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 들이라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에는 친환경과 고효율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각 브랜드에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속속 내 놓고 있는 상황. 그 결과 일상생활에서도 하이브리드카를 쉽게 접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차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어디에 좋은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 연비가 좋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움직인다. 등의 간단한 상식과 더불어 감전위험이 있다. 힘이 부족하다. 등의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수박 겉 핥기식 정보와 잘못된 내용들은 완성차 회사들이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보급에만 힘 썼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 이에 하이브리드 차 개발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토요타가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아카데미를 열었다. 이론교육은 물론 여러 가지 도로상황에 맞는 장거리 시승을 통해 하이브리드차의 우수성을 직접 느끼고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먼저,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평소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을 바로잡는 시간이 이어졌다.

말로만 듣던 하이브리드 진짜 뜻은?
가장먼저 ‘하이브리드’ 단어의 뜻을 살펴보자 하이브리드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말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성질의 동력원을 함께 갖춘 시스템이며, 일반적으로 내연기관과 배터리, 전기모터로 구성된 동력시스템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진동과 소음이 적고 마력이 높은 가솔린 엔진과 저속토크가 높고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를 다시 쓸 수 있는 전기모터의 장점을 합쳐놓은 신개념 동력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디젤 하이브리드는 왜 없을까? 몇몇 브랜드가 디젤 하이브리드를 사용하고 있고 경주차에 쓰이기는 하지만 무게가 무겁고 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저속 토크가 높은 디젤 특성 상 전기모터의 장점과 겹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어떤 종류가 있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크게 직렬형, 병렬형, 직병렬형 세 가지로 나뉜다. 직렬형은 오로지 엔진은발전기를 돌리는 데만 사용하며, 충전된 배터리는 모터로 이동해 차 바퀴를 굴린다. 최종적으로 전기모터만이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병렬형은 내연기관 차처럼 엔진의 힘으로 구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기모터만으로도 차를 움직이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닛산-인피니티 처럼 대부분의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토요타가 쓰고 있는 직병렬형이 있다. 기존 병렬식 전기모터외에 엔진충전용 직렬식 모터를 하나 더 붙인 방식이다. 쉽게 말해 한쪽 모터는 차바퀴를 굴리면서 또 다른 모터는 충전도 같이 해주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일반 하이브리드 차에 비해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각각의 개별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일상주행이 많은 중속구간에서 더 많은 힘을 빠른 시간에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이 두 개의 모터는 변속기를 사이에 두고 하나의 패키징으로 구성되어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신속한 에너지 전달이 가능하다.

브레이크 패드 교환할 일 없어요!
회생제동 에너지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순간 높은 전압을 주게 되고 그 결과 생성되는 자기장의 힘으로 차가 서버리게 되는 것이다. 배터리 충전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강한 엔진브레이크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의 역할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많이 줄어들게 된다. 토요타는 “무리하게 급제동을 하지 않는 이상 패드를 교환할 일이 거의 없다”며, “하이브리드 차의 숨은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에어컨을 켜도 연비가 안 떨어진다?
일반 내연기관 차들은 에어컨을 키면 엔진이 더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는 다르다. 엔진을 끌어다 쓰는 게 아닌 충전된 전기배터리를 이용해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름 소모는 물론 연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히터는 조금 다르다. 에어컨과 같이 히터도 굳이 엔진을 돌릴 필요는 없지만 냉각수를 데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처음에는 엔진을 작동시켜야 한다.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도 히터를 켜면 연비가 조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물에 빠지면 감전 위험이 있다?
하이브리드 차의 잘못된 상식 중 하나가 감전 위험이다. 빗길 사고나 차가 물에 빠지면 운전자가 그대로 감전된다는 이야기는 모두 잘못된 내용이다. 일단 사고즉시 모든 전기배터리가 차단되며 다른 시스템과 강제 분리된다. 또한, 가장 가까운 길로만 이동하는 전기 특성상 내부 배터리 사이로만 움직이고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설명. 수 많은 충돌 및 안전 테스트와 일본 정부의 까다로운 검사를 마친 가장 안전한 하이브리드 차로 LPG 가스통이 터질 확률보다도 낮은 정도다.

토요타-렉서스 하이브리차 직접 타보니

간단한 이론교육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하이브리드 차 시승에 들어갔다. 토요타, 렉서스의 대표 하이브리드 모델 6종류를 두 그룹으로 나눠 바꿔 타는 방식이다. 시승은 성수동에서 출발해 충남 태안반도까지 이어진 왕복 약 380km의 장거리 시승이었다.

복잡한 이론 교육이 무색할 만큼 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편하고 쉽게 움직인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 힘을 꺼내 쓰고,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멈춘다. 굳이 다른 점을 꼽으라면 계기반에 쓰여진 에너지 상태 바늘과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는 에너지 흐름도가 전부다. 이마저도 현재 내차가 어떻게 힘을 쓰고 있는지 보기 쉽게 알려주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길이 막히는 서울 도심에서는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소리 없이 움직인다. 성큼 올라가는 연비를 보니 저절로 마음이 뿌듯해진다. 아울러 쉴 세 없이 엔진이 돌아가며 옆에 서있는 내연기관 차들이 괜스레 미안해 질 정도다. 정체가 풀리며 고속화 도로에 접어드니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밟게 됐다. 에너지 흐름도는 재빠르게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사이를 오가며 충전과 소비를 반복한다.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반응이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하이브리드 차라고 해서 무언가 특별하거나 다른 느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반적인 가솔린 차처럼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 실력을 보여준다.

고속에서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은 잊어버리는 게 좋겠다. 서해안 고속도로에 들어서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아 붙여도 지친 기색 없이 재 솜씨를 뽐낸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서로 합을 맞춰 힘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CVT변속기의 가냘픈 소리가 조금 거슬리지만 이마저도 렉서스 특유의 꼼꼼한 정숙성 덕분에 쉽게 들을 수 없었다. 여기에 타력 및 감속 주행 시 틈틈이 충전되는 배터리도 꽤 마음에 든다. 여러 가지 도로 환경에서 주행해 본 결과 교통량이 많은 시내 및 고속화 도로에서는 공인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좋은 연비를 보여줬고, 스포츠 모드에 놓고 달린 가혹한 고속 주행에서도 연비는 15km/l를 기록하며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치를 보여줬다. 

완성도 높은 토요타 하이브리드 기술

토요타 하이브리드 아카데미는 평소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부족하고 아쉬웠던 지식을 채울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가 마냥 최고라는 뜻은 아니다. 가솔린과 디젤차 역시 각각의 장점을 잘 갖고 있고, 지금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발전을 거듭한 내연기관 자동차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과 효율을 생각하는 범위까지 놓고 보면 분명 하이브리드차는 미래 중요한 종류의 이동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가장 우위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가 토요타다. 1970년대 “21세기의 차를 만들어 보자!”라고 시작한 토요타의 이유 있는 뚝심이 지금의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기술을 탄생시켰다. 이런 노력은 차를 타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질감을 대폭 줄인 제동력부터 각각의 주행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충전 시간을 단축한 전기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론 이런 교육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단순히 차의 장점만 부각해 팔고 끝나는 게 아닌 정확히 소비자가 알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는 내 차에 대한 믿음과 신뢰, 나아가 브랜드의 충성심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 차를 정확히 알고 타는 것과 모르고 타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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