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의 성능을 높이고자 한다면 휠세트(Wheel set)가 자전거의 성능을 절반 이상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첫 번째는 자전거의 뼈대를 이루는 프레임이다. 그리고 프레임의 성격에 맞는 휠세트를 갖추는 것 역시 자전거의 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휠세트의 종류와 선택권은 라이더가 자전거를 즐기는데 큰 즐거움이 된다. 림(Rim)의 높이와 스포크(Spoke)의 개수 그리고 허브(hub)에 따라서도 휠세트의 성격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좌우로 넓은 와이드(Wide) 림이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여 크게 유행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 카본(Carbon) 소재를 사용한 휠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여기서 라이더들은 휠 선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림이 높을수록 공기저항을 극복하는데 유리하여 빠르게 달리고 평지에서 속도를 유지하는데 탁월하지만, 림의 무게가 증가하면서 오르막을 오를 때 부담이 된다. 무게와 에어로다이내믹스(Aerodynamics)의 반비례 관계는 휠 선택에 있어 딜레마가 되고 있다.

무게와 에어로의 반비례 관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것이 50mm 높이의 림이다. 충분한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지니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의 절충안으로 50mm가 라이더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더 높은 림에서 더 뛰어난 에어로 성능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라이더들을 유혹하곤 한다.

레이스에서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높이 50mm 림보다 조금 더 높은 65mm의 와이드 림, 그러나 뛰어난 공기역학적 성능에도 휠세트의 무게는 1405 그램(gram)에 불과하다면? 공기역학적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오늘날 정말 매력적인 레이스용 휠세트가 될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은 실제로 출시된 휠세트의 사양이다. 바로 디티스위스(DT Swiss)의 레이스용 카본 튜블러 휠세트인 RRC 65 다이컷 T(RRC 65 DICUT T) 휠세트다.

 

디티스위스의 역작 - RRC 65 다이컷 T

디티스위스라는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많은 라이더들이 신뢰를 가진다. RRC 65 다이컷 T는 휠의 명가 디티스위스가 새롭게 내놓은 최상위 등급 하이프로파일 림 카본 휠로 디티스위스가 그동안 개발하고 세상에 내놓은 혁신적인 휠 기술이 총망라 되었다.

휠세트의 무게는 1405 그램으로, 앞뒤 휠세트에 퀵 릴리즈 레버를 포함한 무게다. 65mm 높이의 하이프로파일 림이 사용 된 것을 감안 했을 때 휠의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가벼움을 자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휠을 구성하는 부품과 작은 부분까지, 성능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게 만들어진 디테일은 과연 디티스위스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

제품명에 붙는 다이컷(DICUT)은 휠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부품의 궁합이 완벽하게 이루어져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조합 된 것을 의미하는 디티스위스 최상위 라인업 제품군의 이름이다. 디티스위스 최상위 등급 제품들은 림은 물론 허브와 스포크 그리고 니플(Nipple)에 이르기 까지 휠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들이 최적의 상태로 결합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단순히 여러 공장의 부품을 사서 조립되는 휠이 아닌 하나하나 부품에 디티스위스의 철학과 기술이 녹아들어 있으며, 그 부품들이 완벽한 궁합으로 하나의 휠을 구성하여 최상의 성능을 낸다. 디티스위스가 다른 많은 휠 브랜드들과 차별화 되고 전 세계 라이더들에게서 호평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부품 간의 완벽한 조화 - 디티스위스 ‘다이컷’

65mm 림 높이의 RRC 65 다이컷 T의 림 넓이는 25mm로 최근 유행하는 와이드 림으로 제작되었다.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평지 위주의 로드레이스 그리고 고속에서도 꾸준한 속력 유지가 필요한 타임트라이얼(Time trial) 레이스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동시에 1405 그램의 가벼운 무게는 강력한 장점이다.

