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틀 클럽 에디션’ 타보니…



“와아! 이 차 뭐지?”

골목으로 들어서자 20대로 보이는 젊은 아가씨 두 명이 차를 보며 탄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승차를 타고 있지만 내 차인 양 어깨가 으슥해지는 순간이다. 다른 한 여성이 대답을 한다. “응~ 폭스바겐” 아니, 그건 회사 이름이고, 이 차의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건가? 패밀리룩이 모든 차종에 적용된 벤츠라면 모를까, 개성이 이토록 강한 ‘더 비틀’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니!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이라면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차에 관심이 많은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차장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자전거를 탄 중년 남성이 가까이 다가와 묻는다. “이 차가 뉴 비틀이예요? 예쁘네요.” 차를 좀 알고 계시는 거 같다. ‘비틀’까지는 맞췄지만, 정답은 아니다. 정확히는 ‘뉴 비틀’이 아닌 ‘더 비틀’이 맞다.


‘타입 1’에서 시작한 ‘더 비틀’



이번에 탄 차의 정확한 이름은 ‘폭스바겐 더 비틀 클럽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한정판으로 나온 모델이라 이름이 길다. 긴 이름만큼 이 차의 역사도 길다. 시승에 앞서 ‘비틀’의 역사에 대해 공부가 필요했다.

‘비틀’은 차 모양 때문에 ‘딱정벌레’라고 불린다. 처음부터 그렇게 부른 건 아니다. 시초는 1938년 ‘독일의 국민차’ 생산 의뢰를 받은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폭스바겐 타입 1’이란 이름으로 설계해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폭스바겐 타입 1(사진왼쪽)과 폭스바겐 뉴 비틀(오른쪽)

그 후 1967년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딱정벌레라는 뜻의 ‘비틀(Beetle)’이란 이름을 사용하면서 공식 모델명이 됐다. 초기 모델은 후륜구동(RR) 방식이었다. 1998년 ‘뉴 비틀’로 새롭게 탄생하면서 ‘골프’와 플랫폼을 함께 사용하는 전륜구동(FF)으로 바뀌었다. 3세대 ‘더 비틀’은 초기 비틀의 모습을 이어가면서도 기존의 귀여움 보다는 남성적인 강인함이 더해진 모델로 2012년 등장했다.



비틀은 1938년 출시 이래 80여 년간 2,250만대가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링 차 중의 하나다. 그만큼 폭스바겐을 대표할만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두 아가씨가 ‘이 차는 폭스바겐’라고 말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물론 자세한 내용을 모르더라도…


‘더 비틀 클럽 리미티드 에디션’만의 특별함



이번에 시승한 ‘더 비틀 클럽 리미티드 에디션’은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이 차는 ‘더 비틀’의 겉과 속에 특별한 장식을 추가한 한정판 모델이다. 검정색 외관에는 빨간색의 사이드미러와 도어 하단에 같은 색 줄무늬 데칼을 붙였다. ‘Club’ 로고도 찾아볼 수 있다. 외관에는 빨간 글씨 데칼을 적용했다. 문을 열면 도어 스커프 플레이트와 스티어링 휠에 금속으로 이름을 새겼다. 더불어 클럽 에디션만의 17인치 ‘라베나(Ravenna)’ 알로이 휠이 적용됐다.



실내는 좀 더 특별하다. 짙은 회색의 직물 시트는 체크 무늬 옷을 입었다. 주황색과 밝은 회색이 교차하는 체크 무늬 시트는 어두운 실내를 경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차 문을 열 때 발랄한 기분이 든다. 시트뿐 아니라 기어노브 하단 가죽 커버와 센터콘솔 팔걸이에 한 땀 한 땀 장인(?)이 수놓았을 것 같은 주황색 스티치 무늬도 여기에 한 몫 한다.



실내 전면부에는 물결 무늬가 잔잔히 들어간 은색 패널이 길게 적용됐다. 은근 고급스럽다. 그 위로 대시보드 가운데엔 둥근 게이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마치 스포츠카의 수많은 게이지가 연상된다. 왼쪽 첫 번째 게이지는 엔진오일 온도계, 가운데는 스톱워치, 마지막 오른쪽은 터보 부스트 게이지다.



