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수제구두처럼 내 발에 딱 맞는 사이클링 슈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발 모양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특이한 라이더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보다 발볼의 폭이 좁거나, 혹은 넓은 라이더가 주위에서 사이클링 슈즈를 소개받아 구입 후 라이딩을 해보면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발 모양에 맞춰 신발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신발의 모양에 발을 맞춰 구입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 모양은 발볼의 넓이, 발등의 높이, 발바닥의 아치 모양 등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발의 모양은 한정되어 있어 나의 발을 편안하게 감싸줄 수 있는, 나의 발 모양에 딱 맞는 신발을 찾기란 쉽지 않다. 흔히 발은 신체의 축소판이라고 불릴 만큼 그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게다가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장시간 신을 경우 발 모양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신발의 중요성을 간과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발 모양에 신발을 맞춰’ 제작한 신발이라면 이런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신발의 갑피를 성형하는 방식이라거나 커스텀 할 수 있는 부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면 뭔가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내발에 딱 맞는, 편안한 사이클링 슈즈를 찾는다면 발의 전체적인 모양에 맞춰 슈즈의 아웃솔을 커스텀 하는 방법이 이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용자의 발에 맞춰 커스텀이 가능한 사이클링 슈즈로 잘 알려진 메이커로 이번에 소개할 ‘본트(Bont)’가 있다.

본트는 1975년 스피드스케이트 슈즈를 제작하는 가죽 공방으로 시작해 현재 스피드스케이트는 물론 쇼트트랙과 인라인스케이트, 롤러스케이트 그리고 사이클링 슈즈까지 다양한 스포츠 슈즈를 제작하는 전문 메이커다. 현 CEO인 ‘알렉산더 본트(Alexander Bont)’의 아버지인 ‘인즈 본트(Inze Bont)’에 의해 설립된 본트는 처음에 생활에서 필요한 가죽용품 등을 제작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스케이트 국가 대표인 마이크 리치몬드의 의뢰로 맞춤 스케이트 슈즈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스포츠 슈즈 전문 메이커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 후 본트는 꾸준한 기술연구로 카본을 이용해 만든 슈즈의 아웃솔을 일정온도의 열을 가해 커스텀 하는 방식을 개발한다. 국내외 여러 선수들이 본트의 사이클링 슈즈를 애용하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선수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박상훈 선수, 오리카-그린엣지 소속의 캘럽 이완(Caleb Ewan) 등이 있다.

 

베이포 S(Vaypor S) / 베이포 플러스(Vaypor+) / 베이포 T(Vaypor T)

베이포 S와 베이포 플러스, 베이포 T는 본트의 상급 사이클링 슈즈이며, 베이포 S와 플러스는 도로용, 베이포T는 트랙 레이스용 사이클링 슈즈로 분류된다. 베이포 S는 날렵한 모습으로 최근 유행하는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을 적용한 사이클링 슈즈다. 전체적으로 날렵한 곡선이 인상적으로, 외피 양쪽에는 골프공의 표면을 떠올리게 하는 작고 둥근 홈이 무수히 있다. 이는 아직 자전거 용품들에서는 보기 디자인이다. 일부 에어로 헬멧이나 휠세트 등이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베이포 S와 플러스의 갑피를 라이더의 발 모양에 맞게끔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리텐션 시스템(Retention System)’은 슈즈 발등의 좌우로 양분되어 있는 갑피를 2개의 다이얼을 이용해 각자 다른 위치에서 와이어를 당겨 조이는 형태로, 어떠한 발 모양에도 맞게끔 편안하고 단단하게 고정해준다. 이는 오랜 시간 슈즈를 착용할 시에도 피로감을 적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트랙 경기용 사이클링 슈즈인 베이포 T는 끈(lace)을 이용한 전통적인 고정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와이어와 버클의 경우 자신의 발에 딱 맞게 고정을 하더라도, 라이딩을 하다보면 약간은 느슨해져 슈즈와 발의 유격이 생기기 마련인 반면 끈을 이용해 고정하게 되면 발등 부위를 좀 더 여러 부위에서 당기면서 미세한 착화감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단하게 고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밖으로 돌출된 부분이 없어 공기저항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베이포 시리즈의 슈즈 앞부분에는 자동차 범퍼와 유사한 형태의 가드가 장착되어 있다. 사이클링 슈즈를 사용하다보면 앞부분의 가죽이 쉽게 해지기 마련인데, 이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슈즈 내부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통기구가 자리해 쾌적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가드는 슈즈의 실루엣을 벗어나지 않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슈즈의 외피와 내피 사이에는 ‘안티 스트레치(Stretch)’로 불리는 본트만의 특허 소재가 삽입되어 오랜 기간 사용에도 갑피의 늘어남이나 뒤틀림을 방지하며, 카본 아웃솔을 제외한 슈즈의 발등 부분부터 뒤꿈치 힐컵까지 하나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편안한 착화감을 선사해줄 뿐만 아니라 발을 단단히 고정해 페달링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본트 베이포 시리즈의 아웃솔은 토레이의 ‘UD 카본(Unidirectional Carbon)’ 소재로 제작해 단단하며 두께가 굉장히 얇다. 당연히 무게도 가볍다. 또한 카본 아웃솔은 열성형이 가능하며 이는 본트의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해당되는 부분이다. 가격은 베이포S, 베이포 플러스, 베이포 T 각각 49만원, 45만원, 36만원이다.