디티스위스 하면 먼저 허브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RRC 65의 다이컷 허브에는 싱크(SINC, Silicon Nitride Ceramic) 베어링,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라믹 베어링’이 장착되어 매우 낮은 구름저항을 갖는다. 스틸 베어링과 달리 휠에 강한 부하가 걸리는 상황에서도 베어링 내부를 구르는 구체의 일그러짐이 거의 없어 극히 부드러운 회전을 보여주며 내구성 또한 높다.

허브와 스포크가 맞물리는 부분인 플랜지(Flange)가 상당히 높고 평평하게 만들어진 것이 인상적이다. 이런 구조는 휠의 측면 강성을 증가 시키는데 자전거가 좌우로 흔들리게 되는 코너링(Cornering)과 댄싱(Dancing) 그리고 스프린트(Sprint) 상황에서도 휠의 빠른 반응성은 물론 자전거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전방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게 한다. 흔히 우리가 ‘경쾌하다’와 ‘안정감이 뛰어나다' 라고 표현하는 바로 그 느낌을 극대화 하는 설계다.

다이컷 허브의 플랜지와 맞물린 부분의 스포크 헤드가 상당히 독특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이것 역시 디티스위스가 자랑하는 독특한 설계로 이름은 네일 헤드 스포크(Nail head spoke)다. 스포크는 역할은 허브와 림 사이를 팽팽하게 당겨 휠의 구조를 유지한다. 이 스포크가 림과 허브를 잘 연결하고 빈틈없이 결합 되었을 때 휠의 안정성이 높아짐은 물론 성능이 배가된다. 네일 헤드 스포크는 허브 플랜지와 강력한 결합을 유지하기 위해 납작하게 각진 모양의 헤드를 가진 특별한 스포크다.

또한 허브 플랜지에서 스포크가 맞물리는 부분은 두 개의 스포크가 원 크로스(1 cross) 방식으로 짜여 한 지점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게 설계되어 허브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 휠의 스포크들이 일정한 균형을 이루게 하여 전체의 구름성과 직진성을 탁월하게 한다.

납작한 블레이드 형태로 제작된 스포크는 공기를 가르는데 유리하게 고안된 디자인이며 동시에 가운데 부분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더블버티드(Double butted) 처리되어 경량화 했다. 디티스위스의 스포크는 고유의 냉간단조가공으로 만들어져 인장강도가 높으며 뛰어난 탄성으로 정평이 나있다. 뛰어난 탄성은 노면에서 충격이 휠에 전달되어도 라이더와 자전거에 영향을 줄이며 자전거의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높인다.

디티스위스 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스타 래칫’이다. 자전거 주행 중 페달을 멈추면 들리는 ‘차르르르’ 하는 특유의 소리는 스타 래칫의 상징이기도 하다. 디티스위스 래칫 시스템(DT Swiss Ratchet System)을 스타 래칫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별모양을 한 두 개의 톱니 판이 물려 있는 프리휠(Free wheel) 구조 때문이다.

최상의 구름성과 정교함을 자랑하는 디티스위스를 대표하는 특징이지만 그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여기에 기술력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하며 정비 보수가 간편한 구조, 뛰어난 성능을 보장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정비할 수 있는 설계는 디티스위스 스타 래칫이 널리 사용되는 동시에 신뢰받을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 스타래칫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교체할 수 있다. 프리휠을 들어내면 드러나는 간단한 구조로 더욱 빠른 반응과 정교한 구름성을 위해 사용자가 직접 교체하는 경우도 많다. RRC 65 다이컷 T에 장착된 래칫은 36T로 충분한 구름 성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더욱 빠른 반응성능을 느껴보고 싶다면 더 많은 톱니수를 가진 래칫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심지어 림에 적용된 데칼마저도 수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방수 기능을 가진 것으로 만들어졌다. 데칼이 수분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도 공기저항을 최소화 하기위한 설계다. 방수 데칼은 또한 오염에 강하다. 이런 미세한 부분 까지 고려한 설계는 디티스위스의 명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무게가 가벼운 휠인 만큼 라이더 체중에는 제한이 따른다. RRC 65 다이컷 T 휠세트의 라이더 무게 제한은 100kg으로 설정되었다. 이처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라이더가 많진 않겠지만 참고해야할 사항이다. RRC 65 다이컷 T는 튜블러 타이어를 사용하는 휠로 림의 내, 외부 넓이는 25mm이다. 디티스위스에서 제안하는 차트 상에서 최소 20mm에서 최대 35mm 타이어 까지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최대 공기압은 많이 사용되는 타이어 사이즈인 23mm에서 131psi 28mm에서 113psi로 제한된다.

