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가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튼튼한 프레임과 미끄러지지 않는 타이어, 그리고 강력한 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라면 대부분의 산길을 달리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무엇을 더해야 할까? 아마 대부분의 라이더가 ‘서스펜션’을 지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스펜션이 MTB의 필수품은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안장에서 일어나 팔과 무릎을 굽힌 자세로 몸의 탄성을 이용해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며 달리는 것이 MTB 라이딩 기술이었고 사실 이 기본기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많은 MTB라이더들이 ‘하드테일’ MTB를 선호한다. 하드테일 MTB는 단순하고 가벼운 구조가 특징이며 마니아들 중에는 노면의 충격을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달리는 테크니컬 한 라이딩 자체를 즐기는 이도 있다. 물론 자전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더의 취향이며 반드시 최신 기술의 MTB를 타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산에서는 풀서스펜션이 하드테일보다 빠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트렉 퓨엘 EX은 120mm 트래블의 풀서스펜션 MTB다. 크로스컨트리(XC) 레이스용 MTB의 서스펜션 트래블이 보통 100mm라는 점을 생각하고 이와 비교하면 트렉 퓨엘 EX의 특징을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크로스컨트리 레이스 코스보다 ‘20%’ 더 거친 노면을, 임도에서 싱글트렉까지 일반적인 ‘산길’을 재미있게 달리는데 초점을 둔 MTB다.

 

 

MTB의 서스펜션은 단순히 노면 충격을 흡수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장치가 아니다. 오프로드를 빠르게 질주하다보면 자전거 바퀴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고, 이때 라이더는 자전거에 대한 컨트롤을 잃어버린다. 바퀴가 허공에 떠올랐는데 아무리 핸들을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잡아도 자전거가 말을 들을 리 없다.

 

따라서 자전거 메이커들은 서스펜션을 개발할 때 바퀴가 노면의 미세한 굴곡에도 반응해 찰떡같이 땅에 붙어있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거친 내리막을 질주할 때 '와달탈탈‘거리는 바퀴의 상하운동을 얼마나 민감하게 잘 흡수해주는지가 MTB 서스펜션의 생명이자 자전거 메이커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렉 퓨엘 EX 9의 무게는 12.7kg, 입문용 하드테일과 비슷하거나 약간 무거운 수준이다. 그러나 트렉 퓨엘 EX 9은 상당히 오르막이 쉬운 자전거다. 페달링 시 힘 손실이 적을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해 추진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서스펜션이 만들어내는 타이어의 높은 접지력 때문에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고 자전거를 다루기가 수월하다. 오르막에서 스피드에 대한 집착을 포기한다면 가벼운 기어비로 대부분의 산길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오르막길에서는 하드테일에게 선두를 내주었다면, 내리막길에서는 다시 추월할 차례가 돌아온다. 하드테일 라이더가 안장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뒤로 쑥 빼며 달려야 하는 내리막길을 트렉 퓨엘 EX라면 그냥 페달을 밟아 질주하며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친 길에서 체중을 이동하며 달리는 기본적인 산악 주행 테크닉은 필요하지만, 하드테일보다 높은 안정감을 느끼는 가운데 자전거를 쉽게 다룰 수 있다.

 

특히 하드테일을 탈 때 불안감을 느꼈던 코스를 퓨엘 EX와 함께 달렸을 때, 평소와 달리 코스가 쉽고 재미있게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필자가 초보 시절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고, 입문자에게 오히려 풀서스펜션 트레일바이크를 권하는 이유다.

 

 

 

 

 

트렉의 풀서스펜션 MTB는 가히 세계최고수준의 서스펜션 기술로 만들어진 자전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실 MTB 서스펜션은 종류가 무척 다양하며 이중 어느 것이 최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풀 플로터(Full Floater)’와 ‘ABP(Active Braking Pivot)’이라는 두 가지 핵심기술을 담아 완성한 트렉의 서스펜션 시스템은 라이더의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그 기술수준과 완성도에서 다른 어떤 서스펜션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풀서스펜션 MTB 프레임은 뒷바퀴의 충격에 반응하는 리어서스펜션과 앞쪽의 메인프레임 사이에 스프링(리어쇽)이 장착되어 충격을 흡수한다. 하지만 트렉의 풀 플로터 시스템은 스프링이 메인프레임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떠있는(Float)’ 구조다. 스프링은 리어서스펜션의 스윙암과 락커링크 사이를 연결하며 서스펜션의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 기존의 서스펜션과 풀 플로터(푸른 색 그림자)를 비교해보면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풀 플로터 방식은 서스펜션의 작동범위가 더 크며, 리어쇽의 반응 또한 기존의 방식보다 더욱 부드럽다.

