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티타늄 프레임의 하드테일 MTB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필자가 티타늄이라는 소재를 편애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티타늄(Titanium)이라는 금속에는 분명 다른 소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티타늄은 카본만큼 가볍지 않다. 가공과 용접이 까다롭고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프레임의 디자인이 단순하며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타늄 프레임을 경험해본 많은 라이더들이 사랑에 빠지며 이를 감히 최고의 금속이라 치켜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극한의 성능을 요구받는 제트엔진의 터빈이나 초음속 항공기의 동체에 사용되는 금속이 티타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특별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를 소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게다가 티타늄 프레임은 단순히 과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티타늄은 하드테일 MTB와 무척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가진 금속이기 때문이다.

 

 

티타늄으로 만든 자전거 프레임은 대부분의 알루미늄 프레임보다 가볍다.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높은 비중을 가진 금속이지만 훨씬 얇은 튜빙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크롬몰리 프레임의 승차감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라이더가 많은데 티타늄 프레임의 승차감은 이보다 훨씬 우수하다. 탄성이 높으면서도 진동감쇄 특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뛰어나면서 편안한 승차감을 내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 엘파마 2011 룩손 S클래스 프레임과 컴포넌트

 

 

마지막으로 티타늄으로 만든 자전거 프레임을 선호하는 이유로 오래 사용해도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티타늄 프레임은 심지어 스크래치가 나거나 표면의 광택이 사라지더라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새것처럼 부활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단 한 대의 자전거’를 원하는 라이더들이 티타늄을 선택하며 여전히 국내의 라이더들 사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해외의 대형 자전거메이커들 대부분이 카본과 알루미늄에 집중하면서 더 이상 티타늄 자전거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의 자전거 메이커인 엘파마는 여전히 국내 라이더들의 수요에 따른 ‘신형 티타늄 프레임’을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2016 룩손(LUXON) S클래스 모델이다.

 

: 2016 엘파마 룩손 S클래스 프레임. 2016 모델은 기존의 폴리싱 모델과 달리 샌드블라스트로 표면을 마감한 무광 컬러를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티타늄 프레임 디자인의 변화주기가 길어 다소 유행에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러나 2016 엘파마 룩손 S클래스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프레임 설계를 들 수 있다. 1. 테이퍼드 헤드튜브, 2. 27.5인치 휠세트, 3. 스루액슬, 4. 시마노 사이드스윙 디레일러 지원. 이상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어 최신형 부품 장착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프레임 디자인의 완성도는 해외의 공방 제품들과 비교해도 별로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앞에서 말했듯 헤드튜브는 테이퍼드 디자인, 앞에서 보았을 때 상단에서 하단으로 넓어질수록 직경이 점점 넓어지는 형태다. 헤드튜브 상단부에는 내경 1-1/8인치 베어링이 장착되며 하단부에는 이보다 직경이 큰 1-1/2인치 베어링을 장착하게 된다. 이처럼 아래쪽이 넓은 테이퍼드 헤드튜브는 포크를 통해 올라오는 충격에 더 강하게 견디고, 코너링 시 핸들링의 안정감을 높여주기 때문에 MTB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신형 룩손 프레임은 헤드튜브에 별도의 헤드셋을 장착할 필요 없이 베어링을 직접 삽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무게가 가벼울 뿐 아니라 정비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헤드튜브 앞부분에 장착되는 배지는 작년의 왕관모양 문양에서 올해는 룩손을 상징하는 ‘L’ 이니셜의 티타늄 플레이트로 심플하게 바뀌었고, 헤드배지를 고정하는 나사까지 모두 티타늄을 사용했다.

 

 

‘어드밴스드 포밍(Advanced Forming)’이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운튜브의 형상도 중요한 특징이다. 금형을 이용해 금속 튜빙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포밍 기술은 알루미늄 프레임에서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티타늄은 알루미늄보다 신장률이 높고 복원력이 뛰어난 특징 때문에 포밍을 통해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 외관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포밍을 적용한 티타늄 튜빙을 사용했다는 점은 엘파마가 룩손에 얼마나 큰 정성을 들였는지를 보여준다.

 

 

다운튜브의 단면은 기본적으로 원형이지만 BB셸 쪽으로 내려오면서 좌우로 납작한 직사각형의 형태로 변화한다. 좌우방향에서 가해지는 비틀림에 대한 저항을 높여 빠른 페달링 반응성을 이끌어내도록 해준다.

