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신더 MIPS / 몬타로 MIPS - 라이더의 머리를 보호하는 강력한 솔루션

최근 헬멧을 구입하거나 교체를 고려하고 있는 라이더라면 헬멧 메이커의 카탈로그나 웹페이지에서 노란 동그라미와 함께 그려진 ‘MIPS’라는 로고를 한번쯤 보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MIPS 로고는 말 그대로 그 헬멧에 라이더의 뇌를 충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신기술이 적용되었음을 뜻하며, 현재까지 50개 이상의 헬멧 메이커가 MIPS 기술을 채택하여 이를 적용한 헬멧을 출시하고 있다.

MIPS란 Multi-directional Impact Protection System, 여러 방향에서 전해지는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뜻한다. 1996년부터 20여년에 걸쳐 연구되어온 기술로 여러 익스트림 스포츠용 헬멧에 적용되어 그 효과를 인정받은 기술이지만, 여러 메이커들이 MIPS가 적용된 자전거용 헬멧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헬멧의 명가로 불리는 미국의 자전거 용품 메이커 지로(GIRO) 역시 MIPS 기술이 적용된 자전거용 헬멧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MIPS - 유연하게 움직이며 사방의 충격을 흡수하는 신기술

MIPS는 지로 뿐 아니라 자전거 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진 여러 헬멧 메이커들이 최근 앞 다투어 채택하고 있는 보호기술이다. 마치 미래의 헬멧 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기술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그 효과가 얼마나 크며 어떤 방식으로 머리를 보호하는지 궁금한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에 라이드매거진이 살펴볼 헬멧은 로드레이스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위한 헬멧인 지로 신더 MIPS(Synthe MIPS)와 거친 산악 라이더를 위한 헬멧인 지로 몬타로 MIPS(Montaro MIPS)다. 특히 신더의 2016년 모델은 지로가 작년에 출시한 최신 모델로 불과 1년 만에 MIPS 기술을 적용하여 업데이트 되었다.

MIPS 헬멧과 기존의 헬멧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안쪽에 라이더의 머리와 밀착하는 매끄러운 플라스틱 막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이 플라스틱 막은 ‘로우 프릭션 레이어(Low friction layer)’라고 부르며 MIPS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로우 프릭션 레이어는 라이더의 머리와 헬멧 사이에서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헬멧과 라이더의 머리 사이에 마찰을 줄여주는 것이 머리를 보호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궁금한 분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로우 프릭션 레이어는 헬멧을 해머로 내리치는 것 같은 직접적인 충격을 흡수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대부분 제자리에서 넘어지며 머리가 지면에 수직으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달리던 속도가 더해져 대각선으로 혹은 회전하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MIPS의 로우 프릭션 레이어가 라이더의 머리를 어떻게 보호하는지는 실험 영상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머리가 바닥과 부딪히는 순간 헬멧이 머리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머리가 ‘회전하며’ 지면과 부딪힐 때 뇌에 전달되는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또한 머리와 수직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가해지는 충격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기존의 헬멧보다 뇌를 보호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신더 MIPS - 강력한 보호능력 갖춘 전천후 로드레이스 헬멧

신더 MIPS는 로드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지로의 최상급 헬멧으로 앞서 설명한 MIPS 뿐 아니라 지로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강력한 보호능력과 함께 가벼운 무게 그리고 우수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갖춘 전천후 레이스 모델이다.

신더 MIPS의 외관은 신더 시리즈의 등장 이전 지로를 대표하던 레이스용 헬멧인 에이온, 아트모스 같은 모델과 사뭇 다르다. 기존의 지로 헬멧들이 복잡한 선으로 이루어진 뾰족하고 날카로움을 강조한 느낌이라면 신더 MIPS의 외관은 보다 둥글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로드바이크 라이더들의 최신 복장과도 잘 어울리며, 심플한 디자인의 고글이 함께한다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헬멧이 등장하기 이전 라이더들의 머리를 보호하던 헤어넷을 떠올리게 만드는 클래식한 감성도 묻어난다.