솔직하게 말하면, 시승하는 초반엔 게이지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사흘 정도 지나니 슬슬 눈길이 갔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상시 운전할 때도 엔진오일 온도엔 크게 신경 쓰지 않을뿐더러 스톱워치로 기록을 재는 일은 더더욱 없어서다. 이 두 가지는 운전하는 동안 크게 변화가 없는 게이지이기도 했다. 온도계는 시동을 걸기 전엔 50이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85~100 사이에 거의 고정됐다. 스톱워치는 사용할 일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덴 9.4초가 걸리는데, 스톱워치로 직접 재본다면 이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게 분명했다. 괜히 시간이라도 쟀다가 실망할거 같아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터보 부스트 게이지만큼은 제일 바쁜 모습을 보였다. 엑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늘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운전석에서 제일 멀고, 운전하는 동안 전방 시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바늘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제대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그렇지만, 발 끝으로 페달을 밟는 대로 차 뒤로 배기음이 울려 퍼지고 눈 앞에 바늘은 바삐 움직였다. 운전하는 동안은 촉감과 청각, 그리고 시각이 다같이 즐거웠다.


‘펀(FUN) 드라이빙’으로 ‘어른의 장난감’이 되다



이 차는 문이 2개다. 이 말은 ‘쿠페’에 속한다는 뜻이다. 모양은 귀엽게 생긴 장난감을 연상시키지만 형태상 굳이 구분하자면 ‘스포츠카(?)’로 보는 게 맞다. 그렇다 보니 뒷좌석은 앞 좌석을 접고 몸을 최대한 구부려 타야 되므로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뒷좌석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 타기엔 무리가 있다. 머리 위나 무릎 앞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뒷좌석은 두 명만 앉을 수 있게 돼있다. 총 승차인원은 운전자를 포함해 네 명이다. 그렇지만, 트렁크 공간은 310리터로 널찍해 보였다. 뒤 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이 늘어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뒷좌석이 좁은 대신 앞 좌석은 넉넉하다. 운전자를 위한 차라는 느낌이다. 이 차는 2.0리터 TDI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40마력(PS, @4,200rpm), 최대토크 32.6kg.m(@1,750~2,500rpm)의 힘을 낸다. 폭발적인 힘은 아니지만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높은 토크를 발휘해 발 끝에 힘을 가하면 차가 빠르게 튀어 나간다.



여기에 드라이브 모드를 ‘S’ 즉, 스포츠로 바꾸면 더욱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 여유있게 달리던 차는 ‘S’ 모드로 바꾸자 순식간에 날렵해졌다. 속도를 올려봤다. 급하지 않으면서 꾸준하고 힘있게 달렸다. 둥근 차체 때문인지는 몰라도 빠른 속도에도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을 잘 유지했다.

코너에서는 무게중심도 낮고 묵직한 차가 빠르게 돌아 나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대도 않던 실력발휘다. 차 모양만 장난감이 아니라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특히, 대시보드 위에 있는 부스트 게이지 바늘이 오른쪽 끝을 칠 때는 더욱 짜릿함을 느꼈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적절히 타고 다닌 후 트립 컴퓨터에 찍힌 연비를 보니 리터당 15.2km가 나왔다. 중간중간 과격하게 몰아보기도 하고 특별히 연비운전을 하지 않았는데 공인 복합연비 15.4km에 근접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를 사로잡는 디자인



이전 세대인 ‘뉴 비틀’이 노랑, 빨강 등 원색적인 색깔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더 비틀’은 검정과 은색 등 무채색으로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클럽 에디션’은 나만의 개성을 좀 더 강조하고픈 사람에게 더 어울릴만한 차다. 디자인이면 디자인, 성능이면 성능, 여기에 개성까지 갖춰 재미있는 운전과 멋까지 낼 수 있는 젊은 감성에 어울리는 차다.




글 : 김진아 기자
사진 : 김진아 기자,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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