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의 그랜드 C4 피카소와는 나름 인연이 있다 . 신혼여행의 즐거운 길동무가 되어준 고마운 차다 . 평범한 차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탈 기회가 있으니 이왕이면 프랑스 감성이 넘쳐나는 독특한 걸 타보고 싶었다 . 운이 좋았다 . 현지에서도 인기가 좋아 구하느라 고생했지만 ,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 . 독창적인 스타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 넉넉하면서 실용적인 공간까지 알차게 갖춰서 여행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 MPV의 교과서를 보는 듯했다 .
고효율로 MPV 의 매력 더했다
이번에 시승한 건 지난 8월 말 출시된 1.6리터 모델로 , 실속과 고효율을 앞세운 라인업이다 . 1.6 BlueHDi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내며 ,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 실내공간은 2.0 모델과 같지만 몇 가지 비싼 품목들이 빠졌다 . 대신 가격이 낮아졌다 .
차를 받자마자 한국의 알프스 ,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 한국적인 가을 정취와 , 유럽에 온 듯한 이국적인 풍경을 함께 갖춘 곳이다 . 다목적차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와도 분위기가 아주 잘 어울린다 .
뛰어난 연료효율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이다 . 멀리 여행을 떠나도 연료 부족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 . 시트로엥의 1.6리터 디젤엔진의 연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할 정도로 효율이 좋다 . 복합연비는 리터 당 15.1km, 고속도로에선 16.7km이다 . 시내주행에선 리터 당 14.0km다 . 고속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 리터 당 20km 이상도 쉽게 기록할 수 있다 . 서울에서 강원도까지의 최고 효율은 25km였다 .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거침없다 . 국도에서 앞 차를 추월할 때도 제법 가속력이 좋아 불안하지 않았다 . 힘은 생각과 달리 부족하지 않았다 . 물론 순간적인 펀치력은 약하다 . 그렇지만 가족을 태우고 험하게 몰지 않을 테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이마저도 부족하다면 2.0엔진도 있으니 고려해볼 만하다 .
세단이었으면 불안했을 길에서도 거침없다 . 정통 오프로더만 다닐 수 있는 험로가 아닌 이상에야 딱히 가지 못할 길은 없어 보였다 . 패인 곳이 많은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에도 불필요한 출렁임이 적어서 다루기 쉬웠다 . 특히 리어 서스펜션이 차분한 편이다 . 게다가 SUV보다는 높이가 낮아서 타고 내리는 동작이 자연스럽다 .
곳곳에 숨은 배려 , 가족과 함께하는 MPV
그랜드 C4 피카소의 인테리어 핵심은 엄청난 개방감이다 . 앞유리와 옆유리 사이의 프레임인 A필러는 얇게 두 갈래로 쪼개 아치 (arch) 구조로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을 주도록 디자인됐다 . 특히 파노라믹 윈드 스크린과 큰 유리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
앞좌석 햇빛가리개 위치를 지붕 쪽으로 더 밀어버릴 수 있다 . 시야가 넓어지니 지붕이 없는 차를 탄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 게다가 조수석과 운전석 독립형이어서 싸울 일이 없다 .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의 가리개를 열면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도 시원한 하늘을 볼 수 있다 . 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낙엽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 . 꽤나 낭만적인 차다 .
1열 시트 뒤엔 접이식 테이블이 있다 . 2열에 앉은 사람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 뒷좌석 (2열 )은 따로 조작할 수 있다 . 3열에 앉는 사람을 배려함과 동시에 신체 사이즈에 맞춰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 앞뒤로 150mm까지 움직인다 . 각각 시트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도 있다 .
1열 시트 사이에 있는 수납공간은 분리할 수 있다 . 이것저것 넣는 용도로 쓸 수도 있고 , 분리해도 무언가를 놓을 곳과 컵홀더가 있다 . 1열 시트 앞 숨은 공간 , 2열 바닥 밑은 물론 차 곳곳에 수납공간이 많다 . 시거잭을 연결할 곳도 많아서 전기를 쓰기 편하다 . 이런 사소한 점들은 여럿이 함께할 때 큰 도움이 된다 .
대시보드 가운데 있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에는 7인치 터치패드와 12인치 파노라믹 스크린이 장착돼있다 . 운전자는 개성에 맞게 스크린 속 계기반 형태를 세 가지 테마로 바꿀 수 있고 , USB를 연결하면 원하는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지정할 수도 있다 . 테마를 바꾸기 위해선 시스템 리부팅이 필요하다 .
여행갈 때 타고 싶은 차
시트로엥의 그랜드 C4 피카소 1.6 BlueHDi는 재주가 많아서 긴 이름을 정성껏 불러주는 게 아깝지 않다 . 독특한 겉모양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 막상 타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 속이 깊어서 오래 지낼수록 진가를 느낄 수 있다 . 소중한 사람과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날 때 꼭 한번 타보길 권한다 .
글
박찬규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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