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보이트는 위대한 챔피언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아니었지만, 수많은 팬들의 가슴속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불타는 투지를 가진 선수’로 기억된다.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라이벌들이 앞에 나서기를 피할 때, 그가 홀로 앞으로 뛰쳐나와 바람과 싸우며 피니쉬라인을 향해 달리는 모습은 수많은 사이클링스포츠 팬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수많은 챔피언들이 압도적인 신체능력으로 라이벌을 압도했다면, 옌스 보이트는 꺾이지 않는 굳센 정신으로 버티며 가혹한 프로 사이클링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집단에서 뛰쳐나와 ‘브레이크어웨이’를 시도하였을 때, 라이벌들을 모두 따돌리고 피니쉬라인을 가장 먼저 통과할 가능성은 열 번 중 한번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다리에게 “닥치고 움직여!(Shut up Legs!)"를 외치는 뜨거운 투쟁심을 가진 남자다
그는 작년 9월 ‘레이서’로서는 은퇴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이클링스포츠 팬들이 그를 기억하며, 옌스 또한 그가 프로의 커리어 마지막을 함께했던 ‘트렉 팩토리 레이싱’ 소속으로 여전히 프로사이클링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일 중 하나는 트렉바이시클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며 팬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11월 1일 옌스 보이트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11월 6일 한국을 떠나기까지 많은 팬들과 소통했다.
옌스 보이트를 만난 팬들은 그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팬 미팅에서 공식 Q&A 세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질문, 그리고 옌스 보이트의 답변을 라이드매거진이 정리해보았다.
옌스 보이트 Q&A 인터뷰
Q. 옌스 보이트, 당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출생은 1971년 9월 17일, 지금 44살이며 키는 191cm입니다. 프로 선수로 활동은 1997년에 시작했는데 사실 10살 때부터 레이싱을 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33년을 레이싱을 한 셈이죠.
아내는 스테파니 보이트, 자녀는 여섯 명입니다. 딸이 넷이고 아들이 두 명이고요. 그리고 개가 한 마리 있고, 고양이가 두 마리 있고, 토끼가 아홉 마리가 있고, 장모님이 집에 같이 사시고, 그리고 아내의 남동생도 가끔씩 집에 오기 때문에 아주 꽉 차있습니다. 그리고 온 가족의 자전거를 합치면 20대가 넘습니다.
프로선수로써 우승횟수는 작은 레이스에서 승리한 것은 제외하고 주요 대회에서 65개 정도입니다. 투르 드 프랑스에는 17번 참가 했습니다. 기록 중 하나인데 계산해보면 340스테이지를 뛴 거예요. 거의 1년 동안 매일 스테이지를 뛴 셈이군요. 그중 스테이지 승리를 2번 했고, 옐로우 저지를 2번 입었고, 산악왕 저지도 한 번 입었습니다.
그리고 은퇴하면서 51.11km의 기록으로 아워레코드를 깼죠. 그리고 100번의 낙차사고와 11번의 골절이 있었고, 25개의 핀과 나사가 몸속에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트랙과의 관계는 2014년에 트렉 팩토리 레이싱에 있었고, 2013, 2012, 2011년에는 라디오섁-레오파드, 라디오섁-닛산, 레오파드 트렉 팀에 있었습니다. 거의 4년 동안 트렉과 함께 했고요.
Q. 옌스 보이트, 당신은 은퇴 당시 코치 혹은 선수를 지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트렉 팩토리 레이싱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현재 트렉 팩토리 레이싱 소속으로 크게 3가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여러 미디어를 상대하는 일이지만, 미래에는 코치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트랙 트래블(Travel)이라고 해서 트렉이 운영하는 여행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고요. 세 번째는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인데 트렉 자전거와 본트래거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Q. 프로 레이서가 된 계기가 무엇이며, 만약 레이서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A.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9살 무렵입니다. 10살이 되던 해의 생일쯤 지역 사이클링 팀에 가입을 하면 반짝이는 신품 자전거를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0살의 아이에게 자전거를 준다고 하면 누구라도 신나게 가입했겠죠? 평소에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만약에 레이서가 아니었다면 생물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Q. 가장 고통스러웠던 라이딩은?
A. 2012년의 한 대회에서 시차적응도 못하고 레이스에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20km지점에 힐클라임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힘들어서 평소 클라임을 굉장히 못한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에게도 뒤처지면서 올라왔어요. 경기가 다 끝나고 나서 마사지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너무 힘들어 보이니까 부축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Q. 많은 선수들과 투어를 다니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선수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피터 사간이 제일 인상이 깊었습니다. 계속해서 우승하려는 열정이 멋있고 라이딩 스타일도 멋있죠. 저도 피터 사간처럼 되고 싶군요.