 

시승 - 가벼운 에어로 하이프로파일 휠 RRC 65 다이컷 T

65mm 높이의 림을 가진 휠세트라면 아마 많은 라이더들이 무게와 반응성에 대한 우려를 가질 것이다. 휠을 직접 시승한 라이드매거진 기자도 휠의 높이를 보고 둔한 느낌을 줄까 걱정이 된다는 말부터 꺼내었다. 하지만 1405 그램의 무게를 이야기 하자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65mm 카본 휠이 고작 1405 그램 이라니?’라는 반응이다.

무게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50mm 카본 휠세트, 그중에서도 꽤 가볍다는 축에 드는 휠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림은 넓은 와이드 타입이다. 시승하기 전 스펙만 보아도 벌써 놀라게 된다. 그리고 디티스위스의 최상위 등급인 다이컷이라는 이름에서 놀라움에 따라온 의구심은 충분한 신뢰로 상쇄된다.

주행의 첫 느낌은 경쾌함 그리고 부드러움. 명성이 자자한 디티스위스의 허브는 처음 페달을 밟으며 나가는 순간부터 지면을 미끄러지는 것 같은 부드러운 느낌을 라이더가 느끼게 해준다. 그동안 사용해보았던 다양한 휠이 있었지만 이토록 가볍게 움직이고 미세한 걸림도 느껴지지 않는 말끔함은 흔치 않았다. 동시에 높이가 제법 있는 하이프로파일 림임에도 힘을 주어 속도를 올리는데 부담이 적다. 휠을 굴리며 느껴지는 무게는 65mm임을 잊을 정도로 가볍다.

구르는 감각 그리고 힘을 실은 페달링에 보여주는 반응성, 코너링과 스프린트에서 단단하고 안정감이 있는 특유의 느낌은 잘 만들어진, 모든 부품이 완벽한 조합을 이룰 수 있는 휠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며 감탄하게 만든다. 주행 감각은 익숙한 높이인 50mm 에어로 휠과 유사하지만 속도 유지 측면에서는 더욱 뛰어난 면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 깊다.

RRC 65 다이컷 T는 디티스위스의 야심작 이라고 생각된다. 경쟁 관계에 있는 휠 브랜드들이 가벼운 무게 혹은 에어로 다이내믹에 특화된 디자인 등을 내세웠다면 디티스위스는 부품간의 완벽한 조화로 최적의 성능을 이끌어낸 설계를 내세웠다고 볼 수 있겠다. 휠은 실제로 여러 가지 부품을 조합하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RRC 65 다이컷 T와 함께라면 65mm의 높은 카본 림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평지 위주의 레이스나 타임트라이얼 전용 휠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전천후 사용해도 적합한 휠, 부품간의 완벽한 조화로 만들어진 최신 기술의 휠이라는 결론을 내려 본다. 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만든 디티스위스의 장인정신은 레이스에서의 활약은 물론 라이더에게 라이딩의 만족감과 재미를 배로 만들어줄 물건이다.

디티스위스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엘파마가 책정한 RRC 65 다이컷 T의 국내 출시 가격은 343만원이다. 동급의 경쟁 제품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가격이다.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으로 빠른 평지주행에 자신 있고 동시에 가벼운 무게로 약간의 오르막도 공략하고자 하는 라이더에게 최적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65mm의 편견을 깨는 RRC 65 다이컷 T는 올해 주목할 만한 휠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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