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화요일부터 26일 금요일까지 4일간 전라남도 강진에서 ‘제 63회 3.1절 기념 강진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가 열렸다. 강진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는 매년 3월이면 우리나라 사이클 스포츠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대회로 자리 잡고 있다. 겨울동안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선수들의 기량을 통해 올 한해 어느 팀, 어떤 선수가 활약하게 될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전국의 엘리트/대학교/고등학교 44개 사이클 팀, 총 275명의 남여 선수가 참가하여 경합을 벌였다. 150km 가량의 개인도로경기 두 번과 마지막 날의 30km 크리테리움까지 총 3번의 레이스가 있었으며, 마지막 날에는 당일 레이스의 시승 뿐 아니라 3번의 경기 성적을 누적한 종합시상식이 열리게 된다. 크리테리움 경기와 종합 시상식에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이 함께하며 현장의 열기를 느껴보았다.
첼로가 응원하는 사이클링 팀 - 금산인삼-첼로, 서울체육고등학교
라이드매거진은 국내의 자전거브랜드 첼로(Cello)가 후원하고 있는 2개 팀과 동행했다. 바로 금산인삼-첼로와 서울체육고등학교 팀이다. 첼로는 이 두 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선수들이 사용하는 자전거의 프레임과 휠은 물론 몸에 걸친 의류와 각종 용품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광대한 범위의 지원은 제품의 우수성을 검증하고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에게 비인기종목인 사이클링 스포츠 분야에 대한 첼로의 투자이다. 첼로는 우수한 팀과 선수들을 지원함으로서 국내 사이클 스포츠와 자전거 문화 성장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금산인삼-첼로, 서울 체육고등학교 두 팀은 모두 우리나라 사이클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문 팀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첼로의 최상위 레이스 바이크인 레퍼런스(Reference)와 엘리엇(Elliot)은 여러 해 동안 첼로가 지원하는 엘리트 선수들의 피드백을 통해 갈고 닦아 만들어진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된 자전거 기술들은 일반 라이더들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이것은 첼로가 오랜 기간 사이클링 스포츠를 지원하면서 얻고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3.1절 기념 강진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 1일차에 금산인삼-첼로 팀은 남자일반부 158km 경기에서 종합순위 3위에 오르며 좋은 출발을 시작하였다. 24일 여자부 경기가 있었고 이후 25일에는 두 번째 개인도로 경기에서 2016년 금산인삼-첼로에 입단한 정지민 선수가 3위로 경기를 마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정지민 선수는 2013년 국내 최고의 선수 자리를 놓고 겨루는 내셔널 챔피언십 경기인 KBS 양양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자랑스러운 태극기 저지를 한 해 동안 입었던 선수다. 같은 해 아시아 최고 투어 레이스인 투르 드 랑카위(Tour de Langkawi)의 스테이지 6에서 2위로 골인했고 지난해까지 국군체육부대에서 근무하며 군복무를 마쳤다. 도로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낼 올라운더 타입 선수로 올해 금산인삼-첼로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현재 금산인삼-첼로의 리더는 최형민 선수다. 개인독주 스페셜리스트이며 힐클라임(Hill climb) 능력도 뛰어나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개인독주 2위를 차지하였으며 2014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에서 개인종합 2위, 2013 투르 드 코리아 에서는 산악왕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시즌 초 부상으로 투르 드 코리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올해는 아시안 사이클링 챔피언십에서 좋은 출발을 하였다. 명문 팀 금산인삼-첼로의 리더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3.1절 기념 강진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에는 두 선수 외에도 도로 경기의 베테랑 선수인 정은성 그리고 새로운 차세대 주자인 정웅호, 최재웅, 금강산 선수가 출전하였다. 경험 많은 뛰어난 선수들과 고등부에서 큰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었으니 금산인삼-첼로가 올해의 레이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치열했던 강진투어의 마지막 크리테리움 경기
강진투어를 마무리 하는 3일차의 크리테리움 경기는 비교적 짧은 거리인 36km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크리테리움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어느 경기보다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가 펼쳐진다. 강진 읍내의 길이 1.25km의 순환코스를 29번 돌게 된다. 오르막이 없는 평지지만 계속되는 코너링과 빠른 속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전날까지의 경기 결과 종합순위가 이미 결정된 상황이지만 ‘마지막 날 스테이지 우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모든 선수들이 탐내는 결과물이다. 긴 겨울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훈련에 임했던 선수들, 드디어 맞이한 첫 번째 대회의 마지막 날 남아 있는 힘을 모두 쏟아내겠다는 선수들의 각오 때문일까? 경기는 매우 치열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초반부터 산발적인 공격과 브레이크어웨이(Break away) 시도가 이어졌다. 종합순위에서 뒤쳐진 팀과 선수들은 다소 과감한 승부수를 띄워서라도 지난 2일간의 결과를 뒤집어 보고자 했다. 하지만 평지에서의 경기는 시야가 넓게 확보된 이상 어떤 선두그룹의 형성도 용납되지 않았다. 선두로 나서려는 선수들은 금방 펠로톤에 따라잡혀 흡수되는 양상이 반복된다. 그러나 차츰 펠로톤의 움직임이 고착되기 시작하자 서울시청 사이클 팀이 강하게 페이스를 리드하기 시작하였다.
