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무진.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세단보다 넓고 길며, 기사를 두고 타는 승용차다. 그러므로 ‘고급차 중의 고급차’란 인식이 강하며, 전 세계적인 사회 지도층이 주로 애용하는 차종이다. 즉, 사회적 성공을 넘어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를 의미하는 차란 얘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특히 크고 넓은 차가 좋은 차란 개념이 운전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리무진 모델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제네시스가 EQ900 리무진을 출시하며 리무진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내 VIP인사들의 발이 되어준 국산 리무진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있었는지 살펴봤다.
2016 제네시스 EQ900 리무진
가장 먼저 알아볼 차는 지난 3월9일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EQ900 리무진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현대차 리무진 모델의 최신판이자 현존하는 국산 리무진 중 가장 비싸고 화려한 모델이다. 세부적인 특징을 보자면, 기존 세단보다 전장이 290mm 길고 질 좋은 가죽으로 실내를 마감한 점을 들 수 있겠다. EQ900 리무진의 차체 크기 제원을 살펴보면, 전장이 5,495mm, 전폭 1,915mm, 전고 1,505mm며, 휠베이스는 3,450mm를 자랑한다.
항공기 일등석과 같은 시트 시스템을 적용해 탑승객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눈 여겨 볼만 하다. 특히 EQ900 리무진에 들어간 시트 시스템은 버튼 하나로 총 18개 방향의 시트 전동 조절이 가능해 신체 전 부위를 지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닛 아래에는 5.0리터 V8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노면상황에서 안정적인 접지력을 구현하기 위한 전자식 사륜 구동 시스템 에이치트랙과 고속 주행 시 안정감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도 기본 탑재했다. 정부 공동고시 연비기준 복합연비는 리터당 7.2km다.
안전편의품목으로는 고속도로 주행 안전 지원 시스템,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이 들어갔다. 이 외에도 12.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앞·뒷좌석 DIS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까지 넣어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했다는 게 제네시스 브랜드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리무진이란 차종 특성에 알맞은 화려한 실내 공간과 각종 첨단 장비를 더한 EQ900 리무진은 프레스티지 1개 트림만 운영되며 판매 가격은 1억5,020만원이다.
2008~2016 쌍용차 체어맨W 리무진
제네시스 EQ900 리무진과 함께 국산 리무진 차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체어맨W 리무진이다. 출시된 지는 좀 됐지만, 그만큼 완성도를 끌어올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항공기 일등석처럼 편의성이 높은 2열 시트와 스코틀랜드 가죽 회사인 BOW의 가죽으로 실내를 마감한 것이 볼거리다. 특히 이 가죽은 5년 10만km를 보증한다. 전장은 5,435mm, 전폭 1,895mm, 전고 1,495mm며, 휠베이스는 3,270mm다.
드라이브 트레인은 트림에 따라 3.6리터 6기통 및 5.0리터 V8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며, 변속기는 메르세데스-벤츠 7단 E-트로닉이 맞물린다. 이중 상위 트림인 체어맨W 서미트는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힘을 낸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7.5km다.
안전품목으로는 안정적인 자세 제어로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4-트로닉 올 휠 드라이브 시스템이 들어갔으며, 이 기능은 전, 후륜에 40:60 비율로 구동력을 고정 배분해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덕분에 눈길이나 빗길과 같은 가혹한 주행 조건에서도 미끄러짐 없이 부드러운 가속을 할 수 있다.
편의품목으로는 웅장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과 뒷좌석에서도 차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VVIP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갔다.
트림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가지로 운영되며, 하위 트림인 체어맨W 리무진이 8,976만원, 상위 트림인 체어맨W 서미트가 1억988만원이다.
2009~2015 현대차 에쿠스 리무진
이어 알아볼 차는 EQ900 리무진에게 정상의 자리는 내 준 2세대 에쿠스 리무진이다. 이 차는 2009년 출시됐으며, 2014년까지 상품 개선형 모델을 내놨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으로서 첨단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17-스피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등 여러 고급 사양을 아낌없이 적용했었다. 차체 제원은 전장이 5,460mm, 전폭 1,900mm, 전고 1,495mm며, 휠베이스는 3,345mm였다.
