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Belgium)라는 유럽 국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전거 라이더, 특히 사이클링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이라면 벨기에가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코블 클래식의 여왕이라 불리는 레이스인 파리-루베와 플랜더스 투어가 매년 개최되는 나라로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기억되는 곳이 바로 벨기에다.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자전거부터 배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벨기에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고 한다. 레이스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에디 메르크스(Eddy Merckx)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이클링 스포츠계의 펠레라고 불리는 에디 메르크스 역시 벨기에가 배출한 전설적인 사이클리스트다.

이런 벨기에를 대표하는 레이스바이크 메이커가 바로 리들리(RIDLEY)다. 벨기에가 생소한 것처럼 이 브랜드 역시 생소할지 모른다. 리들리는 유럽의 많은 레이스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메이커이며, 오늘날 로드바이크에서 표준이 된 설계와 콘셉트를 가장 빠르게 도입하는 혁신적인 메이커이기도 하다.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했던 파이오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자전거 메이커들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 로드바이크를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리들리는 이 같은 유행 이전에 에어로다이내믹스(Aerodynamics)에 눈뜨고 이를 레이스에 도입했다. 짧은 시간동안 강력하고 폭발적인 페달링을 선보이는 스프린터를 위한 단단한 프레임과 1분 1초를 단축하기 위해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레이스바이크 노아(Noah)를 리들리는 이미 2006년 세상에 선보였고 당시 특급 스프린터 중 한명으로 ‘로켓 로비’라는 애칭으로 불린 호주 출신의 로비 맥퀸(Robbie McEwen)은 노아와 함께 스프린트 스테이지를 휩쓸었다.

리들리 노아는 전방에서 볼 때 매우 얇지만 측면에서 볼 때는 두터운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에어포일(Airfoil) 형태의 튜빙, 그리고 스프린터의 강력한 페달링을 지지하기 위한 두터운 BB셸(Bottom Bracket shell) 등 오늘날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설계들을 먼저 도입했던 선구자격인 자전거였다. 심지어 공기저항을 증가시키는 브레이크를 프레임과 포크 안쪽에 숨기는 설계를 2012년 노아 패스트에 이미 적용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오늘날 모든 로드바이크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테이퍼드(Tapered) 헤드튜브 역시 리들리가 원조다. 포크가 장착되는 헤드 튜브를 정면에서 보았을 때 하단부가 상단보다 넓은 형태로 만들어 포크의 지지력을 높였다. 포크를 통해 핸들바로 올라오는 충격에도 자전거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하고, 코너링과 댄싱 그리고 스프린트 상황에서 자전거가 좌우로 비틀리는 현상을 억제하여 자전거의 안정성, 반응성을 높이고 전방을 향해 똑바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설계다.

프레임의 강성과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테이퍼드 헤드튜브 설계는 2001년에 리들리가 개발하여 레이스 바이크인 다모클레스(Damocles)에 최초로 적용하였고 이후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리들리 다모클레스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현재 리들리의 레이스 바이크로 활약하고 있는 모델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헬리움(Helium)이다.

 

가볍지만 단단하다

헬리움이라고 하면 기구와 풍선을 띄우는 가벼운 가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처럼 헬리움은 올라운드 로드레이서는 물론 힐클라임 스페셜리스트를 위해 만들어진 경량 레이스바이크다.

최근 레이스바이크 메이커들 사이의 트렌드는 스프린터를 위한 에어로 바이크, 장거리와 거친 노면의 코스를 달리기위한 인듀어런스(endurance) 바이크 그리고 클라이머와 올라운더를 위한 초경량 로드바이크의 3가지 라인업으로 지형과 경기 양상에 따라 바이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리들리는 초경량 올라운드 바이크 카테고리의 이름을 ‘STIFFNESS TO WEIGHT’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강성 대비 무게’를 특징으로 내세우는 프레임이 바로 헬리움 시리즈다. 가벼운 무게와 단단한 강성을 강조하는 프레임은 어떤 특징을 갖추고 있을까? 가장 먼저 프레임의 외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 튜빙들이다. 가장 상단에 위치한 탑튜브는 물론 하단 BB셸과 헤드튜브를 잇는 다운튜브까지 모두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연결되어 있다. 직선으로 길게 뻗은 프레임은 마치 클래식 로드바이크가 연상된다.

프레임은 제법 단단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단단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로드레이스는 적게는 1백 킬로미터 내외, 길게는 수백 키로 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만일 단단하기 만한 프레임을 타고 출전한다면 노면의 충격에 자전거가 취약하게 되어 안정적인 주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 라이더가 쉽게 피로를 느껴 승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얇게 설계된 시트스테이(Seat stay)는 이런 단단한 프레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이다. 좌우방향의 비틀림에는 강하게 저항하지만, 세로방향으로는 유연함을 확보하여 노면의 충격을 상쇄한다. 그러나 시트튜브와 만나는 지점은 넓고 평평하게 제작되어 좌우 비틀림을 최소화한다.

