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라이더가 자전거의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의 첫 번째로 신체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프레임(Frame)을 손꼽는다. 그리고 두 번째로 대부분 휠(Wheel)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자전거의 휠은 그만큼 주행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품이다.



주행 중 끊임없이 회전하며 자전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휠이 뛰어난 성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벼운 무게와 뒤틀림이 적은 단단한 강성,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공기저항을 덜 받는 에어로다이내믹(Aerodynamic) 디자인까지 자전거 휠의 성능을 좌우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자전거 휠에 적용된 신기술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 기존보다 폭이 넓어진 ‘와이드 림(Wide rim)’ 디자인이 있다. 와이드 림은 기존의 림 보다 2~3mm 더 좌우 폭이 넓어진 형태로, 최근 레이스에서 효과가 입증된 폭이 넓은 타이어를 사용해도 림에 무리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튼튼한 구조로 내구성과 코너링에서도 안정감을 높여준다. 또한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 단면의 형태가 공기저항이 적은 형태라는 이점도 있다.



다양한 소재와 가공 기술의 진화로 자전거 휠의 무게는 가벼워졌으며, 이제는 무게보다 공기저항을 덜 받는 형태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대다. 레이스용 휠 개발의 선두 주자격인 메이커들이 시작한 와이드 림은 이제 보편화 되었다. 그리고 레이서들을 위한 경기용 휠에서 일반 동호인 라이더를 위한 휠에도 ‘에어로다이내믹스에 유리한 와이드’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의 로발 SLX 23(Roval 23)휠은 그 대표주자라고 볼 수 있다.



로발 SLX 23은 스페셜라이즈드의 경량, 알루미늄 클린처(Clincher) 타입 휠세트다. 가볍고 단단하게 제작된 알루미늄 림은 외부 림 폭 22mm, 내부 림 폭 17mm로 육안으로 보아도 기존의 알루미늄 클린처 림에 비해 상당히 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넓은 림은 단순히 공기역학적으로 뛰어난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폭이 넓은 사이즈의 타이어를 사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넓은 타이어 역시 넓은 림과 같이 주행성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실제 물리적인 실험 결과로도 증명된바 있다. 과거에는 얇은 타이어로 지면과 접촉이 적어야 더욱 빠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실험결과는 타이어의 폭 이상으로 유연성이 구름저항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며, 폭이 넓은 타이어는 내부용적이 크기 때문에 낮은 압력으로도 더 많은 양의 공기를 가둔다. 이는 노면의 충격을 잘 분산시켜 승차감을 높여줄 뿐 아니라 지면과의 접촉면이 넓어 힘 전달에도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넓은 타이어는 기존의 타이어들보다 코너링에서 안정감이 뛰어나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이런 장점들은 타이어 선택에 민감한 산악자전거 분야에서는 이미 증명된바 있는 사실이다.



내경 17mm 와이드 림의 로발 SLX 23 휠세트는 일반적으로 폭 24mm 이상의 타이어를 권장한다. 기존에 많이 사용되던 폭이 좁은 20mm, 22mm 타이어는 권장하지 않는다. 넓은 타이어가 표준 규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설계라고 볼 수 있다. 와이드 림의 장점을 레이서를 위한 경기용 휠뿐만 아니라 일반 레저 라이더를 위한 휠에도 적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클린처 휠에도 ‘와이드 림’이라는 수식어 붙게 되었다. 로발 SLX 23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와이드림과 최신 기술이 적용된 베스트 올라운더 휠세트 - 로발 SLX 23



로발 SLX 23은 앞뒤 휠의 무게를 합쳐 1510g(퀵 릴리즈 레버 제외)에 지나지 않는다. 동호인 라이더를 위한 휠로서는 충분히 가벼운 무게다.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이 실측한 무게는 제원보다 약간 더 가벼운 1505g로 앞바퀴는 664g, 뒷바퀴가 861g다. 로발 SLX의 소비자 가격은 72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물론 현재 자전거 시장에 비슷한 가격대의 다양한 경쟁제품이 있지만 와이드림과 가벼운 무게를 생각했을 때 로발 SLX 23은 매력적인 휠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림과 함께 휠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품인 스포크(Spoke)와 허브(Hub)는 자전거 휠의 명가 디티스위스(DT SWISS)의 기술을 사용하였다. 디티스위스 레볼루션 스포크와 프로 록 니플을 사용해 빌딩 되었으며, 스포크 수와 패턴은 프론트 휠이 20개의 스포크 래디얼 패턴, 리어는 24개의 스포크로 2:1 투 크로스(Two cross) 패턴을 적용했다. 이는 안정성과 무게 그리고 힘 전달 능력까지 골고루 반영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패턴으로 중 하나다. 로발 SLX는 베스트 올라운드 알로이 휠세트(Best all-round alloy wheel set)로 스페셜라이즈드가 소개하고 있는데 그 콘셉트에 부합하는 설계다.



