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램 XX1 이글 - MTB 라이더에게 더욱 큰 자유를 전할 1×12단 구동계

MTB가 로드바이크보다 무거워도 가파른 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은 ‘기어’ 덕분이다. 페달을 밟아 크랭크가 한 바퀴 돌 때, 바퀴는 한 바퀴가 채 돌지 않는 ‘낮은 기어비’를 사용하면 마치 계단과도 같은 가파른 경사라도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반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높은 기어비’가 필요한데, 크랭크는 한 바퀴를 돌아도 바퀴는 여러 바퀴 회전하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사람의 느린 발걸음으로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시속 몇 십 km/h의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비결이다.

가파른 언덕을 쉽게 오르는 능력, 그리고 빠른 속도를 내는 능력을 모두 갖추기 위해 MTB는 전통적으로 로드바이크보다 더 많은 세 장의 체인링에 오랜 시간 집착했다. 하지만 MTB에 대한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가볍고 심플한 1장의 체인링과 커다란 스프라켓을 뒷바퀴에 장착한 ‘1x’ 구동계를 선보인 메이커가 있으니 바로 미국의 자전거 컴포넌트 메이커 스램(SRAM)이다.

시마노의 MTB 구동계가 3×10단 구동계를 표준으로 갖추었을 때, 스램은 2009년 2×10단 구동계를 먼저 제시했고, 급기야 2012년 1×11단 구동계를 출시한다. 사실 국내 라이더들 중 스램의 이 같은 급진적인 시도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급경사와 내리막이 반복되는 산길에서 변속할 수 있는 기어의 수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라이더들 사이에서 상식으로 통하던 시기였다.

풀서스펜션에 최적화된 ‘1x’ 구동계

하지만 스램의 1×11단 구동계는 예상 이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특히 스램 1×11단 구동계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이들은 레이서들이었다. 체인링의 숫자가 1장으로 줄어들고 앞변속기마저 사라진 스램 1×11단 구동계는 무게가 가벼울 뿐 아니라 단순한 구조덕분에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 XC에서 엔듀로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세계정상급 MTB 라이더들이 실제 레이스에서 스램 1×11단 구동계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엔듀로’ 장르와 같은 풀서스펜션 MTB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스램의 1×11단 구동계도 함께 주목받게 된다. 스램의 1×11단 구동계는 주행성능 뿐 아니라 MTB 프레임의 리어서스펜션이 제 성능을 내도록 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MTB의 리어서스펜션은 라이더의 페달링에 큰 영향을 받는다. 라이더가 페달을 누를 때마다 크랭크의 체인링이 체인을 앞으로 끌어당긴다. 이 체인을 앞으로 끌어당기는 힘은 뒷바퀴를 굴릴 뿐 아니라 서스펜션에도 영향을 주는데, 서스펜션의 구조에 따라서 체인을 당기는 힘에 영향을 받아 자전거가 꿀렁거리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바빙(Bobbing)’ 현상이라 부른다.

바빙 현상은 체인을 잡아당기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기존의 트리플 체인링 방식 구동계는 체인이 아우터 체인링과 이너 체인링에 걸려있을 때 각각 체인이 뒷바퀴의 스프라켓을 잡아당기는 각도와 높이가 바뀌고, 변속 상태에 따라 리어서스펜션의 움직임이 크게 달라진다. 반면 1장의 체인링만을 사용하는 스램의 1×11단 구동계는 뒷바퀴에서만 변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체인의 높이변화가 없고 각도변화도 적어 서스펜션이 페달링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MTB 메이커 뿐 아니라 라이더들도 1×11단 구동계를 환영했다. 빠른 템포로 지형이 변화하는 코스에서 오른 손 엄지만으로 손쉽게 변속을 할 수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 다시 오르막이 반복되는 코스에서 ‘Up-Down-Up-Up-Down’ 과 같이 마치 게임 컨트롤러 버튼을 누르듯 빠르고 경쾌한 변속이 가능하며, 왼 손으로는 서스펜션의 주행 모드 선택이나 시트포스트의 높이 조절 레버를 조작할 수 있으니 굉장히 편리하다.