디자인 또한 무척 기능적인데, 고글을 벗었을 때 안경다리를 헬멧의 구멍에 끼워 손쉽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무척 반갑다. 고글을 벗은 상태에서 헬멧에 끼워 보관할 때 안정감 있게 고정되며, 고글을 썼을 때는 다리를 넣는 구멍이 공기흡입구의 역할을 겸하게 된다.

특히 신더 MIPS 헬멧의 디자인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통해 만들어졌고, 헬멧 내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을 극대화 하면서도 레이스에서 헬멧이 발생시키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다. 단순히 헬멧 외부에 공기 흡입을 위한 구멍을 많이 내는 것만으로 라이더의 머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헬멧의 앞쪽으로 들어온 공기가 라이더의 머리 위를 따라 흐르면서 뒤로 열기를 배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더 MIPS 헬멧의 외관을 살펴보면 기존의 사이클링 헬멧들과 비교해 벤틸레이션 홀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헬멧 내부에는 ‘에어터널’이 머리를 감싸듯 배치되어 더운 날씨의 레이스에서도 효과적으로 라이더의 머리를 식힐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헬멧 앞부분 이마와 맞닿는 부분에 적용된 패드와 턱끈은 항 박테리아 성 은섬유가 포함된 ‘X-Static' 섬유를 사용했다. 패드와 턱끈은 사용 후 바로 세척하여 잘 말리는 것이 가장 위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헬멧을 벗었을 때 빠르게 건조하며, 냄새가 나는 것을 억제함으로서 보다 쾌적한 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헬멧을 머리에 고정하는 스트랩은 지로의 ‘록 락(Roc Loc) 에어 핏 시스템’을 채택했다. 록 락 에어 핏 시스템은 이마에서부터 후두부까지 라이더의 머리를 입체적으로 감싸듯 죄어 고정하는 방식으로, 머리의 특정부위에 압박을 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부와 접촉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헬멧 내부의 공기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디자인 되었다. 후두부에 위치한 작은 다이얼 하나로 조절하는데 장갑을 낀 손으로도 다루기 쉬울 뿐 아니라 스트랩의 조임을 40클릭으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높이는 3단계로 조절 가능해 헬멧을 정확하게 머리에 맞출 수 있다.

신더 MIPS 헬멧의 로우 프릭션 레이어는 록 락 에어 핏 스트랩과 일체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두부의 다이얼을 돌리면 가장자리의 스트랩뿐 아니라 이마 앞부분을 감싸듯 머리 전체를 고정해준다. 또한 헬멧의 외관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도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한 지로의 최신 기술이 적용되었다. 헬멧의 EPS 충격흡수재 내부에는 일종의 내부 골격이라 할 수 있는 특수 섬유로 이루어진 ‘롤 케이지’ 라는 보강재가 들어있다. 롤 케이지는 충격을 받은 헬멧이 쪼개지거나 파손되면서 머리에서 벗겨지는 것을 방지해 2차 충격에서 머리를 보호한다.

컬러는 브라이트레드/매트블랙, 매트블랙, 화이트/하이라이트옐로우, 화이트/실버 총 4가지가 출시되며, 무게는 L사이즈 실측 306g으로 조금은 무겁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초경량 헬멧이나 저가형 헬멧은 롤 케이지와 같은 2차 보호를 위한 구조가 생략되는 경우도 있는데, 빠른 속도를 내며 달리는 라이더라면 무게 뿐 아니라 이 같은 헬멧의 보호능력에도 신경 써야만 한다.

몬타로 MIPS - 엔듀로/올마운틴 라이더를 위한 레이싱 헬멧

신더가 스피디한 로드레이스를 위한 모델이라면 몬타로 MIPS는 예측할 수 없는 산악 주행에서 라이더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모델이다. MTB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용 헬멧은 로드레이스용 헬멧과 겸용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경우가 있지만, 보다 격렬하고 거친 엔듀로 레이싱 등에서는 이보다 높은 보호능력이 요구된다. 몬타로 MIPS는 라이더의 후두부를 포함하여 전 방향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대비한 강력한 보호능력을 자랑한다.

