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라이더가 산을 오를 때는 자신의 체중과 자전거의 무게를 짊어져야만 하지만, 오르막에서의 고난은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스피드로 보상받게 된다. 그러나 모든 라이더가 같은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거친 산길 내리막에서 불안감에 브레이크를 잡을지, 롤러코스터처럼 신나게 질주할지는 라이더가 어떤 자전거를 타느냐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 물론 전설적 라이더인 한스 레이처럼 하드테일 MTB로도 온갖 험난한 코스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리막길의 스피드와 재미다. 한스 레이도 자스카와 함께 GT 포스를 탄다.

 

국내의 많은 MTB 라이더들이 풀서스펜션보다 앞바퀴에만 서스펜션이 장착된 하드테일(Hardtail)을 선호한다. 그런데 하드테일은 분명 가벼운 만큼 언덕을 오르기는 더 쉬울지도 모르지만, 대신 내리막길의 재미에선 절대 풀서스펜션을 능가할 수 없다. 실력이 있으면 하드테일이라도 거친 산길을 달릴 수 있다고 말하는 라이더도 있다. 하지만 그저 고생스럽게 내리막을 극복할 수 있는지와 신나게 달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필자 역시 하드테일, 한때는 리지드 포크를 장착하고 산길을 달리던 시절도 있지만 역시 풀서스펜션이 훨씬 빠르고 재미있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라이더는 레이서가 아니다. 결국 어떤 자전거를 고를지 선택하는 기준은 라이딩의 ‘재미’ 아닐까? 풀서스펜션의 MTB의 매력이라면 내리막에선 더 빠르게 달리고, 처음 가본 트레일에서도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노면의 단차와 굴곡도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잡아주기에 하드테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하더라도 컨트롤은 훨씬 쉽다. 이번에 소개할 GT의 '포스 X 알로이 익스퍼트(FORCE X Alloy Expert)‘는 더 거친 길과 코스에 도전하는 재미를 주는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MTB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포스가 강한 자전거라는 썰렁한 농담은 그렇다 치더라도, GT 포스 X 시리즈는 무척 강한 인상을 주는 자전거다. GT 포스 X 시리즈는 프레임의 소재에 따라 ‘포스 X 카본’ 그리고 ‘포스 X 알로이’로 나뉜다. 물론 자전거의 가벼움과 장착된 부품의 등급을 생각하면 포스 X 카본 쪽이 더 욕심이 나지만, 포스 X 알로이 익스퍼트는 올마운틴 MTB의 세계에 막 입문한 라이더가 즐거움을 한껏 느끼기에 충분한 모델이다.

 

 

특히 포스 X 시리즈의 프레임은 타사의 풀서스펜션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무척 독특한 디자인이다. 타 메이커의 풀서스펜션에서는 볼 수 없는, GT의 독자개발 서스펜션 시스템인 AOS(Angle Optimized Suspension)가 탑재되었기 때문인데, 프레임 중앙 하단에 서스펜션과 관련된 기구가 집중된 다소 복잡해 보이는 구조는 보는 이에 따라 디자인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이지만, 서스펜션의 유연한 움직임과 뛰어난 페달링 효율로 많은 라이더들을 놀라게 했다.

 

 

 

 

 

GT 포스 X 시리즈는 AOS시스템을 비롯한 독특한 디자인과 기술로 강한 개성을 뽐내는 모델이다. 강한 개성을 가진 만큼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남다른 강점을 내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AOS 시스템을 이해하기위해서는 우선 GT의 이전 풀서스펜션 모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 풀서스펜션 MTB의 프레임은 라이더가 페달을 밟을 때 체인이 당기는 힘에 의해 서스펜션이 움직이며 페달링 효율을 떨어트리는 바빙(Suspension Bobbing)이라는 현상과 함께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체인을 통해 크랭크를 뒤로 잡아당겨 라이더의 페달링을 저해하는 킥 백(Kick back)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따라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페달링에는 둔감하지만 노면의 굴곡과 라이딩 중 가해지는 충격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스펜션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자전거 메이커들의 숙제였다.

 

: GT 2000년 카탈로그의 1세대 I-Drive 모델들

 

많은 자전거 메이커들이 서스펜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프레임의 링크구조를 개선하기위한 노력을 할 때 GT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서스펜션 디자인을 바라보았다. GT는 BB의 위치를 이동시킴으로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해왔고 그 결과 가장 처음 등장한 것이 I-Drive(인디펜던트 드라이브) 시스템이다.

