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세그먼트를 꼽으라면 단연 소형 SUV일 것이다. SUV 특유의 듬직하고 널은 실용공간을 물론이며, 작은 차체와 높은 시야가 만나 부담 없이 차를 다룰 수 있다.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과 웬만한 중형 세단 못지 않은 다양한 옵션을 통해 고객층을 더욱 넓히고 있다

각각 소형 SUV가 추구하는 방향도 모두 다르다. 어떤 차는 운전 재미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실용성과 효율성, 때로는 감성을 자극하는 차들도 있다. 그리고 이런 방향이 차 이름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모델에 따라 통일성을 갖춘 이름부터, 차의 성격과 목표를 담은 이름까지 소형 SUV 이름 속 숨겨진 진짜 뜻을 한번 살펴봤다.

기아차-니로

국내 판매중인 소형 SUV 가운데 유일한 하이브리드 모델인 기아차 니로는 이름에서도 친환경을 지향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니로는 제로에 가까운, 무결점을 지향한다는 뜻을 지닌 니어 제로(Near Zero)의 줄임말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회사의 의지도 엿볼 수 있는 차명이다. 실제 니로는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려 공인연비 19.5km/l(도심:20.1km/l, 고속도로:19.9km/l)를 발휘한다. 여기에 이산화 탄소 배출량도 79.0g/km로 낮은 수치를 자랑한다.

쌍용차-티볼리

티볼리의 뜻은 밝고 경쾌하다. 먼저,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근교 휴양지 이름이기도 하며,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도심형 테마파크의 이름이기도 하다. 특히, 티볼리 공원은 향후 디즈니랜드의 영감을 얻은 곳으로 더 유명해졌다.

이름만 들어도 신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이 단어를 쌍용차는 소형 SUV 차명에 사용했다. 이름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응은 매우 좋다. 티볼리는 작년 쌍용차 실적을 견인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고, 지난 달 출시한 티볼리 에어 역시 출시 한 달 만에 사전계약 5,000대를 돌파하는 등 쌍끌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무한한 영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티볼리 의미가 도심 및 레저형 SUV 콘셉과 잘 어울리고, 실질적인 젊은 소비자와 여성 고객에게 크게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차-QM3

르노삼성차 대표 SUV인 QM3의 차명은 브랜드 이름 통일성에 맞춰 작명됐다. 먼저 QM은 Quest Motors의 약자로 ‘드라이빙을 추구하는’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후 뒤에 숫자는 기존 르노삼성차가 사용하던 차급을 의미한다. QM5 역시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참고로 세단을 가리키는 SM 시리즈는 Samsung motors 의 약자를 사용하며, 르노삼성차는 거창한 의미 없이 정해진 기준에 맞춰 단순한 차명을 붙이고 있다.

닛산-쥬크, 지프-레니게이드

수입 소형 SUV도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다. 개성 있는 얼굴로 멋을 부린 닛산 쥬크와 지프 레니게이드가 대표적이다. 쥬크는 ‘상대를 속이는 몸놀림’이라는 미식축구 용어를 차명에 집어넣었다. 그 만큼 재치있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름에 맞게 쥬크는 발랄한 운동 성능을 가졌다. 직렬 4기통 1.6리터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 190마력, 최대 24.5kg.m를 내며, 무단변속기가 맞물려 연비 효율도 꼼꼼히 챙긴 알뜰한 소형 SUV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2008년 북미 국제오토쇼를 통해 선보인 콘셉트카 이름이었다. 이후 실제 양산차에도 같은 이름이 들어갔는데 정확하게는 ‘변질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자신이 속해있던 집단을 벗어난 이탈자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름처럼 레니게이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지프모델과 많이 다르다. 귀여운 디자인을 비롯해 도심형 SUV에 맞게 달리기 실력도 뛰어나다. 작은 차체로 골목길도 무리 없고, 지프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문양들도 실내외 곳곳에 숨어있어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름과 차의 성격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레니게이드다.

푸조-2008

푸조는 세그먼트와 모델의 세대에 따라 이름을 짓고 있다. 2는 소형차를 의미하고 00은 SUV(0 하나는 세단이나 해치백을 의미한다)의 고유 이름을 뜻한다. 마지막 8은 8세대를 의미한다. 이 모든게 합쳐져 2008이라는 차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푸조 때문에 차명이 바뀐 사례가 있었다.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서 포르쉐는 뛰어난 성능과 공간을 대폭 넓힌 플래그십 모델로 901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미 푸조가 앞뒤 숫자 사이에 0을 넣는 작명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르쉐는 이름을 바꿔야 했고, 지금의 911로 최종 결정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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