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성 마케팅이 뜨는 중이다. 상품성에 초점을 맞춘 홍보 방식을 넘어 회사와 소비자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해 소통의 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기획은 삭막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업체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의 효과를, 소비자는 고철이 주는 ‘색다른 감동’으로 이전에 없던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회사는 현대차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소비자들의 추억이 담긴 차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는 프로젝트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한다는 점, 그리고 소비자 개개인의 역사가 담긴 작품을 통해 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인간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필수품이라는 걸 알린다는 점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초 열렸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전시회에서 현대차는 국내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발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이중 국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가 만든 ‘싼타페 그리고 프러포즈’은 TV는 물론 각종 온라인 미디어에서 각광을 받으며 현대차 감성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느 한 부부의 싼타페로 제작된 이 작품은 사람이 자동차 운전대 앞에 앉으면 전방 입체 사진들이 차례로 밀려 나오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를 사용하고, 여기에 부부의 사랑이 연결해 준 차의 감동적인 사연이 더해져 작품 속 두 주인공은 물론 이를 본 사람 모두에게 소소한 감동을 전달한 바 있다.
이 외에 ‘택시 그리고 나의 가족’이란 타이틀을 단 아티스트 칸의 작품은 30년간 택시운전을 하며 무려 750,000km를 주행한 그랜저 XG 택시를 쇼파로 재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택시 기사였던 작품의 주인공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한 차를 예술품으로 바꿔 원래 주인에게 선물했다는 점 때문에 다수의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다. 또 추억을 기리는 관람의 대상이자, 안락을 위한 의자 기능까지 겸비한 살아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의 좋은 평을 받았다.
이처럼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케팅에 대해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은 현대차를 아끼고 지지해준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이벤트”라며 “우리는 앞으로 고객들의 인생을 빛나게 만들어 줄 다양한 캠페인을 지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도 캠페인을 진행, 더 많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선물을 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더불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역시 감성 마케팅으로 화제를 낳고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이 선수 시절 독일 현지에서 소유했던 지바겐(GE 230, 89년 모델)을 복원하는 ‘추억도 A/S가 되나요’ 프로젝트를 진행해서다. 이번 복원 프로젝트는 2015년 9월부터 약 5개월에 걸친 준비 과정을 거쳤고 메르세데스-벤츠 소비자들이 클래식카에 대한 추억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됐다.
영상에는 차범근 전 감독의 지바겐 스토리를 비롯해 차범근 전 감독이 복원된 지바겐 차량과 재회하는 모습 등이 담겨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서비스&파츠(Service&Parts) 김지섭 부사장은 “차범근 전 감독의 지바겐 복원 프로젝트는 당시 차범근 전 감독이 누렸던 감동과 환희를 많은 사람이 함께 느끼고자 시작됐다”면서 “복원과정에서 부품 수급이 어려웠던 문제가 있었지만, 차 감독의 기대와 새로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직원들의 열정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차범근 전 감독으로 시작한 클래식카 복원 프로젝트를 소비자 대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렇게 감성을 앞세운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메이커들의 성능과 품질이 빠르게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스펙을 앞세운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즉 차의 성능만을 가지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인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다. 소통의 시대 혹은 감성의 시대라고 말하는 현시대에 걸맞은 마케팅을 찾아보니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과거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진부한 감성팔이쯤으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성공적인 감성마케팅이 될 것인지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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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우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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