그리고 스램은 1×11단 구동계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1x 구동계의 마지막 약점인 기어비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구동계를 선보였다. 바로 스램의 최신 1×12단 구동계인 ‘XX1 이글(XX1 Eagle)’/‘X01 이글(X01 Eagle)’의 등장이다.

스램 XX1 이글 드라이브트레인의 구성과 특징

스램은 시마노와 다른 방식의 독자적인 부품등급체계를 갖고 있다. 스램의 MTB 구동계의 이름에는 영문 이니셜 ‘X’가 들어가는 것이 전통인데, 1×11단 최상급 구동계가 ‘XX1’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1×12단 최상급 구동계에는 ‘이글’이라는 명칭을 더해서 기존 11단 구동계와 구분한다. 1×12 이글 구동계에는 독수리를 형상화한 로고가 새겨지는데, 날개를 펼친 독수리의 깃털은 마치 거대한 기어를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XX1 이글은 스램의 1×12단 최상급 구동계로 스램의 최신 기술을 집약한 부품군이다. 기존의 XX1 구동계를 베이스로 개발되었으나 12단 카세트스프라켓의 적용, 체인링 톱니 형상의 변화, 신형 롤러 베어링 클러치가 적용된 디레일러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술적 개선이 이루어졌다.

XX1 이글 구동계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체인과 카세트스프라켓이다. XG-1299 이글 카세트는 당연히 12단계의 기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기존 XX1의 11단 카세트스프라켓을 베이스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스램 X-돔(X-Dome)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락 링 역할을 하는 가장 작은 스프라켓과 가장 큰 스프라켓을 제외한 나머지 카세트스프라켓 전체를 하나의 쇳덩어리를 깎아서 만들었다. 속이 텅 빈 구조로 굉장히 가벼우면서도 강하며, 스프라켓 사이사이마다 구멍이 나있어 내부에 낀 진흙이나 이물질을 쉽게 배출한다.

스프라켓의 톱니 수는 10, 12, 14, 16, 18, 21, 24, 28, 32, 36, 42, 50으로 구성된다. 11단 카세트는 스프라켓의 간격이 3.8mm였는데, XX1 이글의 스프라켓은 간격이 3.65mm로 더 촘촘해졌다. 게다가 무려 톱니 수 50T라니!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프라켓 뭉치의 거대함을 사진으로 실감하기란 어렵다. 거의 로드바이크의 체인링만한 스프라켓이 뒷바퀴에 장착된 셈이다. 스프라켓의 톱니와 스텝에는 스램 X-글라이드 2(X-Glide 2)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스프라켓이 커지며 체인 텐션이 더욱 높아진 상태에서도 원활한 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 스램의 설명이다.

간격이 조절된 카세트스프라켓에 맞춰 XX1 이글의 체인 역시 기존 11단용 체인의 5.6mm에서 5.25mm로 폭이 더 좁아졌다. 또한 새로운 ‘플로우 링크’ 디자인을 적용해 체인 이너플레이트를 가공해 기어 톱니와의 간격과 마찰을 줄이고 ‘X-싱크(X-SYNC)’ 디자인을 적용한 체인링의 톱니와 최적의 각도를 유지하여 결합력을 높이도록 디자인되었다. 또한 전체적인 내구성 역시 향상되었다. 또 한 가지, 50T 스프라켓 사용에 따라 체인의 길이는 기존보다 더욱 길어진 126링크가 표준 제공된다.

XX1 이글의 12단 스프라켓은 기존 스램 XD 드라이버 보디를 가진 허브에 장착된다. XX1 11단 구동계를 사용하던 라이더가 XX1 이글로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휠은 바꿀 필요가 없는 셈이다.