 

라이어트(Riot)

라이어트는 열성형이 가능한 카본 아웃솔이 적용된 본트의 엔트리급 사이클링 슈즈다. 다른 입문용 슈즈들과 비교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상급 모델들과 동일하게 발을 감싸는 그릇모양의 카본 아웃솔 기술이 그대로 적용된 모델이기 때문에 퍼포먼스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입문용 슈즈 이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흡사 카본의 표면과 같은 무늬가 특징인 ‘마이크로파이버(Microfiber)’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라이어트의 갑피(Upper)는 높은 내구성으로 오랜 기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며 측면에 외부로부터의 공기유입이 쉬운 통기구멍이 나있다. 또한 슈즈의 발등 곳곳에 메시 소재를 사용해 통기성을 더욱 높였다.

본트의 사이클링 슈즈는 다른 슈즈들과 비교해 생김새가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 이유로 슈즈의 앞부분이 둥글고 넓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두와 비슷한 디자인의 기존 슈즈라면 신었을 때 발가락이 들어가게 되는 앞부분이 좁아 발끝을 오므릴 수박에 없고, 장시간 라이딩을 할 시 혈액순환과 힘 전달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본트의 둥글고 넓은 모양은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본트 사이클링 슈즈의 핵심은 열성형이 가능한 카본 아웃솔에 있다. 발바닥부터 측면까지 감싸는, 발의 모양대로 그릇에 담는 듯한 형태의 카본 아웃솔은 다른 사이클링 슈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본트만의 특징이며 자신의 발모양에 딱 맞게 성형이 가능하다. 라이어트의 가격은 19만원으로 다른 입문급 사이클링슈즈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비싼 가격이지만, 열성형이 가능한 카본 아웃솔이 적용된 것 치고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일정 온도의 열을 가해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고, 횟수 제한 없이 성형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열성형 작업은 전문 지식과 오랜 노하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 본트 공식 대리점을 이용해야 한다. 라이드매거진은 본트 사이클링 슈즈를 취급하는 대리점 두 곳을 방문해 각 대리점만의 특징과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본트 공식 대리점의 노하우 - rmp스포츠 / 벨로라떼

라이딩을 하는 라이더의 신체 중 중요한곳을 꼽으라 하면 라이더의 발을 꼽으라고 할 것이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자전거에 전달하는 마지막 위치에 있어 그 중요성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rmp스포츠’는 2006년 오픈, 라이더의 체형을 분석 후 본인에게 최적화된 피팅을 제공해주는 B.B.B.T.A.(Bikefit By Body Type Analysis)로 많은 라이더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피팅 전문 숍이다.

rmp스포츠의 바이크 피팅룸에는 다른 피팅 숍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독특한 신체측정기구가 보인다. 바로 라이더의 발바닥 모양뿐만 아니라 압력문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풋 스캐너다.

발은 자전거를 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그로인해 라이더가 표출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rmp스포츠는 바이크 피팅을 할 때 라이더에게 최적화된 커스텀 슈즈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이다. 물론 본트 사이클링 슈즈를 통해서 말이다.

평소 자전거를 타면서 허리에 통증을 느꼈던 라이더가 rmp스포츠의 피팅 프로그램에 참가해 라이딩 자세를 교정 받은 뒤 통증이 사라지고 라이딩 평균속도까지 오른 사례가 다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사이클링 자세나 장비에 문제가 있는지 고민이 있는 라이더라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두 번째로 방문한 본트 대리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본트 슈즈 열성형을 하는 곳으로 유명한 벨로라떼다. 카페와 자전거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벨로라떼는 본트 슈즈의 커스텀 노하우가 풍부하고 박상훈, 이민혜, 임재연, 임채빈 등 엘리트 선수들이 애용하는 숍으로 유명하다.

특히 벨로라떼는 기존의 사이클링슈즈 판매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본트 분할족 판매 서비스’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 발은 270사이즈의 슈즈가 잘 맞고 왼쪽 발은 265사이즈가 맞는다면 평소 신발을 구입할 때 사이즈가 큰 쪽에 맞춰야 했던 라이더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벨로라떼의 본트 분할족 판매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발에 꼭 맞는 좌우 다른 사이즈의 슈즈를 구입해 자신에게 완벽한 사이클링 슈즈 커스텀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판매형태라고 한다. 본트의 입문급 모델인 라이어트와 상급모델 베이포 S만 이에 해당되며 가격은 기존 판매가의 10%가량 더해진 22만원, 55만원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보다 딱 맞는 사이클링 슈즈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하면 이를 반길 라이더들이 많지 않을까?

본트는 뛰어난 품질과 함께 각각의 라이더에게 딱 맞는 커스텀이 가능한 사이클링 슈즈다. 평소 다양한 사이클링 슈즈를 신어보면서 불편함을 느꼈거나, 보다 완벽한 피팅이 가능한 사이클링 슈즈를 찾는다면 본트가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여름 본트 사이클링 슈즈와 함께 내가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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