 

초기 I-Drive는 크랭크가 장착된 바텀브래킷(Bottom Bracket, BB)이 원통 형태의 구조물 안에 들어있었고, 이 원통 구조물이 서스펜션과 연동해 회전하면서 BB의 위치를 움직여 체인 장력 변화로 인해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페달링에 간섭하는 것을 억제했다. 초기의 I-Drive는 부피가 크고 무거웠지만 원통형 구조물이 막대를 이용한 링크 방식으로 바뀌는 등 개량이 이루어지면서 완성도 높은 GT의 독자적인 서스펜션 기술로 거듭나게 된다.

 

 

GT가 생각한 기존 풀서스펜션 MTB의 문제는 리어서스펜션이 움직일 때 체인장력이 변화하며 구동계와 간섭을 일으킨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뒷바퀴가 충격을 받아 리어서스펜션이 움직일 때 체인을 뒤로 잡아당기게 된다면 라이더의 페달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때문에 GT는 서스펜션이 움직이더라도 뒷바퀴와 크랭크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체인 장력의 변화를 없애면 라이더가 더욱 기분 좋은 페달링으로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GT AOS의 핵심인 패스링크

 

I-Drive와 현재의 AOS는 구조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BB위치를 이동시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의 근원은 비슷하다. 다만 AOS는 프레임 가운데의 패스링크라는 구조물에 BB가 장착되어 리어서스펜션과 연동되어 움직일 뿐 아니라 리어쇽에 충격을 전달하는 역할을 함께 담당한다. 또한 AOS는 서스펜션 움직임에 따른 크랭크 축-허브 사이 거리를 기존 I-Drive보다도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10.mp4 : AOS Suspension Technology
(https://www.youtube.com/watch?v=lZhSLXAUtRI)

 

아마 MTB 서스펜션 기술에 관심이 많은 라이더라면 ‘서스펜션이 움직일 때 BB가 움직이며 크랭크 위치가 앞뒤로 움직이게 되는데, 페달링 시 흔들리는 느낌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시승 역시 페달링의 효율과 자세의 안정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스튜디오에서 리어쇽에서 공기를 완전히 빼고 리어쇽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는데 실제로 BB의 위치가 이동하는 거리는 25mm정도로 움직임이 그리 크지 않았다. BB가 장착된 패스링크가 자전거 프레임의 하단부에 위치하며 중앙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단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페달링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정과 함께 이를 실제 라이딩에서 체험해보기로 했다.

 

 

 

 

 

라이딩 전 이번 시승에 사용한 모델인 GT 포스 X 알로이 익스퍼트의 부품 구성을 확인해보았다. 완성차 가격 399만원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초보자가 처음부터 쉽게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느껴질 것이다. 사실 MTB 입문자들이 풀서스펜션 모델이 아니라 하드테일로 시작하는 이유도 풀서스펜션 모델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모델들 중에서는 엔트리 급 정도로 볼 수 있다. 브레이크와 구동계 컴포넌트는 브레이크가 시마노 SLX, 변속기는 시마노 SLX-XT, 크랭크는 레이스페이스 제품을 장착했다. 서스펜션 포크는 락샥 파이크, 리어쇽은 마조키 제품이다.

 

 

구동계의 기어비 구성은 무척 마음에 든다. 크랭크의 체인링은 36/24T, 스프라켓은 11-42T를 사용했다. 육중한 풀서스펜션 MTB지만 넓은 기어비 덕분에 가파른 경사라도 올라가지 못할 곳은 거의 없다. 물론 가벼운 무게를 생각하면 하드테일보다 등판속도는 느리지만, 미끄러지기 쉬운 노면에서도 리어서스펜션이 민감하게 노면 요철을 따라 움직이며 지면을 꽉 붙들어주고 기어비를 이용한 강력한 토크로 밀어붙이는 요령을 익힌다면 웬만한 코스에선 체력이 달리지 않는 한 내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레이스페이스 크랭크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듀얼 체인링 크랭크의 구성이니 이왕이면 시마노 컴포넌트로 통일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급격한 변속 시 약간의 이질감이 남고 약간의 체인 석(Chain Suck)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GT 포스 X 시리즈는 그 개성 때문일까,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MTB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의 엘리트 선수들을 포함해 GT 포스 X 시리즈를 시승해본 많은 라이더들이 페달링 효율의 우수성을 칭찬하는 소감을 들었다. 심지어 ‘올마운틴 힐클라임 머신’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보면 과연 ‘언덕에 강한 올마운틴 풀서스펜션’의 느낌이란 어떤 것일까 굉장히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대체 그 성능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런 후한 칭찬을 받는 것일까?

