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전거산업의 중심국인 타이완, 그 수도인 타이베이 시의 난강전시센터에서 3월 2일 제 29회 타이베이 국제 자전거 전시회(Taipei International Cycle Show, 이하 타이베이 사이클 쇼)가 막을 올렸다. 타이베이 사이클 쇼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신제품 전시회가 아닌 자전거 생산국인 타이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벤트다.
 

사이클링 팬들이 주목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자전거 브랜드들은 타이베이 사이클 쇼에서 만나기 어렵다. 올해 타이베이 사이클 쇼 현장에 스페셜라이즈드나 트렉, 피나렐로의 부스는 없다.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베이 사이클 쇼는 이들 유명 브랜드의 자전거를 실제로 만드는 제조사들이 주인공이다.
 

물론 이들 메이커가 현장에서 그들의 모든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썰미가 좋은 관객이라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자전거산업의 실체를 살짝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전시관 안쪽의 밀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도 OEM 제품의 스펙과 가격을 협상하는 생산자와 바이어들의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타이베이 사이클 쇼에는 매년 1100여개의 업체가 참가하며, 공식 집계에 따르면 대만 업체 800여 곳과 그 외 국가의 업체 300여 곳으로 그 수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올해의 타이베이 사이클 쇼는 3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진행되며, 일반 관람객은 마지막 날인 5일에만 입장할 수 있다. 즉 타이베이 사이클 쇼는 자전거 산업 종사자들을 위해 준비된 만남의 장이라는 뜻이다.
 

타이베이 사이클 쇼의 개막일은 3월 2일이지만, 그 전날인 3월 1일 타이베이 사이클 d&i 어워드(TAIPEI CYCLE d&i awards) 수상식이 열렸다. d&i란 Design & Innovation을 의미하며, 이는 곧 디자인과 혁신을 통해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제품에 대한 시상이라 할 수 있다. 타이베이 사이클 쇼에 참가한 대만 메이커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상 그들만의 잔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iF International Forum Design이 심사를 주관하고 전 세계 디자인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함께함으로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일축했다.
 

필자가 타이베이 사이클 d&i 어워드가 어느 정도의 권위와 전문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구성과 그들의 프로필을 소개하는 것으로 설명은 충분하다고 본다. 롤스로이스와 재규어 랜드로버를 비롯 요트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현재 전기자전거를 디자인하는 아드리아나 몽크(Adriana Monk, Monk Design), 트렉바이시클의 디자이너였고 현재 KOR-디자인을 운영하는 켄 오루크(Ken O'Rourke, KOR-Design), 스톡 바이시클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마커스 스톡(Markus Storck, Storck Bicycle GmbH), 유러피언 사이클리스트 연맹의 케빈 메인(KEVIN MAYNE)을 비롯 타이완의 자전거 기업들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가해 디자인과 기술, 혁신 등 다각적인 면에서 평가가 이루어졌다.
 

올해의 타이베이 사이클 d&i 어워드는 (1)자전거, (2)컴포넌트+파츠, (3)주변기기+액세서리, (4)E-바이크+전기자전거 4개 분야로 나뉘어 심사가 이루어졌다. 물론 올해 타이베이 사이클 쇼에 전시된 제품들을 대상으로만 심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어워드를 수상한 모든 제품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뛰어남을 인정받은 제품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상작들은 기존의 제품들과 큰 차이 없이 약간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부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제품까지 다양하다. 아마 관객의 눈에는 ‘저게 왜 대단하다는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자전거 업게 종사자들에게는 혁신으로 보이는 제품들도 있을 것이다.

2016 타이베이 사이클 d&i 어워드 ‘GOLD’ 수상작들

타이베이 사이클 쇼의 수상작을 본다는 것은 ‘세계 자전거 산업이 지향하는 흐름’을 읽는 것과도 관련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자전거 시장의 동향과는 다소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자전거와 기술을 개발해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라면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X-mini Push Bike’는 프레임의 각도와 핸들바, 시트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어린이용 자전거다. 2-5세의 어린이를 위한 자전거로 안정감 있는 라이딩이 가능한 긴 휠베이스와 알루미늄을 CNC가공해 만든 견고하고 정밀한 프레임, 독특한 디자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멋진 제품이 될 것이라는 평가. 자전거의 디자인은 30개국에 특허 출원되었다. 중국 Chuhn Chuan Corp. 출품.
 

기간텍스 CP016 디스크브레이크 카본 휠. 기간텍스는 지난 2013년과 14년에도 CP12와 CP13 카본 휠로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적 있다. 기존 카본휠보다 20% 감량, 공기저항을 줄인 와이드보디 디자인을 적용했고 T-1000과 UMS40-6K 하이모듈러스 카본 소재로 제작되었다. 또한 허브와 카본스포크가 일체형으로 성형되었으며 그 결과 휠은 세계 최고수준의 가벼움과 강성을 자랑한다.
 

슈퍼B 체인 휩 플라이어는 전통적인 체인 휩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스프라켓 고정 공구다. 프로 미캐닉이 아닌 일반인이 사용할 때도 공구를 다루기 쉽고 아주 빠른 작업이 가능해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기존 공구를 사용할 때 체인이 빠져 손을 다칠 수 있었던 위험을 제거해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디아벨로 Inflatable 45 팽창 재킷은 바람을 넣어 부풀릴 수 있는 보온 재킷이다. 전기자전거를 타는 라이더의 경우 빠른 속도로 달리며 체온을 잃기 쉬운데, 이 재킷과 함께라면 느긋하게 페달링하며 빠르게 달리더라도 체온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방한성능을 지녔으며 재킷을 벗은 다음에는 바람을 빼 가방 등에 쉽게 보관할 수 있다.
 

BESV CF1은 심플한 프레임이 돋보이는 전기자전거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구동계, 버튼 하나만 눌러 전원을 켜고 달리면 되는 쉬운 사용법까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체 어떤 부분에서 다른 전기자전거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면? 이 자전거의 어디에 배터리가 들어있는지 찾아보기 바란다. 디자인 만으로도 상을 받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코스트 사이클 퀸(Coast Cycles Quinn)은 오늘날 ‘자출’을 하는 도시인들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자전거다. 중앙의 카고 스페이스에 가방을 넣고, 바구니에는 다양한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안정감 있는 타이어와 옷에 기름을 묻히지 않는 벨트드라이브 구동계, 언덕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가벼운 기어비, 엘리베이터에 실어 집까지 쉽게 옮길 수 있는 사이즈까지 디테일이 돋보인다.
 

여기까지 타이베이 사이클 d&i 골드 어워드 수상작들을 소개했다. 어쩐지 혁신이라 부르기에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제품의 완성도가 GOLD 수상을 결정했지만 이에 못지않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수많은 제품이 전시되었다. 이들 제품은 Part 2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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