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차체 형상을 규정하는 단어들은 참 다양하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용도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모양으로 제작됐기 때문일 것이다. 차분히 차체 형상을 떠올려보자. 먼저 우리가 자동차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세단일 것이다. 문짝이 4개 달린 승객석을 중심으로 엔진룸과 트렁크가 앞뒤로 붙어있는 형태. 어린아이들이 자동차를 그리면 기본적으로 그리는 모양 말이다. 

그 다음은 어떤 형태가 떠오르는가? 높은 활용도만큼이나 인기가 좋은 SUV? 아니면 문짝 2개에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쿠페?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 컴팩트한 차체에 활용성 좋은 해치백? 등등 여러 단어들이 머릿속을 지나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슈팅 브레이크는 어떠한가? 제목에서 이미 보았듯이 멋진 이름이지만 조금은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단어다. 

슈팅 브레이크를 간단히 설명하면 ‘왜건의 짐칸을 장착한 쿠페’라고 할 수 있다. 그 용도는 영국 귀족들의 레저문화인 사냥을 위해 총기와 사냥개를 짐칸에 싣고 다니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해치백 구조의 트렁크를 장착한 쿠페이자 취미생활에 적합한 고성능 자동차로 인식할 수 있겠다.

이쯤에서 슈팅 브레이크라는 단어가 익숙한 사람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CLS 슈팅 브레이크’를 떠올리며 이차가 쿠페였던가? 그냥 왜건 아냐?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CLS는 등장 자체가 마케팅의 승리였던 모델로써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세상에 공개됐다. 분명 일반적인 세단 구성이지만 쿠페처럼 매끈한 라인을 만들어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CLS의 왜건형 차체는 다른 벤츠의 왜건 모델들처럼 에스테이트라 부르지 않고 ‘슈팅 브레이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CLS가 쿠페라고 외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생격인 CLA 슈팅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진정한 슈팅 브레이크라는 장르에 부합하는 차는 무엇이 있을까? 사냥에 어울리진 않지만 이 차라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바로 페라리 ‘GTC4 루쏘’다. 페라리 FF의 후속 모델로 문짝 2개의 쿠페면서 해치백 구조를 갖고 있는 고성능 모델이다. 

6.3리터 V12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690마력, 최대토크 70.1kg.m 발휘하며 최고속도 시속 335km를 달린다. 정지 상태에서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고작 3.4초다.

미국산 슈팅 브레이크도 있다. 튜닝회사인 캘러웨이가 소개한 에어로 왜건이 그것이다. 올해 4분기부터 주문 가능한 이 튜닝 패키지는 쿠페 형태인 쉐보레 콜벳이 튜닝의 바탕이 된다. 콜벳의 루프 라인을 그대로 늘려 위화감 없이 멋진 슈팅 브레이크가 되는 것에 성공했다. 

늘어난 지붕은 카본파이버 소재로 제작됐으며 덕분에 조금 더 활용 가능한 적재공간이 생겼다. 다만 동력계통에 관한 튜닝은 없으며 가격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모델이지만 슈팅 브레이크라는 이름에 잘 어울리는 모델이 또 있다. BMW의 콤팩트 로드스터 Z3를 바탕으로 고성능 부서 M이 튜닝한 BMW Z3 M쿠페가 그것이다. 1998년 등장한 M쿠페는 M로드스터와 같이 등장했으나 많은 인기를 누린 동시대 M카들과 달리 판매가 부진했다. 다만 단종이후 뛰어난 성능과 희소성에 인기가 반등하기도 했었다. 

Z3 M쿠페는 지금 봐도 멋과는 거리가 있는 어색한 형상이긴 하지만 콤팩트한 차체에 대비되는 불룩한 뒤 펜더만큼은 압권이다.

마지막은 일본의 콘셉트 모델들이다. 경차 전문제작업체 다이하츠의 ‘코펜 슈팅 브레이크’와 최근 공개된 토요타의 ‘86 슈팅 브레이크’는 콘셉트 카로 소개된 만큼 양산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제작에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라면 해당 메이커가 생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2세대 코펜의 경우 외장 패널 교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돼 하나의 뼈대로 두 가지 버전의 코펜을 선보이는 중이다. 소비자들 중 슈팅 브레이크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면 외장 패널만 추가하면 된다는 소리다. 신차를 생산하는 만큼의 수고로움은 들지 않는다. 코펜의 새로운 가지치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86 슈팅 브레이크는 가장 최근에 등장했다. 시드니의 하버 브릿지를 배경으로 공개된 86 슈팅 브레이크는 토요타의 소형 스포츠카인 86을 기본으로 제작됐다. 이전에 제작된 컨버터블 콘셉트에 이어 두 번째 콘셉트 모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디자인 선행모델 일뿐 전작처럼 생산가능성은 낮은 모양새다. 실용성과 운전재미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챙길 수 있지만 임원들의 판단은 유보상태다. 

지금까지 여러 대의 슈팅 브레이크 모델들을 소개했다. 지금 등장한 차량들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슈팅 브레이크 모델들이 있다. 익숙하진 않지만 좋은 쓰임새 덕에 꼭 슈팅 브레이크라는 이름 없이도 지속적으로 시도되는 장르란 얘기다.

슈팅 브레이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기 힘든 형태다. 그럼에도 엄연히 탄생했고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다. 일단 이름부터 멋있지 않은가. 이미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도 있다.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장르, 매력적인 슈팅 브레이크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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