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월드랠리챔피언십) 드라이버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더 랠리스트. 빠른 진행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더했다는 평이지만, 많은 참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뒷담화를 이어간다.


많은 지원자들의 탈락, 극에 달한 스트레스



입소 1시간 만에 체력 테스트에서 1명 퇴소, 입소 16시간 야간 슬라럼에서 3명 퇴소, 입소 이틀 만에 긴급 회피 미션에서 9명 퇴소 위기, 포장도로 탈출 미션에서 2명 퇴소. 이어지는 미션 속 작은 실수 하나가 더 랠리스트 합숙소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됐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는 합숙소 생활은 지원자들에게 점점 스트레스로 쌓여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편하게 이야기하거나 친해질 시간이 없는 건 물론, 단합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같은 방을 사용하는 룸메이트나,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거나, 같이 담배를 나눠 피는 사이라면 조금 친해질 시간이 있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결국 정신력에 문제가 생겨 퇴소하는 지원자의 인원이 늘어났다.


앞으로가 아닌 현재 실력으로 선발했다?



톱21(Top 21) 멤버는 이미 드라이버로서 이름을 알린 선수가 여럿 있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지원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미션 탈락자는 의외인 경우가 많아 조금은 다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록으로 평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참가자 중 “연습이나 훈련이 거의 없었더라면 차라리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운전실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실력을 배양하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랐던 게 아닐까. 드라이버를 단시간에 선발해서 지원하겠다는 건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겠다.


예능? 다큐?



더랠리스트는 리얼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공정한 심사와 테스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진행 과정에서 특정인을 몰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방송을 보면 스포트라이트가 임채원 선수에게 집중된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그랬다. 다들 임채원이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기본 체력과 운전실력이 뛰어났기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를 수 밖에 없었을 거다. 첫 번째 뒷담화에서 얘기한 내정자에 대한 의문이 슬그머니 올라올 법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는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



그리고 연예인이 나오면 ‘예능’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소녀시대’ 유리가 나오는 더랠리스트는 예능일까?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바라봐야 할까? 실제 미션 상황에서는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다들 미션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너무나 집중한 모습에 말을 걸기조차 무서울 정도였다.



선수마다 경기에 앞서, 테스트에 앞서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씩 다르다. 조용히 집중하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양하다. 그런데 랠리스트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현장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오디션에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진지함 속에 제작진과 출연진의 “예능이냐, 다큐냐”의 줄다리기는 계속 이어진다.

방송에서 빠른 전개가 좋았다는 얘기가 있지만, 더 랠리스트 지원자들은 정신이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글/ 이진욱 sgoon@hotmail.co.kr
사진/ SBS 더랠리스트
정리/ 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