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우리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동장군은 어느새 사라지고 길가의 꽃망울들이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곧 전국에는 다양한 꽃 축제가 열리며 향긋한 봄 냄새를 퍼트릴 것이다. 추운 겨울 싸매고 다녔던 옷가지가 가벼워지는 요즘이야말로 모터사이클과 오픈카의 계절. 겨우내 분리했던 배터리를 연결하고 점화버튼을 누르거나 탑다운 스위치로 지붕을 열 수 있는 온도가 됐다. 오픈카의 매력을 전하고자 두 편에 걸쳐 ‘오픈카를 정의하는 다양한 명칭’과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오픈카’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봤다.

 

 

 

자동차 용어가 낯선 독자들이 보기에 좀 더 직관적인 표현을 선택하다보니 오픈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세계적으로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더 널리 쓰이는 것도 컨버터블이라는 단어다. 컨버터블의 본래 뜻은 ‘전환 가능한’이란 형용사로써 존재했지만 지붕이 여닫히는 자동차가 생산되며 이를 지칭하는 단어로 명사화 됐다.

 

 

 

곧 우리나라에도 출시예정인 '미니 쿠퍼 컨버터블', 하드탑을 장착해 쿠페의 안락함과 오픈에어링을 모두 만족시키는 'BMW 428i 컨버터블', 야생마를 느낄 수 있는 '머스탱 컨버터블'. 모두 컨버터블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카브리올레는 말 한 마리가 끄는 2륜 마차를 뜻한다. 18세기 프랑스에서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접을 수 있는 지붕이 특징이다. 또한 이 단어는 불어를 비롯해 독어 및 스페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유럽에서 친숙한 단어다. 그래서인지 현재 자동차시장에서 사용되는 의미는 컨버터블과 동일하지만 유럽의 제조사들은 오픈카에 카브리올레 혹은 카브리오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한다.

 

 

독일산 아이코닉 스포츠카 ‘포르쉐 911 카레라4 GTS 카브리올레’, 작지만 프랑스 실용주의라는 큰 가치를 담았다. ‘DS 3 카브리오’, 이탈리안 감성 종결자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 MC'. 이 차들은 모두 카브리올레 혹은 카브리오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로드스터와 스파이더는 앞서 등장한 단어들과 같이 지붕이 열리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확실한 구분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시트의 수다. 앞서 등장했던 컨버터블, 카브리올레와 달리 오직 2개의 시트만 제공된다. 물론 컨버터블의 경우도 뒷좌석이 넓지 않아 일반 세단처럼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좌석이 놓이는 2+2구성이다. 아동을 태우거나 비상시 추가인원이 탈 수 있지만 로드스터의 경우 두 사람 외에는 탑승이 불가능하다.

 

 

'마쯔다 MX-5'와 '피아트 124 스파이더'. MX-5는 일본 내수형에 '로드스터'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차체형식을 차 이름에 그대로 적용한 것. 동일한 플랫폼에 인테리어도 똑같은 차지만 마쯔다는 로드스터, 피아트는 스파이더라는 명칭을 사용한 점이 흥미롭다.

 

 

박스터는 박서엔진과 로드스터의 합성어다. 차명 자체에 로드스터라는 의미를 이미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스파이더가 붙기도 한다. 바로 '포르쉐 박스터 스파이더'가 그것이다. 이 모델은 기본형 박스터보다 더 가볍고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며 지붕을 닫았을 때 매끈한 지붕선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지만 지붕개폐를 수동으로 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다.

 

 

 

타르가탑의 특징은 지붕이 열리되 B필라와 뒷유리가 접히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차체방식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안전규제가 있다. 1970년대 중반 미 정부가 자동차 전복사고에 대한 규제를 시행함으로써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민에 빠졌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타르가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수동조작인 구조였으나 최근 기술발전에 따라 자동으로도 개폐가 가능하게 됐다.

 

자동개폐가 가능한 ‘포르쉐 911 타르가’와 '마쯔다 MX-5 RF' 그리고 기존방식이 적용된 ‘쉐보레 콜벳’이다.

 

 

 

하드탑과 소프트탑은 지붕의 소재를 말한다. 컨버터블,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타르가 종류를 막론하고 차량의 특성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하드탑은 말 그대로 차체와 동일한 소재를 적용한 단단한 지붕이며, 방수처리 된 직물로 지붕을 구성하면 소프트탑이라고 한다. 각 소재는 장단점이 분명한데 제조사가 만들고자 하는 차의 특성과 한계점에 맞춰 적용하며 고려해야할 부분에는 차체전복, 소음, 내구성, 무게, 공간, 제작단가 등이 있다.

 

하드탑의 경우 차체 전복시 안전성이 뛰어나며 소음을 막아주는 동시에 테러위험에서 안전하지만 지붕의 무게가 많이 나가고 공간 또한 많이 차지한다. 더욱이 구조도 복잡해서 고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만큼 가격도 올라간다. 소프트탑의 경우는 반대로 생각하면 되겠다. 가볍고 공간 활용도가 좋으며 제작단가도 낮지만 방풍, 방음성능이 아쉬울 수 있으며 특히 내구성에 있어서 날카로운 물건에 걸리는 경우나 악의를 품은 테러에 취약할 수 있다.



오픈카에 관련한 다양한 명칭을 정리해봤다. 각 차종의 특성에 맞게 소재가 적용되며, 시트 구성과 메이커별 취향, 차체구조에 따라 다른 명칭이 붙게 되는 점이 흥미롭다. 이제 똑같이 지붕이 열리는 차지만 차마다 이름과 특성이 제각각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기사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픈카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과거에 큰 인기를 끌었던 차부터 현재 판매중인 차, 앞으로 등장이 예정된 차까지. 독자들에게도 목표로 삼는 오픈카가 생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