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뀔수록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요구와 감각도 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안전에 대한 디자인 변화가 크다. 단순이 예쁘고 멋진 디자인을 떠나 운전자와 보행자 안전까지 모두 챙겨서 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디자인은 세계적인 안전 규정에 따라 바뀌고 있다. 그 결과 고급차의 상징인 보닛 위 엠블럼이 없어지고 있고, 범퍼와 그릴은 차의 첫인상을 바꿔 놓을 정도로 변하기도 한다. 안전에 따라 바뀌고 있는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살펴봤다.

안전규정 따라 바뀌는 범퍼와 그릴

앞 범퍼와 그릴은 안전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자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곳 중 하나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안전규정에 맞춰 그릴과 앞 범퍼 디자인과 소재가 대폭 바뀌고 있다. 벤틀리가 대표적인 예다. 고급스러운 그물모양 금속 그릴은 더 이상 벤틀리 차종에서 볼 수 없다. 대신 플라스틱 소재에 도금을 입힌 그릴로 바뀌었다. 고급스러움 보단 보행자 충격 흡수를 최소화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런 소재 외에도 조금 더 둥글고 충격을 조금 받기 위한 디자인 수술이 진행 중이다.

가장 크게 바뀐 차종 중 하나로 BMW 미니를 꼽을 수 있다. 신형 미니는 앞범퍼와 그릴이 툭 튀어나와있다. 예전 2세대의 작고 귀여운 모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 역시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변화였다. 차체와 범퍼가 구분이 가지 않는 매끄러운 형태로 바꾸고,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제질을 사용해 충격흡수를 최소화 했다. 그 결과 2014년 실시한 유로앤캡 전면 충돌 테스트에서 미니는 보행자 하체를 비롯해 범퍼 상해 부분에서 가장 높은 안전도를 받기도 했다.

튀어나온 엠블럼이 사라졌다

고급차의 상징인 보닛 위 엠블럼이 사라지고 있다. 브랜드 로고를 당당히 노출하며, 중후한 디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엠블럼이 이젠 보닛에 바짝 붙이거나 그릴 안에 넣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충격 시 보행자의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바뀌고 추세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보닛 위 엠블럼 사용을 규제로 막거나 자동차 평가 항목에서 감점을 주고 있다. 때문에 보닛 위 엠블럼을 세웠던 대표적인 브랜드 ‘재규어’는 모든 차종에 엠블럼을 그릴에 넣었고, 다른 차종들도 속속 바꾸고 있다.

벤츠의 경우 엘레강스 모델에는 아직도 보닛 위 ‘세꼭지 별’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고 시 쉽게 접히는 방식을 사용해 부상을 최소화 하고 있으며, 롤스로이스 그릴 위 우뚝 솟은 ‘환희의 여신상’ 엠블럼은 사고 또는 충격이 감지됐을 때 재빨리 그릴 안쪽으로 들어가 충격을 막는다.

뒷 범퍼에 붙은 테일램프

아우디 Q3에는 뒷범퍼에도 램프가 달려있다. 단순히 후방 안개등인 아닌 제동등 방향지시등, 후진등까지 모든 램프의 불빛이 들어온다. 트렁크에 커다란 테일램프가 있는데 굳이 범퍼에 또 달아야 했을까? 이것 또한 안전상의 이유가 가장 크다. Q3는 트렁크를 열면 테일램프가 통으로 같이 올라가는 디자인을 가졌다. 덕분에 짐을 넣고 빼기가 쉽고,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도 준다.

대신 제동등을 비롯해 각종 램프가 후방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범퍼에 추가로 램프를 넣은 것이다. 제동등이나 방향지시등이 켜진 상태에서 트렁크를 열면 자동으로 그 역할은 범퍼 밑 램프들이 대신한다. 그 결과 뒤쪽 운전자는 현재 멈춰있는 차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트렁크에 통으로 테일램프가 붙어있는 차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양문형 냉장고처럼 트렁크가 활짝 열리는 미니쿠퍼 클럽맨을 비롯해 아우디 Q3와 같은 방식으로 열리는 소형 해치백 A1도 트렁크 안쪽에 따로 램프를 만들어 안전을 챙겼다.

불쑥 튀어나온 계기반

안전을 고려한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푸조는 새로운 차종에 ‘헤드업 클러스터’라고 불리는 독특한 디자인의 계기반을 넣고 있다.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게 패널을 대시보드 위로 끌어올리고 그 아래 작은 스티어링 휠을 장착해 운전자가 전방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계기반 속 속도를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 시속 100km의 경우 전방에서 1초만 시야를 놓쳐도 28m를 달리게 된다. 그 만큼 고속주행에서는 시선처리가 중요한데 푸조는 전방시야와 같은 각도에 계기반을 올려 사고 위험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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