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는 토종브랜드답게 우리나라 자전거 시장에 특화된 다양한 모델로 선전하고 있지만, 유독 풀서스펜션 MTB 장르에서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풀서스펜션 MTB를 타는 라이더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매년 출시되는 모델은 다양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탓도 있지만, 그동안 첼로는 하드테일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모델에 집중해왔고 비교적 최근에야 풀서스펜션 모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의 이면에는 디자인과 기술에 얽힌 여러 메이커들의 이해관계가 있다. 구조가 복잡한 풀서스펜션 MTB의 경우 독자적인 기술의 개발이 쉽지 않고, 이미 시장에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특정 서스펜션 기술의 경우 특허문제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 첼로는 올해 안텔로프와 프레가타 2종의 풀서스펜션 MTB 모델을 출시했다.

 

그러나 첼로와 같은 토종 브랜드의 강점은 국내 시장에서 라이더들이 원하는 사양의 모델을 파악하고 빠르게 신모델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첼로는 지난 2013년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MTB인 안텔로프를 출시했고, 지난 2015년 여름 MTB의 최신 트렌드인 27.5인치 휠세트와 서스펜션을 탑재한 안텔로프의 신모델을 공개했다.

 

 

첼로의 안텔로프는 많은 자전거 메이커들이 사용하는 방식인 ‘4-바 링키지(Four-Bar Linkages)’ 타입 리어서스펜션을 탑재한 풀서스펜션 MTB 모델이다. 비록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기술을 탑재한 프레임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보편적으로 그 성능이 검증된 프레임 설계와 함께 경쟁사의 모델과 비교해 우수한 컴포넌트를 장착한 모델로 라이더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연 첼로의 최신 풀서스펜션 MTB는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사실 첼로 안텔로프를 시승하기 전 GT 포스 X를 시승했다. 연달아 두 대의 풀서스펜션 MTB를 시승한 셈인데, 새로운 모델 시승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모델이 모두 150mm 서스펜션 트래블을 가진 올마운틴 장르 풀서스펜션 MTB이다. 하지만 제원을 살펴보는데 부품 구성에서부터 자전거가 추구하는 콘셉트가 살짝 다르다는 느낌이다.

 

최근 해외 올마운틴 바이크 트렌드를 살펴보면 무게가 늘어나더라도 서스펜션의 내구성을 높이고 에어 챔버의 용량을 키워 보다 고난이도의 코스를 질주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엔듀로(Enduro) 레이스 - 올마운틴(All mountain) - 트레일(Trail) 라이딩’으로 풀서스펜션 MTB의 장르를 분류할 때, 해외 올마운틴 MTB의 유행은 엔듀로 쪽으로 슬쩍 기울어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직접적인 비교대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시승했던 GT 포스 X가 엔듀로의 영향을 받아 무겁지만 터프한 ‘아메리칸’이라 한다면, 첼로 안텔로프는 올마운틴이지만 가볍게 다듬어진 어레인지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올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싶지만 무게가 부담스러워 기종 선택을 망설이는 라이더가 많다. 안텔로프에는 이러한 국내 라이더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안텔로프의 서스펜션 트래블은 150mm이며 앞뒤 모두 폭스의 팩토리 등급 제품을 장착했다. 폭스의 서스펜션의 등급은 팩토리(FACTORY)-퍼포먼스 엘리트(PERFORMANCE ELITE)-퍼포먼스(PERFORMANCE)의 세 가지로 나뉜다. 과거에는 퍼포먼스의 아래에 위치했던 OEM 전용 이볼루션(EVOLUTION) 등급이 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졌다.

 

 

서스펜션 등급 이야기를 다소 길게 했는데, 국내의 많은 라이더들이 등급이 달라도 폭스 제품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스의 OEM 등급과 최상급 모델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폭스의 팩토리 등급과 OEM 전용 등급은 내부 구조가 완전히 다르며 가격도 배 가까이 차이난다. 첼로 안텔로프에 장착된 폭스 서스펜션은 카시마코팅 옵션을 포함한 최상급 팩토리 모델이다.

