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로드바이크 비교시승 - G6 프로, 울트라라이트 에보, 쿼츠

새로운 로드바이크 선택을 앞두고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초급자 티를 벗고 본격적인 스포츠 사이클링의 재미에 푹 빠진 라이더일 것이다. 특히 가격이나 부품구성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자전거를 탈 때야말로 라이딩의 즐거움이 배가된다는 것을 아는 라이더라면 자전거의 선택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는 순간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단단한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도로 노면의 거친 진동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자전거도 있다. 보다 가벼운 자전거를 탄 라이더는 언덕이 나오더라도 환호성을 지를 것이며, 바람을 가르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자전거라면 역풍을 마주하고도 더욱 굳세게 맞설 것이다. 새로운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곧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경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BH(Beistegui Hermanos S.A.)’라는 스페인 자전거 메이커가 여러분에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한지 100년이 넘은 관록 있는 메이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라이더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다. 그러나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하는 프랑스의 프로 컨티넨탈 팀 디렉트 에너지(DIRECT ENERGIE)를 후원하고 국내의 엘리트 팀 ‘LX-iiBS 한국국토정보공사’의 팀 바이크를 제공하는 메이커가 바로 BH다.

특히 디렉트 에너지 팀은 올해부터 BH로 레이스바이크를 바꾸었고 플래그십 레이스바이크 G6 프로, 초경량의 울트라라이트 에보와 함께 시즌 초부터 좋은 성적을 내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BH의 울트라라이트 에보 모델은 우리나라 2015 남자도로 내셔널 챔피언 박상홍 선수의 애마로 활약 중이다.

BH를 대표하는 에어로/힐클라임/인듀어런스 모델인 G6 프로/울트라라이트 에보/쿼츠를 라이드매거진이 만나보았다. 이번 비교시승에는 현재 BH와 함께 국내외 레이스에서 활약 중인 LX-iiBS 한국국토정보공사 팀의 신동현, 박상홍 선수 그리고 여성 동호인 사이클링 클럽 펄 시스터즈의 박정은 양이 함께했다.

G6 프로(G6 PRO) & 울트라라이트 EVO - 스프린터를 위한 에어로 로드바이크

‘팀원의 서포트를 받으며 피니쉬라인 직전까지 무사히 도달해 앞으로 달려 나가는 순간, 바로 옆에서 라이벌 선수가 뛰쳐나온다. 피니쉬라인 직전 50m, 라이벌의 앞바퀴가 불과 50cm 앞서있고 이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한 채 그대로 결승선을 지나쳤다. 이 순간의 억울함, 조금이라도 공기저항을 덜 받고, 나의 페달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자전거를 탔다면 아주 약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내로라하는 레이스바이크 메이커 중 공기역학적(Aerodynamics) 디자인을 접목한, 소위 ‘에어로 로드바이크’의 개발 경쟁에 뛰어들지 않은 곳이 없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레이스를 지배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으며, 많은 자전거 메이커들이 무게의 증가나 브레이크시스템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등의 문제보다 공기역학적 성능을 더 중시한 자전거를 개발하는 추세다.

에어로 로드바이크는 주로 스프린터의 무기로 활약하게 된다. 따라서 스프린터의 강력한 파워에도 제대로 견딜 수 있는 높은 강성을 가져야만 한다. 높은 강성과 공기역학적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가장 많은 하중이 가해지고 힘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위의 크기를 키우고 더 두껍게 만들고, 가장 뛰어난 카본소재와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하는 것이 최신 레이스바이크의 트렌드다.

BH의 플래그십 레이스바이크 G6 프로는 스프린터를 위해 개발된 에어로 로드바이크다. 공기역학적 성능과 함께 프로레이스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강력한 힘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 프레임의 외형에서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특징은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데 유리한 물방울 형태의 단면을 가진 두꺼운 다운튜브, 그리고 납작한 시트튜브다.

체인스테이는 주행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대칭 구조를 적용했고, 힘의 손실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극단적으로 길이를 줄였다. 체인스테이의 길이는 402.5mm에 불과한데, 이는 자전거 뒷바퀴의 중심인 허브와 BB간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하기 위함이다. 이 거리가 줄어들수록 프레임 후방부의 강성이 높아지고 라이더의 힘을 뒷바퀴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휠과 프레임의 간격이 가까워진 만큼 빈 공간이 줄어 공기역학적으로도 유리하다.

고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확보하고, 공기역학적으로도 유리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 브레이크는 프레임의 피봇에 직접 고정하는 다이렉트 마운트 방식을 적용했다. 외형은 기존 캘리퍼 브레이크와 비슷하지만, 프레임과 브레이크캘리퍼 사이의 빈 공간이 줄어들고 브레이크에 가해지는 부하를 프레임/포크 양쪽의 피봇으로 분산시키기 때문에 보다 강하고 안정적인 제동성능을 보여준다.