 

풀 플로터 서스펜션의 특징은 그림을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뒷바퀴의 충격을 받아 스윙암이 위로 올라가면서 락커링크를 움직이면, 락커링크는 리어쇽을 압축하게 된다. 그런데 풀 플로터의 경우 리어쇽이 메인프레임에 완전히 고정되어 압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아래로 움직이면서 압력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쇽의 작동거리가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

 

 

에어스프링을 적용한 리어쇽의 경우 초기 충격에는 부드럽게 반응하지만, 쇽이 압축될수록 내부 압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며 단단해지려는 성격이 있다. 따라서 쇽이 빠르게 압축되는 경우보다 서서히 압축되는 경우가 전체적으로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풀 플로터 시스템을 적용한 트렉 퓨엘 EX 27.5의 리어쇽은 작동 거리가 길어진 만큼 충격을 받았을 때 리어쇽 내부 에어스프링의 압력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현상을 감소시켜 노면의 변화에 보다 균일하고 부드럽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실제의 라이딩에서도 서스펜션 트래블 전체를 사용하며 달려도 쇽이 압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부드럽고 유연하게 압축되는 느낌이 일품이다.

 

쇽은 EVOL(Extra VOLume, 에어챔버 외부로 공간을 확장해 용량을 키움)을 적용했고 펜스케가 튜닝 한 폭스 플로트다. 단, 다른 애프터마켓의 쇽으로 교체할 경우 이 같은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풀 플로터 시스템과 함께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특징은 트렉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서스펜션 피봇 시스템인 ‘ABP’다. 풀서스펜션 MTB 중에는 뒷바퀴의 액슬이 체인스테이에, 브레이크가 시트스테이에 장착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같은 기존 서스펜션 시스템은 뒷바퀴의 브레이크가 작동할 때 시트스테이에 장착된 브레이크가 체인스테이에 장착된 뒷바퀴를 꽉 잡으면서 체인스테이-시트스테이가 한 덩어리가 된 것과 같은 효과, 즉 서스펜션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일명 브레이크 잭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트렉의 ABP는 브레이크가 뒷바퀴를 멈추더라도 서스펜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중 큰 충격을 받더라도 서스펜션은 항상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며 노면의 굴국을 따라 움직인다. ABP의 효과는 이미 레이스에서 입증되었고, 차별화된 트렉 풀서스펜션 MTB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결론적으로 풀 플로터와 ABP는 어떤 상황에서도 서스펜션의 유연한 움직임을 보장한다. 이미 수년간 트렉의 풀서스펜션 MTB에 적용되어 테스트와 개선을 거듭해온 트렉 리어서스펜션 구조는 더 이상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트렉은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포뮬러1 레이스카의 서스펜션을 개발/튜닝하는 펜스케 레이싱과의 합작을 통해 탄생한 리액티브(RE:AKTIV) 리어쇽은 폭스 플로트를 베이스로 개발되었으나 트렉의 MTB 프레임에 최적화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튜닝 되었다.

 

 

 

 

 

트렉은 27.5인치와 29인치 두 가지 휠 사이즈를 모두 지원하는 자전거 메이커 중 하나다. 사실 XC레이스에서는 일부 자전거 메이커들이 바퀴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말할 만큼 29인치 휠이 많은 장점을 가진 것이 사실이며, 29인치는 북미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27.5인치 휠은 기존 26인치 휠 사용자가 처음 접할 때 이질감이 적으며, 체구가 작은 라이더의 경우 29인치보다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트렉 퓨엘 EX는 29인치와 27.5인치 두 가지 휠의 모델이 모두 나오는데, 레이스용 최상위 모델이 29인치 휠을 채택했지만 국내의 라이더에게는 27.5인치 모델이 더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거 라이드매거진은 29인치 휠을 장착한 퓨엘 EX를 시승한 적이 있었고, 이와 비교해 27.5인치 모델이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시승을 시작했다.

