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 국산 중형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파격적인 가격과 합리적인 옵션을 가진 신차들이 나오면서 중형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한 때 ‘택시로 전략한 중형차”, “중형차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침체됐던 시장이 다시 한 번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 중형차 시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깊은 침체기를 보냈었다. 해치백과 SUV 등 다양한 세그먼트의 차들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무난한 중형차는 점차 외면 받게 됐고, 개성을 중요시 하는 요즘 소비층의 성향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반응은 곧바로 결과에서 나타났다. 중형 세단이 많이 팔리던 2010년도 초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5%에 육박했지만 점점 떨어져 작년에는 15%대 지 내려왔다. 이마저도 렌트카와 영업용 택시 비율을 제외하면 실제 중형차 구매율은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총 7개의 엔진을 넣고 소비자 선택폭을 넓힌 쏘나타가 작년 1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선전을 보였고, 기아차 역시 신형 K5 출시로 돌풍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예전 명성은 못 미쳤다는 평이 우세했다. 특히, 최근 급부상한 소형 SUV는 물론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노리는 수입산 해치백 등에 밀려 ‘중형세단의 위기’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중형차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시작은 올 초 선보인 르노삼성 SM6부터 시작된다. SM6는 감성품질을 강조하며, 그 동안 중형차에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편의장치를 넣었다. 버튼 수를 최소화한 세로형 터치 모니터부터 운전자 맞춤형 프로파일 기능, 5가지 운전모드를 바꿀 수 있는 멀티센스,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신선하고 다양한 구성이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이달 출시된 쉐보레 말리부 역시 세련된 디자인과 차 급을 뛰어넘는 넓은 공간,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해 중형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저렴한 모델에도 고급 편의 및 안전품목을 기본 적용하고, 쉐보레 차들의 특징인 안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특히, 미국 내 판매가격보다 최대 500만원까지 저렴하게 책정된 국내 가격은 분명 장점으로 부각된다. 

‘중형차는 심심하고 재미없고 무난한 차’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국산차 회사들은 부단히 노력했고 이러한 도전은 소비자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SM6는 출시 첫 달 사전계약 2만대를 돌파하면서 바람을 일으켰고, 2010년 이후 6년 만에 3월 내수 판매 1만대 이상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쉐보레 말리부 역시 계약 첫 날 2,000대를 돌파하며 중형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계약대수와 판매대수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물량 공급과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또한, 일각에서는 날이 풀리면서 RV, SUV 등과 같은 다목적 차들의 인기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중형차 세그먼트의 완벽한 부활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럼에도 초기 반응이 뜨거운 것만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향후 국산 중형차 세그먼트가 예전의 전성기를 그대로 누릴 수 있을 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지 유심히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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