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선행디자인팀 전정훈 책임연구원이 기아차 디자이너가 만든 예술작품을 소개하며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아 전시관을 수놓은 작품들은 자동차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유리를 이용해 고래를 형상화한 것부터 계기반 바늘로 만든 설치 미술, 그리고 조선 시대 백자 못지않게 아름다운 도자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모두 특색이 있고 개성이 강했다. 잠시 현대 미술관에 온 기분까지 들었다. 그만큼 자동차 디자이너가 아닌 미술가가 만든 작품처럼 창의성, 완성도 모두 눈길을 끈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9년부터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공예, 도자기, 스케치, 회화 등 여러 예술품이 부스를 매웠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지금처럼 전시구성이 다양하거나 완벽하지 못했다. 전시관 부지도 확보하지 못해 주차장에 컨테이너 3동을 연결해 진행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고, 지금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메인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기아 전시를 초창기부터 쭉 지켜봐 온 전정훈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주최 측이 기아 전시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습니다.”라며 상기된 어조 달라진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 기아차의 전시는 ‘소년·소녀의 감성, 미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소제목은 키덜트 원더랜드(Kidult Wonderland)다. 디자이너 각자 기억 속 내재한 유년시절의 추억과 향수, 동심의 미래를 작품으로 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100여 점의 창작물이 전시됐고, 주제가 무겁지 않은 탓에 기발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관람객도 많아 기아 전시관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작품을 카메라에 담거나, 눈길을 끄는 게 있으면 가까이 가서 만져보기도 했다. 전시관을 함께 둘러본 전정훈 책임연구원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같은 전시 기획은 기아차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디자인적 영감을 제공하고, 나아가 디자이너 개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솟구치게 한다”며 “이는 곧 기아차 디자인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라이드매거진은 전정훈 책임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 전시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만든 5명의 디자이너를 각각 만나 작품을 만든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아칼라팀 장수진 책임연구원

 

 

 

 

 

 

A. 안녕하세요. 기아칼라팀 장수진 책임연구원입니다.

 

 

 

 

 

 

A. 자수입니다. 평소 프랑스 자수에 관심이 많아 작품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수틀이란 자수도구를 액자에 걸어 하나의 오브제로 표현했습니다. 패턴의 모티브는 식물에서 얻었고요. 

 

 

 

 

 

 

A. 감사합니다. 작업하며 느낀 것이 하나 있긴 있어요. 일에 치여 잊고 살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죠. 아직 나에게도 젊은 시절 못지않은 창작력이 있다는 것도 깨닫고요. 재미있었습니다.

 

 

 

 

 

 

 

 

 

A. 일단 내년이면 입사 20년 차인데요, 나에게도 아직 열정이 남아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A. 가능하죠. 영감은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작품에 자연적인 소재를 많이 사용해 차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인테리어에요. 또 자수 패턴을 도식화해 자동차 데칼 디자인 등 여러 방면으로 적용 가능할 것 같습니다.

 

 

 

 

 

 

A. 몇 년 전부터 우리 회사가 ‘디자인 기아’라는 슬로건을 걸었습니다. 즉, 브랜드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죠. 디자인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보려 합니다.

 

 

기아칼라팀 김형준 연구원

 

 

 

 

 

 

A. 기아칼라팀 김형준 연구원입니다.

 

 

 

 

 

 

A. 얇은 곤충의 날개를 입체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두께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사실 디자인이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 모두 시작은 얇은 종이 위에서 시작하잖아요. 아니면 모니터 안에서요. 둘 다 입체감은 없어요. 그렇게 보이도록 기법을 주는 것뿐이죠. 제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평면에 가깝지만, 시각적인 입체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한 거죠.

 

 

 

 

 

 

A. 보시다시피 곤충의 날개인데요, 얇고 투명한 물질이 입체적인 레이어 작업에 적절한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A. 레이어 표현법은 현재 헤드램프나 테일램프 디자인에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제한된 면적 안에 여러 요소를 집어넣어야 하죠. 그것도 아름답게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제가 하는 칼라업무에도 이 기술을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 입사 첫해부터 참가했고요. 올해까지 총3번째입니다.

 

 

 

 

 

 

A. 당연히 부담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번에 출품한 것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고요. 다음에 있을 전시에서 또 어떤 작품을 만들게 될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A. 표현법입니다. 실무에는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길러준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시각은 매우 중요한데요. 조형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제품의 성공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A.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기보다는 업무의 특성을 떠나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제 목표입니다.

 

 

기아자동차 외장디자인1팀 박병규 연구원

 

 

 

 

 

 

A. 기아자동차 외장디자인1팀의 박병규 연구원입니다.

 

 

 

 

 

 

A. 슈퍼 히어로의 강인한 팔입니다. 유년 시절 TV나 만화를 통해 본 그들의 팔은 무슨 일이든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걸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고요. 