다운튜브와 탑튜브, 헤드튜브가 만나는 지점, 크랭크가 장착되는 BB셸 주위가 굉장히 두꺼운데 이는 라이더의 체중과 페달링 시 가해지는 힘의 대부분을 지탱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헤드튜브와 BB셸 주변을 보강하는 것으로 비틀림에 더욱 강하게 저항하는 프레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BB는 FSA와 공동 개발한 'BB386 EVO' 규격을 적용한 것이 특징. ‘베어링 직경 30mm+폭 86.5mm’ 규격을 적용한 BB386 EVO는 높은 하중과 비틀림에도 기존의 규격보다 훨씬 잘 견디며 힘 손실이 적어 주행성능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이 BH의 설명이다. BH는 BB386 EVO를 G6 프로, 울트라라이트 에보, 쿼츠에 모두 적용했다.

이만하면 BH G6 프로는 스프린터를 위한 모든 필요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요소가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무게다. 일반적으로 스프린터를 위한 로드바이크 프레임은 높은 강성을 위해 무게를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BH G6 프로는 ‘가벼운’ 스프린트 바이크다. HCIM(Hollow Core Internal Moulding)이라는 기술을 통해 카본소재를 압축하고 레진 내부의 기포를 줄여 무게대비 강성을 극대화 했다. 무게대비 강성이 높다는 것은, 같은 강성을 가진 프레임이라면 더 가볍다는 것을 뜻한다. BH G6 프로의 프레임은 860g 이하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뛰어난 스프린트 성능을 가진 에어로 레이스바이크가 이정도의 무게라는 것은 말 그대로 날개를 단 호랑이나 다름없다.

BH G6 프로는 프레임과 완성차의 형태로 국내 판매된다. 시마노 듀라에이스 구동계와 마빅 코스믹 프로 카본 엑잘리스 휠세트의 완성차 가격은 920만원, 울테그라 Di2와 EVO 50 카본 휠세트의 완성차 가격이 740만원, 울테그라 기계식 구동계와 시마노 RS81-C35-CL 휠세트 장착 완성차 가격은 620만원, 프레임세트의 가격은 520만원이다.

울트라라이트 에보(ULTRALIGHT EVO) - 초경량 최대강성의 클라이머

G6 프로가 스프린터의 무기라면, ‘울트라라이트 에보’는 클라이머를 위한 날개다. 언덕에서 추격해오는 라이벌을 따돌리고, 중력을 이기며 앞으로 나가 정상을 가장 먼저 정복하기위해 BH는 울트라라이트라는 이름처럼 가볍고 단단한 자전거를 만들었다.

BH 울트라라이트 에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단연 무게다. 사이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700g 미만’의 초경량을 자랑하면서도 무게대비 강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톱 레벨의 레이스바이크를 완성했다. BH 울트라라이트 에보는 G6와 마찬가지로 HCIM 기술과 BB386 EVO 규격을 적용한 것이 프레임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두 자전거의 콘셉트는 서로 다르다. 울트라라이트 에보의 프레임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결한 디자인에 단단함의 극한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G6 프로와 대조적으로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빙은 사각형에 가까운 각진 단면을 가졌다. 헤드튜브와 BB, 시트포스트, 드롭아웃을 직선의 튜빙이 최단거리로 연결하며 불필요한 곡선이나 장식적인 요소 일체를 배제했다.

과거 두꺼운 시트포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게가 가볍고, 유연함을 통해 노면 진동을 잘 흡수하는 가느다란 시트포스트를 사용하는 메이커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BH 울트라라이트 에보는 27.2mm의 가느다란 시트포스트를 사용한다. 하지만 시트포스트가 결합되는 상단부가 가느다란 반면,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점차 두꺼워지며 크랭크가 장착되는 BB셸 주변은 흡사 상자처럼 각지고 두껍다.

튜빙을 가로방향으로 자른다고 가정했을 때, 단면적이 넓을수록 비틀림에 대한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 시트튜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BB셸 주변부는 라이더가 좌우 번갈아 페달을 밟을 때 프레임이 뒤틀리는 것에 강하게 버티는데 초점을 맞춘 구조이며, 여기에 BB의 직경 이상으로 두꺼운 체인스테이가 더해져 뒷바퀴의 힘 전달 효율을 극대화했다.

단순히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닌 극한의 단단함을 함께 가진 프레임, 덕분에 BH 울트라라이트 에보는 클라이머뿐 아니라 올라운더 스타일 레이서와도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실제로 레이스에서 가장 많이 활약하는 모델이며, 어떤 코스를 달리더라도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울트라라이트 에보의 동생 격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울트라라이트는 울트라라이트 에보와 비교해 프레임의 무게가 조금 더 무겁지만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모델이다. 울트라라이트는 비록 한 단계 낮은 모델이지만 ‘프레임 무게 760g'의 가벼움을 갖춘 뛰어난 퍼포먼스의 로드바이크라는 점에도 주목하기 바란다.

