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 마돈 9.2 - 새로운 컬러와 하이프로파일 휠세트로 무장하다

레이스에서 활약하며 널리 이름을 알린 자전거들은 대부분 해당 메이커의 ‘플래그십(Flag ship)’ 모델인 경우가 많다. 자전거 메이커가 사이클링 팀을 후원하고 심지어 직접 팀을 운영하는 이유라면 브랜드와 자전거를 널리 알리고 레이스에서의 성적을 통해 그 우수함을 알리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트렉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제법 오래된 이야기지만 트렉이 후원하던 미국의 사이클링 팀이 투르 드 프랑스와 같은 빅 타이틀을 건 레이스에서 활약하기 시작할 무렵 ‘마돈(MADONE)’이라는 걸출한 레이스바이크를 내놓았고, 트렉이 작년 여름에 공개한 최신예 에어로 레이스바이크가 그 이름을 계승하고 있다.

현재 트렉의 레이스바이크 라인업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무장한 에어로 바이크 마돈, 탁월한 코스 적응능력을 갖춘 경량 올라운더 에몬다(EMONDA), 라이더의 피로와 체력소모를 줄이고 마지막 순간 힘을 폭발시키는 인듀어런스 바이크 도마니(DOMANE)로 구성된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세 로드바이크 모델을 통해 선수들은 어떤 상황의 레이스라도 최적화된 주행성능의 자전거를 타고 레이스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그 중 트렉을 상징하는 모델을 하나 선택하라고 한다면 단연 첫 번째는 마돈일 것이다. 마돈은 이름의 똑같은 여섯 글자를 공유하는 세 모델 중 가장 맏형이며 동시에 레이스바이크가 추구하는 달리는 ‘속도’그 자체를 추구한다.

마돈 9.2 - 가장 진보한 에어로 바이크를 만나다

트렉의 마돈 9시리즈는 가장 진보한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가진 로드바이크 중 하나로 꼽힌다. 컴퓨터 유체역학 시뮬레이션과 풍동실험으로 마치 항공기를 설계하듯 프레임의 형상을 다듬었고, 공기역학적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용 핸들바와 브레이크 시스템, 벡터 윙 같은 독특한 설계를 적용 했다.

공기역학적 이점 뿐 아니라 스프린터의 힘을 온전하게 받아들여 고스란히 지면에 쏟아 붓기 위해서는 프레임의 높은 강성이 요구되기에 트렉은 최고의 카본소재를 사용했고, 라이더의 주행피로를 줄여 더 나은 레이스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IsoSpeed 같은 트렉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더해 자전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초고성능 로드바이크를 완성했다. 이것이 바로 마돈 9 시리즈다.

마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IsoSpeed 콘셉트다. 일반적으로 에어로 로드바이크는 스프린터를 위해 높은 강성을 갖도록 만들어지며, 뛰어난 가속성능을 갖는 대신 승차감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승차감을 희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라이더가 피로감을 느끼고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한다는 뜻이다.

트렉이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도마니에 처음 적용되었던 IsoSpeed 콘셉트를 에어로 바이크인 마돈에 처음 접목시켰다는 사실을 밝히자 많은 이들이 놀랐다. 그러나 트렉의 IsoSpeed 콘셉트는 안장에 앉았을 때는 편안하지만, 일어나 댄싱을 하는 순간부터는 스프린터의 폭발적인 파워를 버티며 놀라운 가속성능을 보여주는,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분리한’ 것이 특징. IsoSpeed가 적용된 마돈 9시리즈라면 분명 골인지점 바로 앞까지 장거리를 달리는 동안 라이벌보다 체력소모를 아낄 수 있고, 마지막 순간 급가속하며 가장 먼저 피니쉬라인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마돈 9시리즈는 프레임과 부품의 구성에 따라 실제 트렉-세가프레도 팀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레이스 샵 리미티드(RSL) 그리고 9.5, 9.5, 9.2 등의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많은 라이더들이 붉은 바탕에 트렉의 팀 로고가 새겨진 RSL 모델을 선망할 것이다. 마돈 9 RSL은 레이스용으로 개발되어 OCLV 700 카본 소재와 더욱 공격적인 H1핏이 적용된 모델이다. 그러나 그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프레임만 799만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 때문에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자전거가 아니다. 마돈 RSL은 일반 동호인이 아닌 레이스에서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개발되어 소량 생산되는 특별한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렉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고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지닌 자전거를 만나고픈 동호인들을 위해 마돈 9.2를 준비했다. 마돈 9.2는 OCLV 700시리즈 카본소재를 사용한 마돈 9 RSL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과 동일한 프레임을 사용하며, 울테그라 등급 구동계를 장착했다. 성능 면에서 웬만한 레이스바이크가 부럽지 않을 수준이지만 가격은 마돈 RSL의 절반 이하라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작년에 발표된 마돈 9 시리즈는 팀 컬러의 RSL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에 트렉 로고가 작게 들어간 심플한 페인팅을 적용했는데, 올해는 기존의 ‘트렉 컬러’를 원하는 팬들을 위해 붉은 바탕에 검은 트렉 로고가 다운튜브에 크게 들어간 새로운 페인팅의 마돈 9.2를 추가했다. 붉은 바탕에 흰 로고가 들어간 마돈 RSL과도 닮은 느낌으로 아마 기존 트렉 자전거의 팬들에게는 올해의 새로운 컬러 쪽이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프레임과 컴포넌트의 완벽한 조화