스포크는 스트레이트 풀(Straight pull)방식으로 허브에 결합된다. 스포크 헤드가 휘어져 있는 전통적인 J자 모양의 벤드(Bend)방식과 달리 직선으로 뻗은 스트레이트 풀 스포크는 견고하면서도 무게는 더 가볍다. 또한 허브와 결속력이 강하여 단단한 강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포크의 휘어짐이 없는 구조는 허브와 더욱 정교하게 맞물리게 해준다. 리어 허브의 드라이브 사이드(Drive side, 오른쪽)는 라이더의 힘이 직접 전달되는 부분으로 반대편과 스포크 비율이 2:1로 만들어 졌다. 드라이브 사이드의 허브 구조는 스포크 헤드 두 개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잡아당겨 휠의 전체적인 균형을 만들어내 회전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허브의 부하를 줄여준다. 덕분에 허브에 불필요한 부분이 사라졌고 무게는 더욱 가벼워졌다.



라이더의 힘을 구동계를 통해 휠에 전달하고 페달링이 없는 상태에서도 휠이 자연스레 구르게 만드는 핵심은 프리휠 내부에서 단일방향으로 힘을 전달해주는 래칫(Rachet)의 구조다. 로발 SLX 23의 허브에는 디티스위스가 자랑하는 스타 래칫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일반적인 폴(Paul) 방식 허브와 달리 두 개의 링 모양 톱니 판이 허브 축을 중심으로 맞물린 구조로 매우 간단하지만 정교하며 특수한 공구가 없이도 쉽게 정비할 수 있다.

많은 라이더들이 ‘디티스위스 스타 래칫‘이라고 하면 흔히 “차르르”하고 윤기가 날 것 같은 소리를 연상한다. 바로 그 소리의 주인공이다. 프리허브의 커버를 열면 내부에 두 개의 톱니 판을 볼 수 있는데 쉽게 청소, 윤활이 가능하며 부품교환도 간편하다. 로발 SLX 23에 장착된 래칫은 톱니가 18개인 18T 제품으로 차후에 좀 더 고급 사양인 36T나 54T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촘촘하게 맞물리는 톱니는 페달링 시 휠의 반응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준다.

시승 - 넓은 림의 새로운 발견, 로발 SLX 23



테스트를 위해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터보 24C 타이어를 장착하였다. 기존 내경 15mm 림에 해당 타이어를 사용해 보았기 때문에 체감의 비교가 가능할 것 이라는 판단에서다. 체중이 나가거나 신장이 큰 라이더라면 폭 28mm 이상의 광폭 타이어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로발 SLX 23은 림 테이프까지 조립을 끝마친 상태로 출고된다. 주행에 필요한 소모품만 장착하면 바로 타고 나갈 수 있다. 또한 기계가 아닌 숙련공의 손길로 수제작 된 휠세트로, 휠과 함께 각각의 스포크 텐션을 측정한 차트를 첨부해주니 더욱 신뢰가 간다. 함께 포함된 퀵 릴리즈 레버(Quick release lever, QR레버)역시 로발의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졌으며 무게 또한 가벼운 편이다. 앞뒤 QR의 무게 합을 측정해본 결과 122그램이었다.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터보 24c 타이어는 이미 경험해본바 있다. 하지만 림 자체가 넓어진 만큼 주행 체감, 특히 코너링 감각에 적지 않은 향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클린처 타이어 비드가 걸리게 되는 림 월(Rim Wall)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만큼 타이어는 더 넓게 벌어지게 된다. 이 덕분에 코너링에서 타이어가 옆으로 눕혀질 때 지면과 접촉면이 넓어진다. 이같은 차이는 과연 어떤 성능변화를 가져올까?



일단 직진에서 느낌은 앞으로 미끄러지듯 구르는 주행 감각이 탁월하다. 넓어져 공기역학에 유리한 림 형태 그리고 뛰어난 허브 기술, 완벽하게 조립된 부품들의 조화는 매우 가볍고 기분 좋은 주행감을 선사해준다. 이 감각을 계속 유지하자면 휠의 정기적인 정비는 필수다. 튼튼한 스트레이트 풀 방식은 이런 번거로운 수고를 약간은 덜어줄 것이다.



급격한 코너링에서 자전거를 눕혔을 때 노면을 잡고 코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은 일품이다. 또한 자전거를 눕혔다 코너를 빠져나오기 위해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빠르다. 넓어진 림과 거기에 따라 넓어진 타이어의 접촉면 덕분에 노면을 붙잡고 있는 안정감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껴졌다. 또한 자전거가 좌우로 흔들리는 격렬한 주행에서 휠이 좌우로 비틀리게 되는데 강성이 높은 휠세트는 덕분에 이런 뒤틀림이 최소화된다. 로발 SLX 23에서는 안정적인 코너링 그리고 빠른 반응 감각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정도 성능이라면 신뢰할만한 휠이라는 확신이 든다.



무게만 놓고 비교하자면 비슷한 가격대에 경쟁 제품 중 더욱 가벼운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발 SLX 23은 ‘와이드 클린처’ 휠인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무게는 무거운 편이 아니며 가격은 합리적이다.

단순히 무게만 고려하자면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방법과 부품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바와 같이 이제 무게보다는 더욱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자전거와 부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로발 SLX 23은 현재 레저 라이더에게 가장 알맞은 합리적인 베스트 올라운드 휠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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