 

 

29인치 휠은 일단 가속이 붙은 다음 꾸준히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기 편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숙련된 라이더가 고속주행 할 때 진가를 발휘하며, 때문에 최상급 모델인 트렉 퓨엘 EX 9.9는 29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로만 출시된다. 반면 27.5의 장점은 29인치 휠에 비해 가속이 빠르고 경쾌하며 핸들을 다루기가 쉽다. 휠 직경이 29인치보다 조금 작은 만큼 페달을 밟았을 때 조금 더 강한 토크로 지면을 차고 달리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두 가지 휠을 모두 경험해본 라이더에게 물었을 때, 카본 휠을 장착한 최상급 모델이 아니라면 27.5인치 휠 쪽이 부담 없다는 생각은 아마 필자만의 의견이 아닐 것이다.

 

 

29인치 휠에는 1×11단 구동계가 조금 버거울 수 있지만, 27.5인치와는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다. 체인링의 변속을 할 필요가 없으니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도 적다. 아마 체인링 트러블로 고생해본 경험이 있는 라이더가 1×11단 구동계를 처음 사용해본다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오르막이 나오면 꾹꾹, 다운힐이 시작되면 딸깍딸깍’으로 충분하다. 다루기 쉽고 경쾌한 라이딩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프레임의 지오메트리엔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키 173의 필자에게 15.5는 조금 작고 17.5는 조금 크다. 실제로 탔을 때 크게 어색한 느낌은 아니지만 16.5나 17에 해당하는 중간 사이즈 프레임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탑튜브와 휠베이스가 특별히 긴 느낌은 아니며, 안장에서 핸들까지 길이를 기준으로 몸에 맞는 사이즈를 선택한다면 대부분의 라이더가 큰 무리 없이 탈 수 있을 것이다.

 

 

트렉 특유의 E2 테이퍼드 스티어러튜브를 적용한 포크와 서스펜션 시스템이 어우러져 민첩한 핸들링과 전체적인 안정감을 함께 구현했다. 사실 트렉의 자전거 대부분을 시승했을 때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어떤 라이더가 타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겉만 보아선 쉽게 알 수 없지만 기성품임에도 맞춤처럼 편안하고 만족스럽다는 일관된 느낌을 준다는 점, 이것이 트렉의 진정한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트렉 퓨엘 EX는 MTB 입문자에서부터 상급자까지 대부분의 라이더를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물론 MTB의 시작모델로 사용하기엔 제법 비싸지만, 하드테일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산악 라이더로 거듭나고 싶은 라이더라면 과감하게 투자할만하다. 특히 풀서스펜션 MTB를 선택할 때 장착 부품을 기준으로 자전거를 평가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품은 업그레이드를 하더라도 프레임의 서스펜션 시스템은 자전거를 바꿀 때 까지 안고가야 할 부분이니까. 퓨엘 EX 9 27.5는 완벽에 가까운 풀서스펜션 트레일바이크를 원하는 라이더를 위한 자전거다.

 

: 2016 Fuel EX  The perfect trail bike

 

 

 

 

프레임 : 알파 플래티넘 알루미늄, ABP컨버트, 풀 플로터, E2 테이퍼 헤드튜브, PF89.5, ISCG 05 마운트, 마그네슘 EVO 링크, 120mm 트래블
포크 : 폭스 퍼포먼스 34플로트, FIT4 3점 댐퍼, E2 테이퍼드 스티어러, 15QR, 120㎜ 트래블
리어쇽 : 폭스 퍼포먼스 플로트, RE:aktiv 3점식 댐퍼, 7.75×1.875"
크랭크 : 스램 X1 32T X-Sync
시프터 : 스램 X1 11단
리어 디레일러 : 스램 X1, Type 2
카세트 스프라켓 : 스램 XG-1150, 10-42T 11단
체인 : 스램 PC1130
브레이크 : 시마노 XT 유압 디스크
핸들바 : 본트래거 레이스 라이트, 5mm 라이즈
스템 : 본트래거 리듬 콤프, 0도
안장 : 본트래거 이보크2
시트포스트 : 락샥 리버브 스텔스, 2볼트 헤드, 31.6mm 제로 오프셋
휠세트 : 스램 로앰 30, 튜브리스 림 테이프&밸브
타이어 : 본트래거 XR3 익스퍼트 튜브리스 레디, F:27×2.35/R:27×2.2
무게 : 12.7㎏(실측, 페달포함)
사이즈 : 15.5/17.5/18.5/19.5(인치)
가격 : 499만원
제품문의 : 트렉바이시클코리아(유) 02-3460-0017 www.trekbik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