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
지난주 현대차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이 ‘WOW작품 미디어데이’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WOW? 뭔가 감탄사를 불러일으킬 만한 전시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WOW’는 일본의 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명칭이었다. 이름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도대체 어떤 작품이 전시될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행사가 열린 지난 1월13일, 모터스튜디오에 직접 가봤다.
신선했던 작품
멀리서부터 화려한 미디어 아트가 두 눈을 사로잡았다. 건물 밖 커다랗고 네모난 스크린 안에서 각양각색의 점과 선이 요동치고 있었다. 쉽게 접하지 못한 이유에선지 색다름이 느껴졌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바라보게 된다. 묘했다. 문득 ‘이게 무슨 관련이 있길래 여기까지 왔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자체는 매우 신선했지만, 차와 관련된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클럽에 정장을 입고 온 사람을 본 느낌이었다. 덕분에 작가들한테 물어볼 게 생겼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평소의 차분함과 다른,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작품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들과의 만남이 예정된 오후 5시가 되자 행사가 바로 진행됐다. WOW의 콘셉터 유키 다자키(Yuki Tazaki)와 작품 제작에 참여한 아트 플랫폼 SANDWICH 디렉터 코헤이 나와(Kohei Nawa)가 작품 설명을 시작했다.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 디지털 아트의 미학, 예술의 정의 등 자동차 기자로선 알기 어려운 말들이 마이크를 통해 귀로 전달됐다. 솔직히는 작품 설명서에 적힌 것들을 이해하는 게 더 쉬웠다.
WOW의 작품명은 ‘유니티 오브 모션(Unity of Motion)’. 기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어우러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란다. 인간을 상징하는 센서 조각 ‘하트(Heart)’와 기계 디지털 네트워크를 상징하는 삼각형 모니터 머신(Machine)’, 마지막으로 자연과 생명을 의미하는 거대한 벽 네이쳐(Nature)’로 구성됐으며 독립적인 3개의 작품이 인간의 심장을 매개체로 활용, 하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주된 볼거리라고 프린팅돼 있었다. 간단히 보면 센서에 손을 갖다 대면 이를 통해 사람의 심장박동을 읽고, 그걸 다시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방식인 셈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체험해봤다. 현대차의 엔진 부품 중 하나인 피스톤이 센서 역할을 대신했다. 조형물(하트)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잠시 후, 머리 앞뒤로 세팅된 미디어 월(네이쳐)과 큼직한 스크린(머신) 속에서 미디어 아트가 펼쳐졌다. 사람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여전히 이 작품이 차 브랜드 체험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과 관련돼 보이는 건 ‘현대차 엔진 피스톤’뿐이었으니까.
글로벌기업에 걸맞은 문화활동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소할 Q&A시간도 마련됐다.
“WOW의 작품에서 현대차 브랜드의 어떤 점을 체험할 수 있죠?”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 WOW 프로젝트를 총괄한 현대차 이대형 아트디렉터에게 질문을 던졌다.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이번 전시와 같은 문화활동이 현대차와 소비자들 간의 부드러운 소통은 물론 브랜드 가치 상승에 꼭 필요한 도구가 될 거라 판단했습니다” 그의 대답이다.
아울러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21세기는 문화를 선점하는 회사가 산업의 우위에 설 수 있고, 현대차가 그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앞으로도 WOW 프로젝트와 같은 현대미술 전시 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겁니다”
현대차가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라크마(LACMA) 등과 10년 장기 현대미술 프로젝트 계약을 따낸 것과 국내에서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움직임의 미학 등을 진행하는 것 모두 결과적으로 브랜드 문화의 질적 성장 및 글로벌 기업다운 행보에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도 쉽게 공감이 가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차 브랜드가 만든 전시공간에서는 ‘차와 관련된 작품을 전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한가지, 현대차의 예술에 대한 방향성은 수긍이 갔다. 지난 세기가 문자 해독 능력에 바탕을 둔 산업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이미지를 이해하고 상상력이 가미된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한 사람·기업이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으니까.
공감 가는 작품 많이 선보이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의 전시 이력을 살펴봤다. 자료를 살펴보니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앙상블(ENSEMBLE)’이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를 타고 자동차 내부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를 지닌 작품이다. 미니카 8대가 제네시스 쿠페 내부를 다니며 촬영한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이색적인 설치 미술이었다.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스마트폰 화면으로도 쉽게 공감이 갔다. 차 회사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이에 반해 WOW의 작품은 굳이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이 아니더라도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코엑스와 같은 장소에 설치했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해야 한다. 단지 공간을 채우는 전시가 아니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전시면 더 좋을 거 같다. 게다가 여기에 아주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번 전시회를 예로 들자면 “사람의 심장과, 자동차의 심장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는 얘기라도 끼워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는 “현대차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들려는 노력의 표현입니다” 따위의 말도 멋졌을 거 같다.
현대모터스튜디오라는 공간을 만든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어도 쉽게 소통하며 현대차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다음 번엔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작가의 입장이 아니라 작품을 모르더라도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노력이 결국 소통의 시작이다.
글
문서우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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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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