지로의 카탈로그 등에 나온 몬타로 MIPS 헬멧의 디자인은 선바이저가 앞으로 많이 돌출되어 뾰족한 느낌이지만, 실제로 살펴본 제품의 이미지는 다소 둥글둥글한 느낌이다. 스케이트보더나 BMX 라이더들이 쓰는 어번 헬멧보다는 살짝 유선형을 띄어 날렵한 느낌을 주며, 선바이저는 각도를 조절하거나 분리할 수 있다. 선바이저는 제법 높이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이마 쪽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고글을 잠시 들어 올려 헬멧의 앞쪽에 거치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보호능력을 우선시 한 덕분에 통기구의 크기는 작지만, 헬멧의 앞에서 들어온 공기가 머리 위를 흐르며 상단과 후방으로 열을 배출하도록 디자인 되었다. 총 16개의 통기구가 머리에서 발생하는 열의 배출을 책임진다.

충격을 흡수하는 내부 EPS 폼과 외부의 플라스틱 셸의 접합부에 빈틈이 없고 마감이 무척 깔끔하다. 특히 헬멧 후방의 공기배출구는 가장자리가 유연하고 탄력 있는 고무 소재로 마감된 것이 특징. 고글을 착용할 때 고글의 밴드가 잘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후두부에서 귀 바로 위쪽까지 완전히 감싸 뒤 혹은 옆으로 넘어지더라도 빈틈없이 사방에서 라이더의 머리를 감싸준다.

신더 MIPS와 마찬가지로 내부에는 MIPS 로우 프릭션 레이어가 들어있다. MIPS 로우 프릭션 레이어는 헬멧을 머리에 고정하는 록 락 시스템과 결합되어있는데, 헬멧에서 떼어내어 분리할 수 있다. 로우 프릭션 레이어는 헬멧 내부 통기에 지장이 없도록 디자인 되었으며 헬멧을 머리에 쓰고 다이얼을 돌려 고정하면 스트랩과 함께 로우 프릭션 레이어가 전체적으로 둥글게 수축하며 자연스럽게 머리를 감싸도록 디자인 되었다.

이마와 정수리에는 땀을 흡수하고 헬멧을 머리에 꼭 맞게 밀착시켜주는 패드가 들어있다. 패드 역시 앞부분에는 통기성을 높이기 위한 홀이 나있으며, 패드와 턱끈에는 섬유를 순은으로 코팅해 항 박테리아 성을 높인 X-Static 기술이 적용되었다.

또한 몬타로 MIPS에는 재미있는 액세서리가 하나 포함되어있는데, 액션캠이나 라이트 등의 액세서리를 손쉽고 깔끔하게 장착할 수 있는 마운트가 들어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마운트는 액션카메라 고프로와 호환되도록 디자인 되었고, 별도의 스트랩 같은 고정장치 없이 원터치로 헬멧에 장착할 수 있다. 헬멧 정수리 쪽의 홈에 마운트를 눌러서 끼울 수 있는데, 한번 장착되면 손으로 잡고 흔들어도 쉽게 움직이거나 빠지지 않을 만큼 단단히 고정된다.

선바이저를 포함한 지로 몬타로 MIPS 헬멧의 무게는 L사이즈 405g으로 조금 무거운 편. 컬러는 매트블랙에서 네온에 이르기까지 총 8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라이더의 취향을 충족한다. 올마운틴에서 엔듀로에 이르기까지 거칠고 빠른 라이딩을 즐기는 마운틴바이커에게 몬타로 MIPS는 강력한 보호성능을 어필한다.

신더 MIPS와 몬타로 MIPS는 지로 헬멧 라인업에서 로드바이커와 마운틴바이커를 위한 가장 뛰어난 보호능력을 가진 헬멧이다. 신더 MIPS의 가격은 36만원, 몬타로 MIPS의 가격은 21만원으로 MIPS가 적용되지 않은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조금 더 비싼 편이다. 그러나 더욱 강력한 보호능력을 갖춘, 특히 뇌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솔루션을 원하는 라이더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늘 안전한 라이딩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고에 대비해 안전장비에 충분한 투자를 하는 것은 결코 아까운 일이 아님을 생각하자.

글

장낙규 기자 rockyou@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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