안장을 지지하는 시트포스트는 직경 27.2mm 규격의 얇은 것을 사용한다. 무게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진동의 상쇄를 고려한 선택이다. 이에 반해 크랭크의 베어링이 장착되는 바텀브래킷은 PF30 규격을 사용한다. 자전거의 중심이자 라이더의 출력을 전체 프레임에 전달하게 되는 BB 셸을 큰 사이즈로 제작하여 힘 전달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다운튜브 하단에 부착된 'Tested on pave' 스티커가 자전거의 신뢰도를 높인다. 파베(Pave)는 코블스톤(Cobble stone)이라는 돌 블록으로 이루어진 오래된 도로를 의미한다. 이 도로 위를 질주하는 레이스가 바로 그 유명한 파리-루베이며 벨기에의 자전거 문화를 상징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거칠고 험하기로 유명한 파베를 극복한 헬리움이라면 충분히 신뢰할만하다.

변속 케이블은 프레임 내부를 관통하게 만들어진 인터널 케이블 라우팅(Internal cable routing) 방식으로 만들어져 깔끔한 외관을 완성한다. 반면 브레이크 케이블은 외부로 드러나 있어 편리한 유지 보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클래식 바이크가 연상되는 얇고 직선으로 뻗은 프레임 형상 그리고 깔끔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리들리 헬리움 시승 - 단단하고 가벼운 클라이밍 머신

가장 험난하기로 유명한 로드레이스인 파리-루베, 그 경기구간인 파베에서 내구성 검증을 마친 헬리움. 이는 가볍지만 동시에 단단하고 내구성까지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개성을 갖춘 자전거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이번 시승 코스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라이더들이 가장 자주 찾는 힐클라임 코스를 찾았다. 북악팔각정을 오르는 북악산로 일대를 헬리움과 함께 달렸다.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헬리움은 스램(Sram)의 포스22(Force 22) 구동계를 장착하고 펄크럼 레이싱 세븐(Fulcrum Racing 7) 휠세트를 장착한 2016년 모델로 직접 실측해본 무게는 7.61kg(S 사이즈)이다. 헬리움은 두 가지로 버전이 출시되는데 리들리의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 사이클 팀인 로또 수달(Lotto-Soudal)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레이스 버전은 헬리움 SL이라는 모델로 출시된다. 헬리움 SL은 일반 모델과 프레임 형상은 동일하지만 60T-40T-30T 하이모듈러스 단방향 카본 소재를 사용해 만들며 프레임 무게는 750g(M사이즈)의 초경량으로 무게대비강성이 더욱 뛰어나다.

SL이 아닌 7.61kg의 헬리움도 레저 라이더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충분히 가벼운 무게다. 부암동 주민 센터를 지나 본격적인 북악산길 오르막 코스가 시작되었다. 이제 헬리움의 진짜 실력을 시험해볼 때가 온 것이다. 본격적으로 힘을 주어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놀라운 반응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여러 자전거에서 이야기 했던 '경쾌한 주행감‘은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헬리움은 진정 오르막길에서 경쾌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자전거다.

‘가벼우며 동시에 단단하다’ 이는 모든 경량 로드바이크를 만드는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하지만 리들리는 오늘날 레이스바이크의 표준을 완성시킨 ‘원조’에 해당하는 메이커이며 헬리움은 말 그대로 기본기에 충실한 레이스바이크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가벼운 주행감을 선사해주었다.

오르막뿐만 아니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다운힐, 특히 내리막에서 코너를 돌때의 감각이 탁월하다. 진입을 위해 자전거를 기울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속도는 매우 빠르고 쉽게 컨트롤이 가능하다. 이 짧은 순간의 감각이 쉽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프레임의 강성이 높아 자전거의 각 부위가 좌우로 뒤틀리지 않아 라이더가 원하는 그대로 달려주는 덕분이다.

단단하고 가벼운 레이스바이크는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헬리움은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헬리움의 장점들은 우리 동호인 라이더들의 주말 라이딩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가볍고 경쾌한 주행감은 더욱 즐거운 사이클링을 가능하게하며, 안정적인 코너링과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설계로 자전거를 더욱 편하고 쉽게 다룰 수 있다.

에어로 바이크, 단단한 강성, 그동안 자전거에 대한 설명에서 수도 없이 들어왔던 말이다. 오늘 그 원조를 만나고 돌아왔다. 기본에 충실한 레이스 명가의 대표 로드바이크는 남달랐다. 리들리 로드바이크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다. 이제 누군가 가벼운 로드바이크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리들리 헬리움을 권하게 될 것 같다. 이 벨기에 자전거 명가의 경량 로드바이크는 확실한 성능과 만족을 보장할 것이다.

 

16 헬리움 포스 22 제원

프레임 : 헬리움 SL, 30T-24T HM UD 카본
포크 : 헬리움 SL, 30T-24T HM UD 카본
크랭크 : 스램 포스 22 50/34T
시프터 : 스램 포스 22
앞 디레일러 : 스램 포스 22
뒤 디레일러 : 스램 포스 22
카세트 : 스램 포스 22, 11-28T
체인 : 스램 포스 (PC1170)
브레이크 : 스램 포스
타이어 : 슈발베 루가노
휠세트 : 레이싱 7 블랙 클린처
스템 : 짚 서비스 코스
핸들바 : 짚 서비스 코스
헤드셋 : FSA
안장 : 벨로 크로몰리 레일
시트포스트 : 짚 서비스 코스 20mm 세트백
사이즈 : XS(440), S(470), M(500), L(530)
색상 : 블랙/그레이
가격 : 34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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