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는 일반 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는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도어가 될 수도 있고, 길다란 장우산이 될 수도 있다. 엄청난 가격이 될 수도 있고, 브랜드 그 자체만으로도 남들과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회사의 두 번째 오픈톱 모델인 던 역시 사뭇 다른 특별함이 숨겨져 있다. 그저 그런 남들과 같은 오픈카가 아니라는 얘기다. 롤스로이스 던 행사장에서 보고 들은 숨은 기능들을 한 번 짚어봤다.

소프트톱을 넣어도 정숙성은 그대로

던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오픈톱이다. 하지만 이 톱에도 롤스로이스만의 원칙과 제작 방식이 숨어있다. 소프트 톱은 던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최고급 럭셔리 모델을 지향하는 롤스로이스에서 소프트톱 구성으로 자칫 정숙성이나 고급감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톱을 견고하고 방음이 높은 6겹의 천으로 덧대어 감쌌다. 그 결과 쿠페형 모델인 레이스와 같은 실내 정숙성을 가지게 됐고, 롤스로이스에서는 이를 ‘침묵의 발레’라 명명하기도 했다. 참고로 톱은 시속 50km이하에서 단 20초만에 열고 닫을 수 있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버튼과 기능들

롤스로이스 던의 실내는 전체적으로 잘 짜맞춰진 장식장을 보는 것 같다. 결이 살아있는 나무로 모든 부분을 덮었는데 누르거나 밀어서 열어보면 제법 신기한 버튼과 기능들이 들어있다. 먼저 센터페시아 맨 위에는 커다란 와이드 모니터가 숨겨있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대부분의 작동 장식은 BMW i드라이브와 같지만 UI구성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바꾼 것이 특징이다.

센터터널 끝 운전자 팔걸이 부분을 열어보면 특별한 버튼이 하나 있다. 서스펜션 높이를 약 2.5cm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버튼이다. 사실 다른 모델의 경우 서스펜션 조절 버튼이 조그셔틀 옆에 있는데 던의 경우 톱 개폐 버튼 위치 때문에 센터콘솔 박스 안으로 숨겨 놓았다고 한다. 뒷좌석 가운데에 위치한 수납공간을 열어보면 두 개의 컵홀더와 충전 소켓이 있다. 여기에 각 시트별 열선 버튼은 물론 뒷좌석 전용 창문 스위치와 재털이도 따로 마련해 놓는 특별함도 갖췄다. 단순히 구색만 갖춘 뒷좌석이 아닌 재대로 타고 즐길 수 있는 4인승 오픈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 외에 휀더쪽에 숨어있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장우산과 센터페시아 앞쪽 컵홀더 사이에 숨어있는 롤스로이스 키 등이 눈에 띈다. 제법 묵직한 롤스로이스 키는 BMW키와 작동 방식이 비슷하다. 가운데 자리잡은 투명한 환희의 여신상만 추가됐을 뿐이다. 

골프백은 한 개만 들어가요

오픈톱 모델답게 트렁크 공간은 크지 않다. 전체적인 차의 길이 때문에 긴 물건을 싣기에는 유용하지만 높이가 낮아서 입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행사장에 있던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톱을 닫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넣으면 골프백 2개까지는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며, 골프백 1개와 여분의 가방을 넣을 수 있는 공간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레이스와 같은 엔진 낮아진 성능

던에는 레이스와 같은 V형 12기통 6.6리터 트윈 터보 엔진이 들어가지만 성능은 조금 낮아졌다. 던은 최고출력 563마력 최대토크 79.6kg.m를 발휘하며, 레이스와 비교해 61마력, 2.1kg.m 떨어지는 수치다. 롤스로이스는 “컨버터블 주행 방식이나 구입 고객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결과 강한 파워는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능을 낮췄다”며, “레이스의 경우 라인업 중 가장 역동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고, 이와는 다른 개념으로 던은 그보다 낮은 동력성능 세팅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던은 레이스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오픈톱 구성에 맞게 무게배분 및 서스펜션 세팅을 모두 바꾸고, 컨버터블 차에서 발생하는 차체 진동현상과 약한 비틀림 강성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차체에 80%가 넘는 부분에서 레이스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으며, 던만을 위한 최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가격은 알 수 없어요!

던의 공식 판매가격은 부가세 포함 4억4천9백만원이다. 하지만 고객 취향에 맞는 여러 가지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한 없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기본 오디오인 렉시콘 사운드 대신 롤스로이스 프리미엄 오디오를 추가하면 가격은 약 1900만원 더 오르게 된다. 여기에 외장 컬러를 비롯해 가죽 및 나무의 종류, 바느질 색깔 등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은 5억원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실제 고객이 차를 구입하려면 두꺼운 책자를 두고 몇 시간씩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옵션을 선택한 나만의 차는 빠르면 4개월 길게는 6개월에서 1년동안 주문 제작에 들어간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