팀 전체가 골고루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서울시청은 선수 대부분이 선두에서 안전하게 경기를 마무리 하며 팀 종합순위를 확보하고 싶은 전략이었을 것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네온 컬러의 헬멧이 연이어 그룹을 형성하며 달리는 모습은 서울시청 팀의 조직력을 돋보이게 했다. 이윽고 경기는 마지막 바퀴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그룹의 속도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고 코너를 돌아 가장 먼저 골라인을 향해 달려오는 선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호하며 가장 먼저 골라인을 통과한 선수는 코레일사이클단의 스프린터 정충교였다. 이윽고 지난 2일간 경기를 연달아 우승하며 개인종합 우승을 확정 지은 코레일의 에이스 장경구 그리고 금산인삼-첼로의 정지민 선수가 2일차에 이어 오늘도 세 번째로 골인 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 기뻐하는가 하면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4일 동안 경기 일정이 마무리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은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 남자 일반부의 모든 경기는 종료되었다. 아직 경기를 치러야 하는 여자일반부 그리고 남녀 고등부 선수들이 경기주변에서 웜업을 통해 컨디션 조절하는데 열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곧이어 이어진 여자 일반부 경기 31.25km에서는 대구광역시청의 구성은 선수가 멋진 스프린트를 통해 우승을 차지하였다. 남자 고등부 크리테리움 경기에서는 어린 사이클 선수들의 혈기왕성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31.25km의 짧은 코스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산발적 어택으로 펠로톤은 조각조각 분해되었고 고작 52명만이 완주했을 정도로 경기는 치열했다. 경기 결과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의 배대현 선수가 1위를 차지했고 양양고와 전라고등학교의 김훈, 배수철 선수가 뒤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첼로 엘리엇, 여자 고등부에서 1,2위를 달리다.
오후가 되자 강풍이 불기 시작했고 여자 고등부 선수들이 차분하게 스타트 라인을 출발했다. 가장 짧은 25km, 총 20주회 경기로 진행된 여자 고등부 크리테리움은 앞서 진행된 남자 고등부와는 대조적으로 선수들이 하나의 그룹을 이루어 큰 움직임 없이 경기 후반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 막바지에 이르자 그룹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한 이후 혼자 그룹의 앞으로 뛰쳐나와 모든 선수들을 뒤로 하고 멋진 솔로 브레이크어웨이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서울체육고등학교의 이경민 선수였다. 뒤이어 서울체육고등학교의 이서영 선수가 2위를 3위는 제주 영주고의 조예나 선수였다. 서울체고의 원투 펀치가 멋지게 1,2위를 차지한 경기였다.
안장위에서 페달을 밟는 경기 모습은 엘리트 선수들 못지않게 멋졌지만 경기 이후에 서로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감수성 풍부한, 영락없는 10대 소녀들이었다. 팀의 코치, 스태프 그리고 자녀들의 경기를 보기위해 현장을 방문한 부모님들까지 함께 우승을 축하해주는 훈훈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이 강진종합운동장 실내 체육관으로 이동한 뒤 종합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남자 일반부 개인종합부문에서는 코레일사이클단의 장경구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였고 소속팀 코레일사이클단은 단체종합우승까지 달성하였다. 뒤이어 서울시청과 가평군청 팀이 2위와 3위를 그리고 금산인삼-첼로 팀은 종합 4위 그리고 개인종합 7위에 정은성 선수를 올려놓으며 준수한 성적으로 강진투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여자 일반부 종합순위에선 삼양사의 나아름 선수가 1위를, 단체종합 시상에서는 유선하, 김유리 이애정 선수의 활약이 돋보인 상주시청이 1위를 차지하여 시즌 첫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고등부 시상식에서 서울체육고등학교는 남자부 단체 3위 이서영 선수가 여자 개인종합 6위에 올랐다.
시즌 첫 번째 경기를 잘 마무리한 선수들은 홀가분한 마음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첼로의 든든한 지원 속에 경기를 치룬 금산인삼-첼로와 서울체육고등학교 선수들도 좋은 성적으로 4일간의 대회를 마무리하였다. 엘리엇과 레퍼런스, 첼로의 로드바이크들은 선수들의 안전한 주행과 월등한 경기력을 든든하게 지원해주었다. 엘리트 선수들의 멋진 경기는 직접 관람한 이후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경기에서 보여주게 될지 기대가 된다.
우리나라 엘리트 사이클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정은 대한자전거연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실제로 우리 주변 멀지 않은 곳이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를 방문하기만 하면 누구나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응원을 보낼 수 있다. 첼로의 자전거를 타고 있는 라이더라면 금산인삼-첼로, 서울체육고등학교 선수들에게 더욱 반가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이클링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동호인 라이더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의 팀과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SNS가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국내의 선수와 팀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고, 직접 이야기하며 소통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좋아하는 브랜드 등 어떤 것이 계기가 되어도 좋으니 2016년 사이클링 시즌에는 국내의 사이클링 팀과 선수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응원을 받는 선수들 뿐 아니라 응원을 보내는 여러분들 또한 사이클링스포츠의 매력에 점차 빠져드는 것을 느끼며, 우리나라의 사이클링스포츠 문화 역시 더욱 성숙하며 발전할 것이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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