 

단순히 서스펜션이 딱딱해서 언덕을 잘 오르는 자전거라면 이건 반쪽짜리만 못하다. 노면의 변화를 따라 유연하게 서스펜션이 반응하면서도 페달링 시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어야 제대로 된 서스펜션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이번 시승모델에 기본 장착된 마조키 053 C2R 에어 쇽은 로우/하이스피드 컴프레션과 리바운드스피드 조절, 3단계의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주행 모드는 다이얼을 이용해 클라임/트레일/디센드의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서스펜션의 트래블 변화가 분명하다. 클라임 모드에 놓으면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트래블이 짧아진다. 트레일 모드에서는 서스펜션 트래블이 약 절반으로 줄어들고, 디센드에서는 최대 트래블을 사용한다. 모드에 따른 특성변화가 뚜렷하니 국내 라이더들의 취향에 잘 맞을 듯하다.

 

 

그러나 이번 GT 포스 X 알로이 익스퍼트의 시승기간 동안 서스펜션은 항상 디센드 모드에 맞춰 놓았다. 프레임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까, 굳이 오르막에서 서스펜션 트래블을 줄이고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이 디센드 모드에 맞춰져 있어도 언덕을 오르며 페달링 하는데 출렁거리거나 물렁한 느낌이 없다.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을 시도하면 서스펜션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그러나 안장에 앉아 페달링 하는 동안에는 리어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가볍고 빠른 페달링이나 강한 토크의 페달링 어느 쪽이라도 불필요하게 힘을 소모하는 느낌 없이 정직하게 달려 나가는 느낌, 특히 경사를 오를 때 자전거의 무게보다 훨씬 가볍게 오른다는 느낌이다. 수많은 라이더들의 칭찬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서스펜션이 페달링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데, 노면의 요철에는 굉장히 유연하게 반응하니 길이 거칠수록 더욱 즐겁다. 처음에는 바빙을 걱정해 서스펜션의 공기압을 조금 높게 설정했지만 익숙해질수록 리어쇽에서 공기를 더 빼게 된다. 공기압에 따른 서스펜션 반응이 확실히 다르다. 부드럽지만 출렁거리지 않고 안정감 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 안장 위에서 느끼는 무게감은 예상보다 가벼웠다. 하지만 자전거에서 내려서 다른 경량 풀서스펜션 모델과 비교하면 갑자기 무게에 대한 아쉬움이 살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일단 경량화를 위해서라면 크랭크와 휠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트레일 라이딩 위주로 즐긴다면 타이어만 조금 더 얇은 것으로 바꿔도 무게를 확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타이어를 기본 장착된 폭 2.4인치에서 2.2인치로 바꾸기만 해도 300g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레이스페이스의 핸들바와 스템은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핸들바 직경 35mm 규격을 사용하는데 튼튼하면서도 컴포넌트의 모양이 상당히 예쁘다. 게다가 엔트리 등급 모델이지만 핸들바의 리모트 레버를 이용해 안장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텔레스코픽 시트포스트를 적용한 점도 마음에 든다.

 

 

GT 포스 X 알로이 익스퍼트가 완벽한 올마운틴 자전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400만원이 안 넘는 가격, 399만원에 만날 수 있는 아주 개성 넘치면서도 멋진 트레일 바이크라는 점에 주목하자. 그대와 멋진 트레일 라이딩에 항상 포스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프레임 : COR 6069 하이드로포밍 알루미늄, 테이퍼 헤드튜브, 12×142mm 맥슬 드롭아웃, 단조 알루미늄 링크, 150mm 트래블 I-Drive AOS 서스펜션 시스템
포크 : 락샥 파이크 RC, 15맥슬, 150㎜ 트래블
리어쇽 : 마조키 053 C2R 에어 쇽, 리바운드 어저스터 & 락 아웃, 7.5×2.0"
크랭크 : 레이스페이스 Aeffect, 36/24T 배쉬가드 장착 (30T Narrow Wide 체인링 포함)
시프터 : 시마노 SLX
리어 디레일러 : 시마노 XT 섀도우 플러스, 다이렉트마운트
카세트 스프라켓 : 선레이스 CSMS3, 11-42T 10단
체인 : KMC X10
브레이크 : 시마노 SLX 유압 디스크
핸들바 : 레이스페이스 체스터, 780mm, 20mm 라이즈
스템 : 레이스페이스 체스터, 40mm
안장 : WTB 실버라도 레이스 SL, 크롬몰리 레일
시트포스트 : 카인드 쇽 LEV 인테그라, 리모트, 34.9mm
허브 : 시마노 데오레, 센터락, F:15×100mm/R:12×142mm 스루액슬
림 : WTB STP i25, 튜브리스 지원
타이어 : 컨티넨탈 마운틴 킹 27.5×2.4
무게 : 14.66㎏
사이즈 : S, M
가격 : 399만원
제품문의 : 에이치케이 코퍼레이션 031-460-3690 hksr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