 

 

 

 

 

 

A. 라이프 캐스팅 기법을 사용했어요. 미리 점토로 작품의 틀을 뜨고, 그렇게 만들어진 점토에 석고 캐스팅을 다시 떠내는 거죠. 마지막으로 주물에 석고를 부어 완성했습니다. 과정이 꽤 까다롭죠. 석고에 청동색 페인트도 칠했는데요, 무거운 느낌을 내기보단 동상같이 금속성 재질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어릴 적 기억이 바랬다’를 표현하고자 했죠. 간단히 말해 기억이 멋스럽게 변했다는 걸 담고 싶었어요.

 

 

 

 

 

 

 

 

 

A. 두 번째 참가인데요, 업무적인 부분에 가려 잊고 지낸 예술적 감각이 되살아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소비자들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도 있고요.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디자인 방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A. 팔을 만드는데 사용했던 사실적인 표현기법을 실무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물의 비례감을 파악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고요.

 

 

 

 

 

 

A.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그 꿈이 디자이너로 실현됐죠. 인생의 기회를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작품 활동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싶고요.

 

 

기아자동차 내장디자인2팀 조정현 책임연구원

 

 

 

 

 

 

A. 기아자동차 내장디자인2팀의 조정현 책임연구원입니다. 1998년도에 입사했고요.

 

 

 

 

 

 

A.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최근 집으로 ‘발도르프의 인형’이라는 걸 가져왔어요. 인형을 보니 따뜻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작품에 응용하고 싶었죠. 인형에 자연적인 소재를 곁들이고 거기다 겨울의 느낌을 더해 완성했습니다. 다 만들고 나니 제 아이가 ‘내 것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A. 사실 좀 오래 걸렸어요. 업무를 하면서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죠. 부담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점점 형태를 갖춰나가자 없었던 흥미도 생기고 잘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만드는 게 재미가 있더라고요.

 

 

 

 

 

 

 

 

 

A. 업무에 과중을 주기보단 한 마디로 힐링타임이었습니다. 내손으로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는 거 자체가 좋았죠. 약 17년 동안을 디자인 업무에만 몰두하고 살았더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완성돼 가는 작품을 보면서 업무 몰입도도 향상됐고요. 다 끝났을 땐 성취감까지 생겼습니다.

 

 

 

 

 

 

A. 좋죠. 복 받은 거라 생각합니다. 작품 활동 시 회사의 경제적 지원도 부족하지 않게 나왔고요. 없었던 취미까지 생겼잖아요. 다음 전시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A. 가슴 설레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누가 봐도 멋진 그런 차요. 자동차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기아자동차 내장디자인1팀 김종현 책임연구원

 

 

 

 

 

 

A. 기아자동차 내장디자인1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종현 책임연구원입니다. 이 회사에서 약 13년 정도 근무했고요.

 

 

 

 

 

 

A. 영감을 얻은 것은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입니다. 어른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또 레고를 겹겹이 부착해 드라마틱한 느낌을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작품을 다 만들고 보니 중국 유적 병마총 같아졌죠. 사실 처음 의도한 작품 컨셉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더 좋은 게 생각나고 그럴 때마다 변화를 줬죠. 뜬금없는 소리지만 디자인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여러 번의 변화를 통해 완성되니까요.

 

 

 

 

 

 

A. 첫 회부터 참여했습니다. 실무만 하던 저에게는 매력적인 일이었죠.

 

 

 

 

 

 

A. 처음에는 노하우가 없어 정말 힘들었어요. 그러다 점차 참여 횟수가 늘면서 작품 제작에 대한 요령이 생겼죠.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요. 결국, 제 작품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둔 셈이죠.

 

 

 

 

 

 

 

 

 

A. 디자이너의 결과물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그 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죠. 하지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작품은 ‘나를 위한 디자인’을 만드는 동시에 ‘내가 소비자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확인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이런 이유로 내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드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일할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A. 디자이너의 기반은 미술입니다. 예술적인 감각을 먼저 배운다는 소리죠. 회사에도 순수미술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아티스트적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인 거죠.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만 알아서는 안 됩니다.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에게는 매우 긍정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A. 디자인은 응용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 미술전에서 보고 느낀 걸 인테리어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 활동을 통해 얻은 새로운 소스를 자동차 디자인에 녹여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업무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A. 초심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자’고 다짐합니다.

 

 

 

 

 

기아선행디자인팀 전정훈 책임연구원

 

 

 

5명의 디자이너를 취재하며 그들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전시된 건 자동차 디자인이 아닌 순수 창작물이었지만, 작품에 대한 진지한 설명과 초롱초롱 살아있는 눈빛을 보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바로 이들이 디자인 기아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점도 깨닫게 됐다.

 

 

 

아울러 예술을 이해하고 새로운 영감을 찾아내며, 또 그것들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만들려는 그들의 열의에서 기아차의 밝은 내일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이 미래다. 이런 디자이너들이 있는 한 디자인 기아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