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수행해야 할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단순히 빨리 달리고 잘 서고, 기름 조금 먹는 차들만 요구하는 시대는 점차 사라지고 서브의 개념이라 여겨졌던 운전 중 느끼는 편리함과 즐거움, 화려한 볼거리 등에 대한 수요와 기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한 소비자가 늘면서 자동차의 기능도 점점 더 똑똑해 지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BMW 7시리즈의 인터페이스 시스템은 유독 눈길이 간다.

작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선보인 신형 7시리즈는 지금 것 볼 수 없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BMW의 시도와 혁신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았다. 예전 7시리즈서부터 끊임없는 인터페이스 개발과 도전, 시행착오를 겪은 뒤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인터페이스까지 왔는지 살펴봤다.

쓰기 편한 버튼식 인터페이스

7시리즈의 초창기 버전인 1세대(코드네임 E23)와 2세대(코드네임 E32) 모델에는 전자회로로 작동하는 로직 버튼이 나오기 전이었다. 때문에 물리적 원리에 의한 버튼으로 센터페시아를 채웠다. 쉽게 말해 예전 카세트 플레이어를 꾹 누르면 작동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장치들 말이다.

여기에도 BMW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의 고심이 묻어있다. 먼저 버튼을 작동하는 방향성과 표면 촉감을 다양하게 연출했다. 가령 온도조절 버튼은 자잘한 홈이 파여져 있는 좌우 다이얼 방식, 계기반 밝기 조절은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을 사용해 한번에 파악하고 쓰기 쉽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인 디자인은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손 쉽게 버튼을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완성했다.

터치스크린 화면의 등장

3세대로 오면서 7시리즈는 인터페이스의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 중 하나가 터치 스크린의 등장이다. 초기모델은 손바닥 만한 아주 작은 크기와 몇 가지 단색으로 구성된 모니터였지만 당시에는 꽤 획기적이었다. 특히, 시각적 신기함보단 기능 대비 버튼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이뤄냈다. 모니터의 등장으로 웬만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화면 하나에 다 넣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으로 최첨단 기술로 확대될 BMW 인포메이션 스크린은 이렇게 시작됐다.

통합정보 컨트롤러 i드라이브

2000년대 들어서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첨단 기술 경쟁에 불붙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1년 등장한 4세대 7시리즈 역시 지금 것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방법의 인터페이스를 장착하게 된다. 핵심 포인트는 바로 i드라이브(iDrive)다. i드라이브의 개발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시작됐다.

먼저, 터치스크린이 갖고 있는 단점이다. 평평하고 매끈한 모니터 화면을 터치해야 하니 오직 눈으로 보고 조작할 수밖에 없었고,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BMW는 판단했다. 또한, 기능과 장비 조작을 넘어 정보를 컨트롤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정보를 습득하고 편집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행히 수동변속기 장착 비율이 줄어들어 오른손의 역할이 축소됐고, 그 만큼 i드라이브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사실 i드라이브의 등장이 마냥 환영 받는 건 아니었다. 버튼과 화면의 연동성, 인식률, 세분화 되어있는 메뉴들로 인해 적응하기 더 힘들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땐 일일이 조그셔틀을 돌려야 해서 안전에 더 취약한 게 아니냐는 걱정의 쓴 소리도 듣곤 했다. 하지만 i드라이브는 개선과 수정을 거듭해 완성도 높은 시스템으로 자리잡았고, 지금 까지도 모든 BMW 차종에 빠져서는 안 되는 기본 인터페이스로 쓰이고 있다.

미래로 가는 첫 걸음 ‘제스처컨트롤’

그리고 마침내 또 하나의 획기적인 인터페이스가 나왔다. 작년 신형 7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공개된 ‘제스처 컨트롤’이 그 주인공이다. BMW는 인간의 몸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인터페이스라는 정의 아래 이 기술을 만들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허공에 미리 입력된 손동작을 구현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 제스처 컨트롤은 룸미러 하단에 숨겨놓은 센서를 통해 손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파악하고, 소프트웨어로 이를 해석해 운전자의 의도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즉, 어떠한 물리적 터치도 없는 비접촉 컨트롤러다. 마치 야구에서 포수가 투수에게 사인을 내리고 서로 합이 맞아 공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 버튼이나 모니터를 바라볼 필요가 없고, 어떤 곳에 신체를 갖다 댈 필요도 없다. 그저 버튼을 찾아 누르던 손가락을 허공에 휘저으면 끝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특정 몇 가지 동작이 전부며, 인식률이 100% 정확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BMW는 미래 자동차 신기술을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양산차에 집어넣었고, 지금 것 이런 차는 없었다. 또, 올해 CES에서는 제스처 컨트롤의 진화된 버전인 '에어터치(Air Touch)'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존 좌, 우, 앞, 뒤 손동작 센서와 함께 대각선, 기울기 표현 등 3차원 입체동작으로 구성했다. BMW식 인터페이스 기술의 끝은 어딜지 앞으로 다가올 7시리즈에는 또 어떤 기술이 적용될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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