 

변속 케이블의 장착 방식도 바뀌었다. 이전 모델은 변속 케이블이 탑튜브 아래를 지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었는데, 2016 룩손은 변속 케이블이 다운튜브를 통해 BB셸 아래를 통과하는 방식이다. 케이블 루팅이 바뀐 이유는 앞 디레일러 전방에서 케이블이 연결되는 시마노 사이드스윙 디레일러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BB셸 하단을 통과해 위로 케이블이 올라오는 기존 방식의 앞 디레일러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부품의 호환성을 높였고, 전동식 구동계인 시마노 XTR Di2를 사용할 경우 전선을 프레임 내부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다운튜브 앞쪽에 작은 포트를 만들었다.

 

: 2016 엘파마 룩손의 티타늄 드롭아웃. 드롭아웃 교체를 통해 스루액슬과 QR레버 2가지 방식 휠세트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스루액슬 전용 드롭아웃이며, 이해를 돕기 위해 액슬은 제거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드롭아웃이다. 작년 모델과 완전히 달라진 부분인데 드롭아웃 전체가 프레임에서 분리된다. 기본적으로 142×12mm 스루액슬 휠세트를 장착할 수 있는 드롭아웃이 제공되는데, 원한다면 자전거 혹은 프레임 구입 시 폭 135×9mm QR레버 휠세트용 드롭아웃을 선택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35mm QR방식의 휠세트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142×12mm 스루액슬 휠세트의 사용이 보편화 될 것이라 보인다. 프레임 뒷삼각의 강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드롭아웃도 전체를 티타늄으로 만들었으며 정밀한 CNC 가공을 통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는 드롭아웃과 분리되어 프레임에 용접되어 있다.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 사이에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를 장착하는 방식이 최근의 트렌드지만 엘파마 룩손은 시트스테이 드롭아웃 위쪽에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아마도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 사이에 디스크브레이크를 넣지 않고 비움으로서 세로방향의 유연함을 추구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일부 시트스테이에 브레이크를 장착할 경우 급제동시 뒷삼각의 떨림이나 휘청임이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데 과연 이 부분은 어떨지 궁금하다. 브레이크 캘리퍼가 포스트마운트 방식으로 장착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이번에 시승한 엘파마 룩손 S클래스 L970 Di2는 그야말로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가 어려울 정도의 최상급 컴포넌트로 꾸며졌다. 구동계는 시마노 XTR Di2, 서스펜션과 포크는 DT스위스의 컴포넌트가 장착된다.

 

시마노 XTR의 성능과 신뢰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특히 시마노는 XTR Di2를 통해 세계 최초로 MTB용 전동식 구동계를 선보였다. 룩손 S클래스 L970 Di2의 구동계는 레이스보다 트레일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 라이더들의 성향을 고려해 가파른 오르막 구간을 더욱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40/30/22T의 트리플 체인링 크랭크를 적용한 3×11단 구동계를 장착했다. 그러나 엘파마의 전 모델은 컴포넌트의 구성을 라이더가 직접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레이스용 자전거를 원하는 라이더라면 더블 체인링 크랭크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스펜션 포크는 DT스위스의 OPM ODL 100 RACE 27.5를 장착했다.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수차례 차지한 명선수 니노 슐터를 위해 개발된 경량 서스펜션 포크다. 포크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DT스위스가 자랑하는 기술인 원피스 마그네슘(OPM) 기술을 적용했을 뿐 아니라 크라운까지 모두 카본으로 만들고, 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세팅을 했다. NCS 스프링 시스템과 오픈-드라이브-락(O.D.L.)의 3단계 조절이 가능한 댐퍼를 적용한 최신 모델로 앞바퀴의 액슬을 포함해 1465g의 초경량을 자랑한다.

 

 

DT스위스가 올해 선보인 경량 레이스용 카본 휠세트인 XRC 1200 스플라인이 장착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앞뒤 바퀴를 모두 합해 1340g에 불과한 경량을 자랑한다. 림은 카본소재로 클린처 튜브리스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 허브는 DT스위스 스플라인과 36T 스타래칫 시스템이 적용되었고 스포크는 DT스위스 에어로콤프 더블버티드를 사용해 DT스위스의 장인이 손으로 직접 빌딩 한 최고급 사양이다.