 

 

포크는 폭스 32 탈라스(TALAS)를 장착했다. 포크 상단 좌측의 레버를 살짝 돌리는 것으로 서스펜션 트래블을 150-130mm로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 가변식 모델이다. 약간 아쉬운 점은 서스펜션 안쪽의 스텐션 튜브가 더 두꺼운 ‘34’나 ‘36’이 아닌 ‘32’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올마운틴바이크의 터프함을 추구하는 라이더라면 조금 더 두꺼운 포크를 장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반면 가벼움을 추구하는 라이더라면 이를 환영할 수도 있다.

 

 

리어 서스펜션은 뒷삼각 전체가 2개의 링크를 통해 앞삼각과 연결되는 구조다. 4-바 링키지란 ‘뒷삼각-링크-앞삼각-링크’구조가 4개의 막대를 연결한 것과 같다는 의미다. 복잡해보이지만 링크의 관절에 해당하는 부분을 연결해보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상하 2개의 링크에 하중이 분산되기 때문에 관절의 부하가 적어 프레임의 내구성을 높이기에도 좋은 구조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보편적이지만 흠 잡을 곳은 별로 없다.

 

 

리어쇽은 시트스테이 하단 중앙을 관통하며 서스펜션의 스윙암 쪽 링크와 너클 사이에 위치한다. 서스펜션이 충격을 받아 위로 움직이면 리어쇽의 상하 구조물이 동시에 누르는 구조다. 리어쇽의 초기 압축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다소 단단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시승 전 간단한 테스트에서 예상보다 부드러운 느낌에 놀랐다.

 

풀서스펜션 MTB는 리어쇽 내부의 공기압 변화와 링크의 구조, 라이더가 탑승하고 달릴 때 실제로 사용하는 서스펜션의 영역과 같은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라이더 자신이 최적의 공기압과 댐퍼의 세팅을 찾아내야 한다. 일단 안장에 앉았을 때 자연스럽게 서스펜션이 압축되는 정도인 새그(Sag)가 전체의 20% 정도가 되게 세팅하고, 댐퍼 조절 다이얼은 중간에 상태로 놓은 뒤 자신에게 맞게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일단은 무난할 듯하다.

 

 

 

 

 

독특한 개성의 프레임을 원하는 라이더에게는 첼로 안텔로프가 약간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외로 풀서스펜션 MTB로 유명한 브랜드의 모델 중에는 이미 경험해본 라이더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다.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MTB를 막 시작하려는 라이더 중에는 분명 ‘무난한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같은 가격이라면 보다 높은 등급의 컴포넌트’를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첼로 안텔로프는 이런 입문자들이 접하기에 적합한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모델이다.

 

 

구동계는 시마노의 신형 XT M8000시리즈를 장착했다. 크랭크와 변속기, 스프라켓과 체인에 이르는 드라이브트레인 전체가 XT급 11단 컴포넌트로 구성되며, 브레이크 역시 XT다. 휠세트는 펄크럼 레드파워 27.5 HP로 상급 사양이라 부르기에 흠잡을 데 없는 제품. 여기에 시트포스트는 유압식 컨트롤러를 포함한 락샥 리버브를 사용했다. 이만하면 레이서가 아닌 이상 성능에 전혀 아쉬움이 없을 정도의 상급 구성이다.

 

 

