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터보라 … ” 감이 잘 오지 않았다 . 오랜 시간 자연흡기만을 고집해온 IS에 터보를 얹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 괜히 설렜다 . 간절한 바람이 비라도 되어 돌아온 걸까 . ‘IS200t’를 타는 날 , 비가 쉴 새 없이 내렸다 . 설상가상 . 도로마저 꽉 막혀서 퍼포먼스를 제대로 느끼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 이럴 땐 포기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 악조건 속에서도 최대한 차를 느끼려 노력했다 . 놀라웠다 . 터보 엔진의 부드러운 가속감 , 빠른 변속 , 단단한 차체 , 조용한 실내 모두 인상적이었다 . 렉서스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
부드러움과 강력함을 동시에
11월 12일 열린 ‘IS200t’ 시승행사는 제 2 롯데월드 토요타 ㆍ렉서스 카페인 ‘커넥트 투 ’를 출발해 외곽 순환도로를 달려 김포 ‘아라마리나 컨벤션 ’을 돌아오는 총 162km코스로 구성됐다 .
IS200t는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245마력 (@5,800), 최대토크 35.7kg ㆍ m(@1,650~4,400)의 힘을 낸다 . 렉서스에 따르면 이 엔진엔 세계 최초 수랭식 배기 매니폴드 일체형 실린더 헤드가 적용됐다 . 보통은 차가운 공기를 이용해 열을 식히지만 , 과감하게 수랭식 인터쿨러 시스템을 썼다 . 아울러 배기 매니폴드를 실린더 헤드 일체형으로 만들면서 터보차저의 터빈을 돌리는 배기 라인 길이가 짧아졌고 , 결국 반응성을 조금이나마 더 빠르게 이끌어내 터보랙을 줄인 게 특징이다 .
렉서스가 만든 터보 . 궁금증이 점점 커졌다 . 간단한 브리핑을 마치고 서둘러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시승한 트림은 4,950만원 짜리 ‘수프림 ’. ‘F-Sport’가 아니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나쁘지 않았다 . 주차장을 빠져나올 무렵 비가 오기 시작했다 .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비가 온다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 맑은 날에만 차를 타는 건 아니니까 .
잠실을 벗어나 외곽순환도로에 접어들었다 . 잠시나마 달려볼 기회가 생겼다 .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 첫인상은 조금 아쉬웠다 . 처음부터 강하게 몰아붙이는 스타일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부드러운 가속감에 매력을 느꼈다 . 부족함 없이 꾸준하게 차를 밀어붙였다 . 부드러움 때문에 녀석의 힘이 약하게 느껴진 것 같다 .
코너링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는데 , 변속기의 역할이 컸다 . 렉서스의 고성능 스포츠카 ‘RC F’와 같은 ‘8단 SPDS(스포츠 다이렉트 시프트 )’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 코너에 들어가기 전 속도를 줄이면 , G센서가 자동차의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으로 기어를 내려주는 ‘G AI-SHIFT 컨트롤 ’ 시스템이 적용됐다 . 적정 엔진 회전수를 보정해주며 빠른 코너 탈출을 돕기에 운전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 물론 패들시프터를 이용해 수동 변속을 즐길 수도 있다 .
이 차는 기어 레버 밑에 있는 다이얼을 통해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수 있다 . 에코 , 노멀 , 스포츠로 총 3가지다 .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의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 반응이 한결 빨라졌다 . 스티어링 휠은 조금 묵직해졌고 변속 시점도 달라졌다 . 반대로 에코모드에서는 최대한 RPM을 낮게 유지하며 달릴 수 있었다 .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지만 리터당 약 13km의 연비를 보였다 . 교통상황이 좋지 않고 과격하게 달린 걸 감안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수치다 . 아쉽게도 시승상황 탓에 모드에 따른 서스펜션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
브레이크 성능은 무난했다 . 고속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안정감 있게 속도를 줄였다 . 빗길이었기 때문에 불안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 페달은 조금 무른 느낌이었지만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 일반적인 상황에서 큰 불편함 없는 세팅이 아닐까 싶다 .
렉서스의 감성을 그대로
짜릿함 대신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며 움직였다 . 엔트리급 차를 타고 있지만 대접을 받는 느낌이었다 . 모든 것이 편안했다 . 몸에 닿는 가죽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 정숙성도 한 몫 했다 . 이 녀석은 귀를 즐겁게 하는 배기음 ,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 , 풍절음 따위는 전혀 없었다 . 가속페달을 꾹 밟아 가속할 때도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거의 없었다 .
렉서스가 만든 터보 스포츠 세단 IS200t. 렉서스 관계자가 강조했던 ‘부드러움 가속감 ’.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차였다 . 200마력이 넘는 차를 타고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도 오히려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차였다 . 다른 브랜드들도 터보 엔진을 장착한 차들은 많다 . 하지만 이 차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 조금 특별함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해 볼만한 차다 . 새로움에 특유의 감성을 잘 녹여내고 있는 점에 대해 조용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
글
허인학 heo@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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