 

 

시트포스트와 스템, 핸들바 역시 엘파마의 티타늄 파츠를 사용했다. 심플한 디자인의 시트포스트, 심을 사용하지 않은 매끄러운 디자인과 깔끔한 마감의 오버사이이즈 티타늄 핸들바가 무척 마음에 든다. 하지만 스템의 디자인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XC용 컴포넌트인 만큼 스템은 조금 더 날렵한 디자인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많은 라이더들이 흔히 ‘크롬몰리는 탄력이 높다’ ‘티타늄은 부드럽다’와 같이 자전거의 느낌을 일반화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적어도 필자의 경험에는 이러한 보편적인 자전거에 대한 평가는 실제 자전거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프레임의 소재가 같더라도 필자가 소유한 티타늄 하드테일과 엘파마 룩손은 튜빙 형태와 디자인이 다르며 실제 승차감도 굉장히 큰 차이가 났다. 혹시 룩손의 프레임이 ‘탄성이 높은 티타늄이기 때문에 낭창거리거나 부드러울 것이다’는 추측을 한다면 기우에 불과하다.

 

 

튜빙의 두께가 두껍고 각진 엘파마 룩손은 필자가 경험한 티타늄 하드테일들 중에서 프레임 강성이 상당히 높고 페달링 시의 느낌이 단단한 편에 속한다. 온 몸의 체중을 실어 페달을 찍어 누르며 일부러 측면에서 심한 부하를 걸어도 프레임이 견고하게 지탱해준다. 뒷삼각 역시 상당히 단단한 느낌이다. 급작스러운 제동에도 프레임의 불안한 떨림과 휘청거림이 전혀 없다.

 

 

이번 시승에 사용된 룩손 S클래스 L970 Di2의 프레임 사이즈는 16인치, 무게는 9.8kg으로 무척 가벼운 편이다. 물론 카본프레임과 비교하면 조금 더 무겁다. 그러나 DT스위스의 초경량 휠세트 덕분에 급가속시의 ‘펀치력’이 상당하며, 가파른 언덕에서 힘 손실 없이 앞으로 치고나가는 경쾌함이 일품이다.

 

 

흔히 티타늄을 장거리 투어에 적합한 자전거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솔직한 감상으로 이번 2016 엘파마 룩손의 인상은 그야말로 XC ‘레이스 바이크’다. 프레임의 높은 강성은 강력한 추진력과 함께 거친 싱글트렉을 달려 내려올 때도 불안하지 않은 안정감을 준다. DT스위스 OPM ODL 100 RACE 포크는 저속에서의 푹신푹신한 느낌보다는 고속주행시의 미세한 노면 충격 흡수에 최적화 된 느낌이다. 엘파마 룩손의 프레임과 컴포넌트는 빠르게 달리면 달릴수록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모든 라이더는 자신이 상상하는 최고의 프레임과 부품으로 꾸며진 ‘드림바이크’를 꿈꾼다. 더 가볍고 더 즐거운 기분으로 달릴 수 있게 해줄 최고의 티타늄 하드테일을 원하는 라이더에게 엘파마 룩손을 권한다. 해외 공방 브랜드의 제품 못지않은 우수한 프레임과 최고의 컴포넌트로 꾸며진 자전거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다.

 

 

프레임 : 룩손 GR9 TFT 티타늄 27.5, 142x12mm TA 컨버터블 드롭아웃
포크 : DT스위스 OPM O.D.L. 레이스 리모트 27.5 100mm, 15mm 스루액슬
크랭크 : 시마노 XTR FC-M9000 40/30/22T
시프터 : 시마노 XTR Di2
앞 디레일러 : 시마노 XTR Di2
뒤 디레일러 : 시마노 XTR Di2 11단
카세트 : 시마노 XTR CS-M9001, 11-40T 11단
체인 : 시마노 XTR CN-HG900-11
브레이크 : 시마노 XTR BL/BR-M9000
로터 : 시마노 XTR SM-RT99 180/160mm
타이어 : 슈발베 레이싱랄프 EVO 튜브리스이지 27.5×2.1
휠세트 : DT스위스 XRC 1200 스플라인 카본 27.5
헤드셋 : 케인크릭 40 IS42/IS52 테이퍼
스템 : 룩손 티타늄 오버사이즈
핸들바 : 룩손 티타늄 플랫, 31.8mm, 700mm 플랫
그립 : HDL 수퍼라이트
안장 : 셀레이탈리아 SLR 플로우 Ti레일
시트포스트 : 룩손 티타늄 31.6mm, 400mm
사이즈 : 13.4, 14.5, 16, 17, 18
색상 : 샌드 블라스트
가격 : 96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