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Titanium)이라는 금속으로 만든 자전거가 특별히 귀한 취급을 받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볍고 튼튼할 뿐 아니라 뛰어난 탄성과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점, 녹이 슬지 않고 피로한계가 높아 오랫동안 원래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 하지만 이 같은 장점들을 나열해도 특별한 이유로는 왠지 부족하다.

 

 

역설적으로 수많은 이들이 티타늄에 열광하는 이유는 오히려 뛰어난 금속의 특성만큼이나 소재를 다루기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숙련된 장인의 크래프트맨십(craftsmanship)이 없이는 멋진 자전거가 만들어지지 않기에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서 ‘이 자전거를 갖고 싶다’라는 소유욕을 부추긴다.

 

 

희소성과 높은 완성도를 겸비한 하나의 작품 같은 티타늄 프레임을 원하는 이라면,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는 한정적이다. 특히 티타늄 자전거의 ‘오리진(origin)’을 원하는 라이더라면 그 뿌리에 위치한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미국의 티타늄 명가 라이트스피드(LITESPEED)다.

 

 

라이트스피드는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여전히 ‘Handmade in USA’를 고집하는 자전거 메이커다. 라이트스피드가 만든 자전거 프레임들은 생산된 지 20년이 훨씬 넘은 모델이라도 여전히 현역으로 달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녔고 세월이 지나도 유행과는 상관없이 고유의 분위기와 느낌을 유지하기에 오히려 다른 자전거들과 차별화된다.

 

라이트스피드는 단순히 티타늄 튜빙을 사와서 용접만을 하는 메이커와 달리, 튜빙의 형태를 직접 디자인하고 가공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한때는 유럽의 여러 자전거 메이커에 가공된 티타늄 튜빙을 공급하거나, OEM의 형태로 완성된 라이트스피드의 자전거에 상표만 붙여 판매하는 브랜드도 있었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티타늄 자전거 프레임의 수요가 많지 않고, 그마저 이제는 대부분이 중국과 대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라이트스피드는 저렴한 티타늄 프레임의 생산을 거부하는 대신, 더 높은 완성도를 가진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장인 메이커의 길을 선택했다.

 

 

 

 

라이트스피드는 1986년부터 티타늄 자전거를 만들어왔고 올해로 브랜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여전히 전통을 지키는 메이커지만, 한편으로는 라이트스피드 역시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쿠와(KU:WA)’는 라이트스피드가 2016년 새롭게 선보인 티타늄 하드테일 프레임이다. 어쩐지 지금까지의 라이트스피드 모델들과는 이름부터 느낌이 다르다. ‘30주년 기념’과 같은 거창한 느낌은 아니지만 무언가 변화의 조짐을 느끼게 된다. 참고로 쿠와라는 이름은 노스 조지아 마운틴의 MTB 명소인 멀버리 갭을 가리키는 체로키 인디언의 말이다.

 

 

기존 라이트스피드와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의 이름처럼, 프레임의 모습에서도 변화를 느끼게 된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라이트스피드는 자전거시장의 휠세트 규격 변화에 발맞춰 27.5인치(650b) 휠세트를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들을 선보였다. 특히 라이트스피드의 신형 프레임들은 다른 자전거 메이커들과는 달리 기존 26인치 휠과 27.5인치 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6년 모델 역시 26인치 휠과 27.5인치 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MWC(Multi Wheel Compatible) 콘셉트는 그대로 적용되지만, 자전거 프레임 디자인은 큰 변화가 이루어졌다. 기존 모델인 피스가(PISGAH)나 시티코(CITICO)의 프레임이 직선으로 구성된 반면, 올해 새롭게 등장한 쿠와 그리고 함께 등장한 2016 신모델 아위(AH:WI) 프레임은 시트스테이의 끝부분이 둥글게 휘어졌고, 체인스테이 형태도 많이 바뀌었다. 함께 등장한 상위 모델 아위와는 프레임 지오메트리를 공유하지만, 쿠와는 3AL-2.5V 티타늄 합금 소재를 사용했고 아위는 탑튜브에 육각형 단면 가공된 6AL-4V 티타늄 합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티타늄과 같은 금속으로 만든 프레임은 형태에 따라 승차감과 같은 특성이 달라진다. 드롭아웃과 가까운 부분이 둥글게 휘어진 형태는 그만큼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충격을 쉽게 흡수해 승차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거친 트레일 라이딩은 물론 장거리 주행 시의 피로감을 덜어줄 것이다.

 

 

반면 체인스테이의 논 드라이브사이드 쪽 드롭아웃은 모양이 완전히 바뀌었다. 체인스테이에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되는데, 기존의 MTB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규격인 ‘플랫 마운트(Frat mount)’ 방식의 디스크브레이크 캘리퍼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독특하다. 아직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지만 빠르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규격인데, 기존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보다 단순한 구조로 무게가 더 가벼우면서 자전거의 프레임에 부하를 덜 주는 구조다.

 

 

작년 모델까지 크랭크가 장착되는 바텀브래킷(Bottom Bracket) 셸은 베어링을 직접 삽입하는 PF30 규격이 적용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스핀들 직경 24mm의 시마노 크랭크를 사용하는 라이더가 많은데, 이를 고려해 어댑터를 사용하지 않고 크랭크를 장착할 수 있도록 PF30 전용 세라믹 BB도 함께 제공된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BB는 소음문제에 민감한 라이더들을 위해 나사산 방식으로 결합되는 타입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수입사의 배려가 돋보인다.

 

 

라이트스피드는 뛰어난 티타늄 가공 기술을 보유한 메이커로 미국 NASA의 화성탐사로봇의 섀시개발과 같은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도 했다. 쿠와를 비롯한 라이트스피드의 티타늄 프레임들은 티타늄의 가공 과정에서 열이 가해지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여 금속의 특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냉간 가공’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 쿠와 프레임은 탑튜브가 테이퍼 형태로 가공되어 프레임의 강성을 높였고, 무게는 이전 모델인 피스가에 비해 10% 더 가벼워졌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기존의 26인치 휠과 27.5인치 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라이트스피드 MWC 디자인의 특징을 다시 짚고 넘어가자. 26인치 휠에서 27.5인치 휠로 교체 시 휠의 직경이 커진 만큼 BB의 지상고는 약 20mm정도 높아지게 되지만, 라이트스피드 MWC 디자인은 어떤 휠을 장착하더라도 라이딩에 문제가 없도록 일반적인 26인치 프레임보다는 약간 높게, 27.5인치 프레임보다는 약간 낮게 BB셸이 위치한다. 장착 가능한 서스펜션 포크 트래블은 80-100mm를 지원한다. 만약 기존의 자전거 프레임을 업그레이드 한다면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팅의 폭이 넓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전동식 구동계와 시마노의 신형 ‘사이드 스윙’ 타입 앞변속기를 장착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신형 XTR과 같은 구동계는 앞변속기의 케이블 위치가 기존과 전혀 다르다. 라이트스피드 쿠와 프레임은 앞변속기의 케이블이 다운튜브의 아래, 뒷변속기 케이블은 탑튜브의 하단을 통과하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전동식 구동계의 전선과 배터리를 프레임 안쪽에 완전히 수납할 수 있도록 해 깔끔한 외관을 유지한다.

 

 

라이트스피드 쿠와를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티타늄 명가의 정통성에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더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파격적인 변신은 아니지만 라이트스피드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오랜 시간을 함께할 단 하나의 특별한 프레임을 원하는 라이더에게 라이트스피드 쿠와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