엔진은 트림에 따라 두 종이 탑재됐고, 상위 트림인 VL500 프레스티지에는 5.0리터 V8 가솔린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 416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했으며, 복합연비는 리터당 7.4km였다.
이처럼 2세대 에쿠스 리무진은 각종 안전편의품목과 강력한 성능, 그리고 국내 최고의 리무진 모델이라는 이미지로 제17대 대통령의 의전 차로도 활약한 바 있다. 아울러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의전 차로 사용됐고,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냈었다. 즉, 국산차 중 가장 권력의 상징성이 컸던 모델이었다.
가격은 3.8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하위 트림 VL380 프레스티지가 1억3,660만원, 상위 트림인 VL500 프레스티지 1억4,760만원이었다.
2002~2008 현대차 에쿠스 리무진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판매된 1세대 에쿠스 리무진는 현대차의 역사를 바꾼 차다. 출시 초반부터 90년대 국산 리무진 시장을 주름잡던 체어맨 리무진의 아성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각진 디자인과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보증 기간을 앞세운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열었었다. 2003년 후반 한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고, 차체 크기는 전장이 5,390mm, 전폭 1,870mm, 전고 1,480mm, 그리고 휠베이스가 3,090mm였다. 동력원은 3.8리터 V6와 4.5리터 V8 가솔린 엔진으로 구성됐으며, 상위 트림인 VL450에 장착된 4.5리터 V8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68마력, 최대토크 37.6kg.m의 힘을 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6.8km였다. 대외적으로 2005년 APEC 정상 회의 의전차량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
2003~2007 쌍용차 체어맨 리무진
1세대 에쿠스 리무진과 쌍벽을 이뤘던 차가 바로 체어맨 리무진 페이스리프트다. 보수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내외관 디자인과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전자 제어 에어 서스펜션 등 여러 첨단 장비를 무기로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었다. 차체 크기는 전장이 5,435mm, 전폭 1,825mm, 전고 1,475mm, 휠베이스 3,195mm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48마력, 최대토크 35.0kg.m의 힘을 내는 3.6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트림은 CM700L 단 한가지였으며, 가격은 7,750만원이었다.
1998 삼성차 SM530L
르노삼성의 전신인 삼성차도 리무진 모델인 SM530L을 만들었었다. 단 판매용이 아닌 삼성 임원진을 위해 만들어진 차였다. 7대에서 10대가량이 생산됐다는 얘기가 있다. 이처럼 극소수로 제작된 모델이라 정확한 제원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엔진 배기량에 따라 모델명을 정하는 삼성차 작명법에 따라 3.0리터 VQ엔진이 장착된 것으로 추측하는 바다. 2002년도에 나온 한 일간지 기사에 따르면, 이 특별한 리무진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가장 아끼는 애마다. 하지만 14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남동 차고에 잘 보관돼 있을지는 미지수다.
1997~2002 쌍용차 체어맨 리무진
쌍용차 최초의 럭셔리카이자 리무진인 체어맨 리무진. 이 차는 플래그십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인 고급스러움을 잘 구현한 생김새 덕분에 국산 리무진 시장에 한 획을 그은 차로 평가받는다. 디자인은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갈리첸 도르프가 담당했었다. 차체 제원은 전장이 5,355mm, 전폭 1,865mm, 전고 1,475mm며, 휠베이스는 3,200mm다. 엔진은 3.2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32.0kg.m의 힘을 발휘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6km였다. 1999년에는 내한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의전 차로 쓰이기도 했었다.
1997~2001 현대차 다이너스티 리무진
다이너스티 리무진은 국내 첫 리무진이자 에쿠스 리무진이 나오기 전까지 현대차를 대표하는 기함이었다. 뒷문을 늘린 장축형 리무진으로 전장은 4,980mm, 전폭 1,810mm, 전고 1,445mm며, 휠베이스는 2,745mm다. 3.5리터 V형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30.5kg.m의 힘을 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0km다. 대량생산이 아닌 따로 주문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이 특징이고 차에 부착되는 엠블럼이나 배지 등에 금장을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했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마지막 애마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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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우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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