크랭크와 체인링에도 변화가 있다. 얼핏 보기에 기존 XX1의 스램 X-SYNC 다이렉트 마운트 체인링과 디자인이 동일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톱니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졌다. XX1 이글의 체인링은 톱니의 모양이 좀 더 뾰족한 발톱모양으로 바뀌었고, 체인을 잡아당기는 단차도 2단계로 나눠진다. 이 새로운 디자인을 스램은 X-싱크 2(X-SYNC 2)라고 부른다. X-SYNC 2 디자인이 적용된 XX1 이글 체인링은 크랭크가 회전함에 따라 체인링에 걸려있던 체인이 보다 부드럽게 이탈함으로서 효율적인 페달링이 이루어지도록 도우며, 마찰저항과 진흙이나 모래 같은 이물질의 축적현상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체인링의 결합방식은 기존과 동일하기에, 신형 XX1 이글 체인링을 기존의 다이렉트 마운트 크랭크에 장착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형 XX1 이글의 크랭크는 스램의 새로운 ‘카본 튠드(CARBON TUNED)’ 기술을 적용해 이전의 XX1보다 훨씬 높은 강성과 내구성을 갖게 되었고 무게 또한 더 가벼워졌다.

카세트스프라켓이 더욱 커지고 체인이 길어짐에 따라 디레일러도 재설계 되었다. 기존의 11단 XX1 디레일러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케이지의 길이가 더 길어지고, 타입-3 롤러 베어링 클러치(Type-3 ROLLER BEARING CLUTCH)가 적용되면서 케이지 락( CAGE LOCK) 버튼의 위치가 바뀌었으며, 가이드풀리의 톱니 숫자는 14T로 더욱 커졌다.

XX1 이글의 디레일러는 보디를 단조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케이지는 카본, 스프링은 티타늄 제를 사용한다. 이전 XX1에 적용되었던 X-호라이즌(X-HORIZON) 콘셉트는 이번 XX1 이글 디레일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디레일러의 패러렐러그램은 수평으로 이동하는데 자전거가 위아래로 출렁이며 디레일러가 상하로 흔들리더라도 변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라이더가 변속조작을 하지 않았는데도 체인이 흔들리며 저절로 변속되는 ‘고스트시프팅’ 현상을 방지하며, 1×12 구동계 특유의 거대한 스프라켓을 사용하면서도 빠르고 민첩한 변속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롤러 베어링 클러치와 케이지 락 기술은 거칠고 변화무쌍한 코스에서도 체인이 강하고 일정한 장력을 유지함으로서 페달링 효율을 높이고 항상 매끄럽고 날카로운 변속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시프터는 기존 스램 MTB 구동계와 마찬가지로 트리거와 그립 시프트 두 가지 방식을 제공한다. 스램은 그립 시프트 방식 변속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컴포넌트 메이커다. 국내에서는 이를 선호하는 라이더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나, 빠르고 쉬운 변속조작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핸들바를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고 해외에서는 여전히 많은 라이더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트리거 방식 시프터는 날카로운 변속을 위한 스램 X-액추에이션(X-ACTUATION) 기술을 적용했고, 늘어난 기어의 숫자에도 빠른 변속을 할 수 있도록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한 번의 레버 조작으로 최대 5단계의 변속을 할 수 있도록 했다. XX1 이글 시프터의 커버는 카본 소재이며, 레버는 고정 나사를 풀어 자유롭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상으로 스램의 신형 XX1 이글 구동계의 각 파트를 살펴보았다. 구동계의 단순한 구조만큼 구성품의 숫자가 적지 않으며, 이전 XX1 구동계를 베이스로 개발되었기에 호환성 또한 높다. 기존 XX1 구동계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은 ‘50T' 스프라켓이 더해져 등판능력이 크게 향상된 점이라 할 수 있다. 기어비의 변화폭 500%에 이르는 넓은 변속범위는 더 이상 2/3단 체인링을 장착한 구동계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이미 XX1를 사용하고 있고 1×11단 구동계의 성능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레이스 지향 라이더라면 XX1 이글로의 업그레이드, 새롭게 추가된 50T 스프라켓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기어의 추가와 함께 전체적으로 더욱 부드럽고 정확한 변속이 가능하도록 튜닝 되었고, 더 가벼워졌다는 점에서 XX1 이글 구동계는 분명 더 큰 매력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 1×11단 구동계의 ‘무거운 기어’ 때문에 선택을 망설이고 있었던 라이더라면 XX1 이글을 통해 기존의 복잡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심플하고 리듬감 있는 그리고 더 즐거운 MTB 라이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장낙규 기자 rockyou@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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