤 달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숨은 매력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활용성까지 갖춘 이 녀석이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이다 .
기본기 , 말 그대로 기본에 충실한 움직임
B클래스는 MPV(Multi-Purpose Vehicle), 다목적 차다 . 말 그대로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차다 . 어떤 곳에서 타야 좋을까 . 굽이치는 산길 , 터프한 오프로드 모두 탈락이다 . 스포츠 쿠페나 SUV가 아니다 . 고민 끝에 서울 근교로 목적지를 정했다 . 막히는 길과 시원하게 뚫린 길을 지날 수 있어 차를 느끼기에 딱이었다 .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 첫 느낌은 ‘조용함 ’ 자체였다 . 빠르게 달리고 있어도 차에 함께 탄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데 무리가 없는 정도다 . 많이 과장하면 시속 80km로 정속 주행을 할 때 ‘전기차 ’를 타는 착각까지 들었다 . 그만큼 진동 , 소음 부분에서 좋다는 말이다 .
2.2 ℓ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3,200rpm), 최대토크 30.6kg·m(@1,400)의 힘을 낸다 . 당연히 유로 6 환경기준도 충족한다 .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다 . 낮은 엔진 회전 영역부터 큰 힘을 낼 수 있어서 생각보다 치고 나가는 맛이 있었다 .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속도를 꾸준히 올려준다 .
“우와 잘 선다 ”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 잘 달리는 것만큼 서는 것도 중요하다 . B클래스는 멈추는 능력도 생각보다 좋았다 . 타이어의 비명이 들렸다 .
코너에서 움직임은 부드러웠다 .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즉각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여유롭게 따라왔다 . 실용구간에서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 충격을 걸러 불편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
그리고 상황에 맞게 주행모드를 바꿀 수도 있다 . 고를 수 있는 건 에코 (E), 스포츠 (S), 매뉴얼 (M)로 총 3가지다 . 모두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 성향이 바뀌지 않는다 . 에코모드에서 천천히 가속하면 2,000rpm 내에서 변속한다 . 스포츠 모드를 누르고 달리면 엔진 회전수를 높게 쓰지만 가속력의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
연비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 이 차의 복합연비는 ℓ당 16.5km다 . 그렇지만 직접 몰아보며 느낀 효율은 그 이상이었다 . 약 400km를 달렸음에도 남은 주행거리가 500km 이상이었다 . 왠지 더 달려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차와 함께 했다 . 확 끌리는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 그런데 우렁각시처럼 숨은 재주가 많다 . 운전을 오래 한 탓인지 집중력이 약해졌다 . 무심결에 방향지시등을 켜고 옆 차선으로 움직이는 순간 ‘삐삐삐 ’ 경고음과 함께 사이드 미러에 붉은색 등이 깜빡였다 . 사각지대에 숨어있던 차를 감지한 거다 . 사각지대 안내 시스템 (Blind Spot Assist)의 도움을 받았다 . 큰일 날 뻔 했다 .
이 기능 외에도 여러 편의 장비가 운전을 돕는다 .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계기반에 경고 불빛 켜주는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Collision Prevention Assist Plus)는 BAS(Brake Assist)과 함께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 차를 믿긴 하지만 안전을 위해 직접 시도해보진 않았다 .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보조하는 기능이다 .
센터페시아 가운데엔 멋스럽게 생긴 7인치 모니터가 있다 . 벤츠 커맨드 (Comend) 컨트롤러를 통해 차 상태와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다 . 그렇지만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아쉬웠다 . 여러 목적으로 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성격에는 조금 맞지 않는 듯 했다 . 후방카메라 역시 없었다 .
뒷자리에도 앉아봤다 . 생각지도 못한 배려가 넘친다 .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없었지만 앉는 자세가 불편하지 않았다 . 차 바닥이 15cm쯤 파여서 편안한 다리 각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
뒷좌석 머리지지대엔 이상하게 생긴 것이 끼워져 있었다 . 이것 역시 배려다 . 어린 아이의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일종의 보호대다 . 그리고 부스터 시트도 있어서 아이들이 올바른 각도로 안전벨트를 멜 수 있도록 배려했다 . 앞좌석 등받이엔 접이식 테이블도 있었다 . 뒷자리를 살펴보고 내리면서 6 살배기 조카 녀석 얼굴이 떠올랐다 . 아이들이 꽤나 좋아할 것 같다 .
총각이 미래의 가족을 태우고 싶은 차
다시 얘기하지만 B 200 CDI를 시승하기 전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 대형 SUV와 고성능 스포츠 쿠페 따위의 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 자연스레 B클래스는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 그런데 한참을 함께 지내다보니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 넓은 트렁크 공간 , 움직임 , 연비 어디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 B클래스 매력에 빠진 탓일까 . 미래가 떠올려졌다 . 마치 영화 ‘분노의 질주 ’ 주인공 폴 워커가 아이를 밴에 태우는 장면처럼 , 미래 내 아이를 불편한 쿠페 대신 편안한 B클래스 뒷자리에 태우는 생각을 하게 만든 차였다 .
글
허인학 heo@ridem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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