타이어는 슈발베 노비닉 27.5×2.25가 장착되었다. 국내의 트레일 라이더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인기모델 중 하나다. 다만 기본 장착된 폭 2.25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체인스테이 안쪽과의 여유 공간이 넓지는 않은 편이다. 혹시 폭 2.4인치 이상의 두꺼운 타이어를 장착하고자 한다면 라이딩 전 체인스테이와 타이어 안쪽이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 후 라이딩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포크와 리어쇽에 이르기까지 부품에는 더 이상 투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의 가격은 420만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가격대의 해외 메이커의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MTB들이 훨씬 낮은 사양 부품을 장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첼로 안텔로프의 부품구성은 호화롭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남은 것은 프레임의 성능이다. 실제 라이딩 중의 느낌이 어떨지 슬슬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풀서스펜션 모델의 승차감은 일단 세팅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만약 언덕을 좀 더 편하게 오르기 위해 단단하게 서스펜션을 세팅했다면, 내리막에서는 서스펜션이 제대로 노면의 충격과 굴곡에 반응하지 못하게 된다. 일단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 맞춰 개발된 것인 만큼 서스펜션을 부드러운 반응에 중점을 두고 세팅한 다음, 언덕을 오를 때 자잘한 요철에 서스펜션이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미끄러지지 않고 ‘노면을 잘 붙들어 주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체중 85kg의 라이더가 탑승했고 리어쇽의 공기압은 130psd 정도로 세팅했다. 세팅 값을 밝히는 이유는 첼로가 안텔로프 프레임의 체중에 따른 권장 공기압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세팅이 이상적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체중과 라이딩 스타일, 댐퍼의 세팅과 같은 여러 변수에 따라 공기압을 더하거나 뺐을 때 적절한 세팅이 될 수 있으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시승 전 서스펜션의 초기 반응이 단단하고 다소 둔할지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부드러웠고, 자잘한 요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MTB의 서스펜션은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민감하게 노면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점프 착지의 충격흡수보다는 노면의 굴곡에 반응하며 타이어가 튀어 오르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면을 꽉 잡아주는 것이 서스펜션의 진짜 역할인데, 서스펜션이 지나치게 단단할 경우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풀서스펜션 MTB를 처음 타본 라이더가 다소 물렁한 느낌이 들더라도, 무조건 리어쇽에 공기를 채워 넣어 단단하게 바꾸기보다는 적응기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심한 바빙과 같은 특별한 자전거의 버릇이 느껴지지 않는 무난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이미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다루는 이의 실력에 따라 재미있게 탈 수 있고, 세팅을 바꿔가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전거로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본 장착된 핸들바의 폭은 올마운틴 라이더용으론 조금 좁은 듯한데, 롤러코스터처럼 산길의 리듬을 즐기며 달리는 트레일 라이더라면 충분하겠지만 보다 과격한 라이딩을 원한다면 넓은 것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자전거의 프레임을 무릎으로 눌러가며 옆으로 눕히거나 되돌리는 과정에서 강성이 부족하거나 불안한 느낌은 없다. 프레임의 링크를 살펴보니 직경이 큰 베어링과 볼트를 사용해 든든하게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창과 같은 파크를 포함해 국내 대부분의 산길에서 프레임의 내구성에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쯤 되면 조금 더 거친 라이딩에 초점을 맞춘 세팅에도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첼로 안텔로프를 만나게 될 대부분의 라이더를 생각하면 현재의 구성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프레임, 훌륭한 부품구성은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게다가 알루미늄 프레임의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MTB 치고는 무겁지 않아 다루기도 쉬운 편이니 트레일 라이딩에서도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첼로 안텔로프는 그동안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MTB를 망설여왔던 많은 라이더에게 산길의 새로운 즐거움을 알려주는 모델이 될 것이다.

 

 

 

 

 

프레임 : 첼로 라이트 알로이 27.5 올마운틴, 테이퍼드 타입, 스무드웰딩
포크 : 락샥 탈라스 32 27.5 팩토리, 120-150mm 가변 트래블, 15QR
리어쇽 : 폭스 플로트 팩토리, SV, 오픈모드 어저스터
크랭크 : 시마노 XT M8000 34/24T
시프터 : 시마노 XT M8000
리어 디레일러 : 시마노 XT M8025-D 다이렉트마운트
카세트 스프라켓 : 시마노 XT M8000 11-40T 11단
체인 : 시마노 HG700-11
브레이크 : 시마노 XT M8000 디스크
핸들바 : 트루바티브 스타일로 T30
스템 : 트루바티브 스타일로 T20
안장 : 도미니크 파이톤
시트포스트 : 락샥 리버브 100mm 트래블, 리모트, 31.6×355mm
휠세트 : 펄크럼 레드 파워 27.5 HP, 6볼트, F:15×100mm/R:12×142mm 스루액슬
타이어 : 슈발베 노비닉 27.5×2.25
무게 : 13.9㎏
사이즈 : 15.5, 17.5
컬러 : 블랙/골드, 블루
가격 : 420만원
제품문의 : 에이치케이 코퍼레이션 031-460-3690 hksr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