BH 울트라라이트 에보와 울트라라이트는 시마노 울테그라 급 구동계를 장착한 완성차와 프레임세트로 판매된다. 울테그라와 EVO 23 카본 휠세트를 장착한 BH 울트라라이트 에보 완성차의 가격은 720만원, 프레임세트의 가격은 580만원. 울트라라이트 울테그라 완성차와 프레임의 가격은 각각 450만원, 370만원이다.

쿼츠(QUARTZ) - 그란폰도와 투어를 위한 인듀어런스바이크

스프린터와 클라이머를 위한 레이스바이크를 이야기할 때 공통분모가 있다면 바로 ‘높은 프레임 강성과 단단함’이 아닐까? 하지만 라이더의 근력을 100% 쏟아 부을 수 있는 자전거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노면의 충격과 진동 역시 고스란히 라이더에게 전해져 높은 피로감을 남기는 자전거라는 뜻이다. 레이스가 끝나는 순간 자전거를 미캐닉에게 맡기고 마사지를 받으며 푹 쉴 수 있는 레이서가 아닌 동호인 라이더 중에는 장거리를 보다 편안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는 편안함과 퍼포먼스의 균형이 잘 잡힌 모델을 원하는 이 또한 적지 않다.

BH의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쿼츠는 라이딩의 피로가 적고 장거리를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모델이다. 앞서 소개한 BH 플래그십 G6 프로와 울트라라이트 에보의 많은 장점과 디자인 요소들을 이어받아 뛰어난 퍼포먼스를 내면서도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어레인지했다.

BH 쿼츠의 프레임은 G6 프로처럼 두껍거나 울트라라이트 에보처럼 각지지 않은 둘의 중간에 해당하는 느낌이다. 심플한 구조에 약간의 곡선이 가미되고 둥글게 마무리된 튜빙 형상이 유려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프레임의 지오메트리인데, 안장에서 핸들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비슷한 사이즈의 G6 프로와 비교했을 때 시트튜브의 길이가 90mm 정도 짧다. 탑튜브가 더 많이 기울어졌고 그만큼 시트포스트가 프레임 위쪽으로 높이 올라오게 되는데, 시트포스트는 직경 27.2mm의 얇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노면의 진동을 걸러주는 효과가 뛰어나 안장에 앉아 달리는 동안 보다 편안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지만 프레임 자체는 제법 높은 강성을 갖도록 설계되었다. BB386 EVO를 적용했고, 프레임이 콤팩트해진 만큼 전체적인 강성이 높아져 프레임의 뒤틀림에 강하게 버틴다. 포크가 장착되는 헤드튜브는 별도의 금속 헤드셋을 삽입하지 않고 베어링을 프레임에 직접 삽입하는 방식인데, 뛰어난 정밀도의 카본 컵이 유격 없이 베어링을 고정하기 때문에 단단하면서도 매끄러운 조향감각을 제공한다. 이 같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결합되며 안정적이고 빠른 반응성을 갖춘 프레임을 완성한다.

프레임의 무게는 950g, 앞서 소개한 레이스용 모델과 비교하니 무거워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쿼츠의 단점일까? BH가 프레임의 무게를 공개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만큼 무게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프레임의 무게를 완전히 공개하는 메이커는 많지 않다. 실제로 부품을 탈거한 프레임 무게를 재어보면 웬만한 중 상급자용 카본 프레임이라도 무게가 1000g 이하인 경우가 많지 않다.

참고로 시마노 울테그라 등급 컴포넌트로 조립된 BH 쿼츠 완성차의 가격은 252만원. 비슷한 등급의 컴포넌트와 가격을 갖춘 카본프레임 로드바이크 모델 중 이만한 프레임을 내세울 수 있는 로드바이크는 극히 드물다. 메이커들이 직접 공개하기 꺼리는 부분이지만, 울테그라 등급 컴포넌트로 조립한 완성차 무게 7kg 중반대의 로드바이크의 프레임 무게가 주로 1000~1100g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BH 쿼츠의 프레임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로드바이크 성능의 근간이 되는 프레임과 포크는 자전거를 바꾸기 전까지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BH 쿼츠는 오히려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요소에 더욱 충실한, 기본기에 철저한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할 수 있는 신뢰를 갖춘, 또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우수한 모델을 찾는다면 BH 쿼츠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BH 쿼츠는 시마노 울테그라, 105급 컴포넌트를 장착한 완성차 2종과 프레임 세트로 판매된다. 쿼츠 울테그라와 쿼츠 105 모델의 가격은 각각 252만원, 206만원이며 프레임 세트의 가격은 169만원이다.

참고로 이번 시승에서 선수들이 탑승한 자전거는 BH 아시아가 LX-iiBS 한국국토정보공사 팀에 제공한 특별한 컬러의 모델이며, 팀이 후원받는 브랜드의 휠세트를 장착했다. 시판되는 모델의 프레임 컬러와 장착된 부품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BH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주식회사 바이클로의 홈페이지(www.biclo.info)를 참조하기 바란다.

글

장낙규 기자 rockyou@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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