트렉 마돈 9 시리즈가 발표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른 경쟁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새롭다고 느껴진다면 기존 로드바이크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설계사상과 부품을 접목한 모델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전거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공기와 부딪혔을 때 저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자전거 전체를 매끄러운 선으로 감싸고, 돌출된 부위를 최소화하면 자연스럽게 공기저항이 줄어든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핸들바 주변부가 굉장히 깔끔하다는 점이다.

일명 콕피트(Cockpit)라 부르기도 하는 자전거의 핸들 주변은 브레이크와 변속조작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여러 갈래의 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마돈의 콕피트는 브레이크와 변속케이블을 모두 핸들바 내부로 집어넣었다. 핸들바는 스템과 일체형으로 설계되었고, 브레이크와 변속케이블은 핸들바 - 스템 - 프레임의 헤드튜브를 통과해 각각의 부품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정말로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이처럼 복잡하게 프레임 내부로 케이블을 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와 변속 조작이 굉장히 부드럽다는 점이다. 특히 로드바이크의 브레이크는 케이블의 마찰에 따라 조작감이 큰 차이를 보이게 되기 때문에 내부 저항을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마돈 9 시리즈는 이 부분을 거의 완벽하게 최적화 하는데 성공했고, 인터널 라우팅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브레이킹 성능을 보여준다. 강력한 제동력을 낼 뿐 아니라 엄청나게 가벼우면서 부드러운 레버 조작감으로 민감한 브레이크의 컨트롤이 가능하며 장시간의 라이딩에서도 손의 피로가 적다. 필자가 경험해본 최고의 브레이크 중 하나로 꼽을만하다.

마돈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기존 로드바이크에 널리 사용되는 사이드 풀 방식이 아니라 브레이크케이블이 캘리퍼의 중앙 상단에서 잡아당기는 센터 풀 방식이다. 케이블이 브레이크 캘리퍼 내부의 삼각형 캠을 잡아당기면 좌우 브레이크 암의 롤러를 눌러 브레이크패드가 림에 닿아 마찰하게 된다. 과거 듀라에이스 AX와 같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브레이크에 사용되기도 했던 방식으로, 트렉은 이를 더욱 개량해 부품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마돈의 프론트 브레이크가 ‘벡터 윙’이라는 움직이는 커버로 덮여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마돈 9 시리즈의 프레임은 브레이크 캘리퍼 상단부에서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커버를 씌웠지만, 핸들링 시 발생하는 간섭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커버의 일부를 열고 닫도록 했다. 그러나 라이딩 중 코너링 시 열리고 닫히는 이 가변식 커버는 기존의 자전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마돈 9 RSL과 같은 최상위 모델은 전동식 구동계를 장착했고, 정션이나 배터리와 같은 장비들을 다운튜브의 ‘컨트롤 센터’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게 했다. 기계식 구동계의 경우 컨트롤 센터에 케이블의 장력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배럴을 내장했다. 변속 케이블이 프레임에 완전히 수납되었기 때문에 이 컨트롤 센터의 배럴을 돌려 변속기의 미세조정이 가능하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마돈 9.2의 특징으로 새로운 휠세트가 장착되었다는 점이 있다. 기존 마돈 9.2에는 본트래거 패러다임 엘리트 TLR(Paradigm Elite Tubeless Ready)휠세트가 장착되었는데, 이번 새로운 컬러의 9.2 모델에는 본트래거 아우라 5 TLR(Aura 5 Tubeless Ready) 휠세트가 장착된다. 가벼운 무게를 원한다면 패러다임, 공기역학적 성능을 원한다면 아우라를 선택할 수 있다.

아우라 5 TLR은 본트래거의 로드 클린처 튜브리스 휠세트로, 타이어가 장착되고 브레이크패드와 마찰하는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으나 여기에 가벼운 카본소재의 커버를 씌운 ACC 림 구조를 적용했다. 라이더의 무게제한이 없고 알루미늄 휠세트용 브레이크패드를 사용할 수 있어 유지관리가 쉽다. 또한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어 라이더가 원하는 세팅이 가능하며, 휠세트만 구입할 경우 가격은 75만원이라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참고로 이번에 새로운 컬러와 새로운 휠세트를 장착한 마돈 9.2가 기존 마돈 9.2 모델의 단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컬러와 새로운 휠세트를 장착함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라는 것이 트렉바이시클코리아의 설명이다. OCLV 600 카본 소재와 H2핏 지오메트리를 적용하고 본트래거 아우라 5 TLR 휠세트를 장착한 마돈 9.2의 무게는 7.5kg. 가격은 619만원으로 기존 마돈 9.2모델과 동일하다.

글

장낙규 기자 rockyou@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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