Q. 자녀가 많은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사이클리스트의 꿈을 꾸는 아이가 있나요?
A. 첫째 아들은 아내를 많이 닮아서 인내가 필요한 스포츠는 잘 못합니다. 둘째 아들은 자전거를 4년 동안 탔는데, 지금 16살이 되어 사춘기가 오니 이성에 눈을 뜨면서 ‘더 이상 자전거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사실 이 아이는 11살에 레이스에 참가해 바로 우승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제가 10살 때 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페달링도 좋고, 라이딩스타일도 좋고, 힘도 좋아서 타고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전거를 타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사이클리스트로 실망하기도 했죠. 하지만 아빠로서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손도 골절되었고, 몸 안에 티타늄 플레이트가 들어있고, 온 몸은 다 부서진 것을 붙였고, 이런 경험을 아들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는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Q. 사이클링이 굉장히 힘든 스포츠로 알려져 있고, 과거에 많은 선수들이 도핑을 하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도핑이 처음에는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시작했다가 점점 레이스에서 성적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변했는데 혹시 도핑에 대한 유혹이 없었나요? 그리고 도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아마 제가 부모님이나 자식에게 지금까지 제가 거짓된 방법으로 이겼다고 말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랜스 암스트롱이 계속 팀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하기도 했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로 그가 도핑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거든요. 저는 부자가 아니고 소박하게 살지만, 인생을 뒤돌아보았을 때 자식들과 아내에게 제 삶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에 도핑에 대해 고민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Q. 랜스 암스트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예전에 2등을 했던 대회들, 2002년 유타에서 랜스 바로 뒤에 들어와 2등을 한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생각해보면 제 승리인 것 같고, 2006년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에서 라이파이머 다음에 들어왔는데 그것도 돌아보면 제 우승이었던 것 같아 씁쓸하네요. 하지만 진실이 밝혀졌으니 나름 위로가 됩니다.
사실 이런 어두운 역사는 뒤돌아보기 싫은 과거이기도 합니다. 저는 도핑을 안 하는 것을 선택했고, 큰 부와 명예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저를 사랑해준다는 것, 그리고 긴 프로 레이서의 커리어를 행복하게 끝낸 것에 만족합니다.
Q. 아워레코드 기록에 도전하며 스위스 벨로드롬을 달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
A. 아워레코드에 도전하기 전,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고 처음 시작한 후 몇 분 되지 않았을 때 ‘어? 별로 어렵지 않겠는 걸?’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30분 정도 지났을 때 ‘지금까지 잘 했지만, 이걸 이만큼 더 해야 되는 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드디어 아워레코드를 끝마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주행이 끝나고 나면 은퇴하는 것이다 보니 아쉽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수많은 팬들 앞에서 제가 달릴 일이 없다는 일에 대한 섭섭함이랄까요.
은퇴하고 난 뒤에 느끼는 것은 선수시절처럼 강하지 않다는 것이 아쉽지만, 대신 여유가 있다 보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맥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어 좋습니다.
Q. 오랜 선수 생활 중 많은 사고들이 있어 후유증도 있을듯한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 별명이 독일탱크인 이유가 평소 넘어지거나 부상을 당해도 별로 크게 고통을 느끼지 않아서입니다. 또 다행이었던 것은 은퇴하기 전까지 심한 낙차가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달리기를 즐겨합니다. 사실 선수생활에서 은퇴하고 나니 아내가 집안일을 시키는데, 청소도 하고 정원도 손질하고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자전거를 타기가 어려워서 간단히 달리기로 운동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예요. 참고로 아워레코드 이후 3개월 정도는 휴식이 필요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Q. 선수시절 비시즌에는 어떻게 몸을 만들고 훈련했나요?
A. 오직 자전거만 타는 것이 아니라 수영, 러닝, 인라인스케이트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롤러가 달린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같은 운동, 또 중요한 것으로 코어 운동을 많이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합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옌스의 업무 중 하나가 ‘트렉의 프로토타입을 테스트 해보는 일’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트렉의 제품 중 개발에 참가한 것이 있나요? 그리고 트렉의 자전거중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아워레코드 때 사용한 헬멧의 경우에도 처음에 프로토타입을 사용해본 뒤 피드백을 통해 개량이 되어 나온 헬멧입니다. 아워레코드 헬멧이 개량되어 발리스타 헬멧이 탄생되었죠. 그리고 제 업무는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트렉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면 제게 의견을 묻습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이상하게 생긴 프로토타입도 있죠.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는 원래 심플하고 클라이밍 할 때 가볍고 단단한 에몬다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타는 마돈은 제가 타본 자전거 중 가장 좋은 자전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로드바이크의 디스크 브레이크 장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자전거를 좋아하고, 처음에는 ‘로드바이크에 왜 디스크브레이크가 필요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팀 선수가 도마니 디스크를 타고 다운힐 하던 중 주위의 모든 선수들이 낙차 했을 때 혼자서 디스크브레이크 덕분에 낙차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레이크보다 타이어의 그립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수많은 어택을 했고 대부분을 실패했는데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A. 어택을 할 때는 거의 10% 승률인걸 알지만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무척 기쁩니다. 그리고 만약 실패했다면 다음날 또 합니다. 될 때 까지 계속 합니다.
Q. 굉장히 힘든 오르막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나요?
A. 분명 다른 사람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달립니다. 그리고 제가 더 앞으로 가면 상대방은 더 힘들 거라고도요.
Q. 프로 선수생활을 무척 오래 했는데, 힘들 때 자전거에 대한 열정은 어디에서 찾았나요?
A. 이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매년 한번은 승리했죠. 그래서 다음 해에도 다시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전거 타는 것이 직업인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냥 나가서 자전거 타는 것이 좋아서 계속 선수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하나는 자신을 완전히 믿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비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성공했을 때 누가 자신을 도와줬고 함께했는지 그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글
장낙규 rockyou@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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