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ZIPP) - Master of 'Speed Weaponry', 속도를 지배하는 레이스 휠 명가

짚(ZIPP), 속도의 무기(Speed Weaponry)라는 슬로건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브랜드가 또 없다. 인디애나폴리스의 모터 스피드웨이 부근 한 공장에서 시작되었고, 창립자인 레이 서전트(Leigh Sargent)는 영국 윌리엄스 포뮬러 원(F1) 팀의 복합소재 엔지니어였다. 그는 레이스카의 섀시와 윙을 만들던 기술이라면 자전거 레이스를 위한 휠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처음으로 만들어낸 디스크 휠이 당대 최고라 여겨졌던 것을 압도하는 성능을 냈다. 1988년, 미국의 레이스 컴포넌트 브랜드인 짚의 시작이다.

처음부터 오직 레이스를 위한 컴포넌트만을 만들어온 브랜드 짚, 현재는 스램 그룹의 일원으로 로드바이크용 휠세트와 각종 컴포넌트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특히 짚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것은 레이스용 휠세트로, 독보적인 공기역학 디자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끊임없는 시뮬레이션과 윈드터널 테스트를 통해 성능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탄생.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의 명가

짚이 개발한 첫 번째 제품은 디스크 휠이었다. 당시 짚의 창립자인 레이 서전트는 레이스카의 섀시, 윙, 노즈 등을 수리하는 일을 했는데, 한 사이클리스트가 그에게 당시의 최신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접목한 마빅의 디스크 휠을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되어 자전거 휠의 개발에 뛰어들게 된다. 알루미늄을 이용해 만든 당시의 디스크 휠 무게는 3000g이 넘었다.

레이 서전트는 당시 레이스카에 활용되던 노멕스(Nomex) 벌집구조물(Honeycomb) 기술을 응용해 폭 19mm의 디스크 휠을 만들었고 그 무게는 1400g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를 개량해 무게 1150g까지 감량해 당시 최고의 트라이애슬론/타임트라이얼 디스크 휠과 트라이스포크 휠을 만들어내는 메이커로 인정받게 된다.

짚의 휠세트가 단순히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짚은 처음부터 모터스포츠 기술을 이용해 자전거용 휠을 개발해왔고, 레이스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중요함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자전거 메이커들보다 훨씬 앞서, 윈드터널에서 휠을 테스트하고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형태로 다듬어 나가는 것이 짚의 디자인 방식이었다.

휠세트 외에도 짚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기도 했다. 짚이 만들었던 ZIPP 2001/3001이라는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용 프레임은 1990년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고 알루미늄과 카본을 이용해 제작되었다. 프레임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 약 50시간이 필요할 만큼 정교하고 많은 정성으로 만들어진 프레임이었다. ZIPP 2001/3001 프레임은 1997년 단종 되었으나 UCI가 2000년 프레임 디자인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기 전까지 많은 선수들이 이 프레임을 사용했고 수많은 승리를 거둔다.

짚을 상징하는 키워드 - ABLC (딤플)

짚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자전거 컴포넌트 명가로 불리며 수많은 프로 선수를 포함한 전 세계 라이더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저 과거의 영광을 누리는 브랜드가 아닌, 지금도 누구보다 빠른 휠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기존 상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키는 파격적 설계를 주도한다. ZIPP이 일찍부터 공기역학적 디자인에 눈을 떴다는 것, 이것은 반대로 말해 기존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갖고 있는 약점 또한 빨리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짚의 파격을 상징하며 가장 잘 알려진 기술로 ABLC(Aerodynamic Boundary Layer Control)가 있다. 림의 표면에 ‘딤플’이라 불리는 무수히 많은 작은 홈을 새겨 넣어 바퀴가 회전할 때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다.

흔히 표면에 무수히 많은 홈이 새겨진 골프공이 아무 홈이 없는 공보다 2배 가까운 비거리를 보이며 날아간다고 알려져 있다. 이 현상은 우연히 발견되었지만 비교적 최근에야 컴퓨터로 분석을 통해 정확한 이유가 밝혀진다. 날아가는 공 표면에 새겨진 홈은 보텍스(Votex)라 불리는 작은 공기 소용돌이들이 발생하고 모이며 일종의 막(Layer)을 만들어내고, 이 막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는 공과 직접 마찰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저항(Drag)을 만들어낸다.

짚 휠세트의 ABLC 딤플 역시 골프공의 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자전거가 고속으로 달리며 휠이 회전할 때 휠의 표면에 새겨진 딤플이 공기의 막을 형성하고, 휠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의 저항을 감소시킨다. 특히 ABLC 딤플이 만들어내는 이 공기의 흐름은 바퀴가 직진하며 회전할 때의 저항을 줄일 뿐 아니라 측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해준다. 속도와 자전거의 컨트롤 모두를 향상시킨다.

짚을 상징하는 키워드 - 파이어크레스트

전통적으로 자전거 휠의 림 단면은 박스모양이 일반적이었고,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본격적으로 사용된 하이프로파일 림도 그 형태는 삼각형을 바탕으로 한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나 짚은 박스형태의 단면은 물론, 삼각형의 단면을 가진 하이프로파일 림도 특정상황에서 높은 저항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짚은 기존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림을 실험해왔고 결국 전통적 형태의 하이프로파일 림(NAPA)보다 중간부분이 부풀어 오르고 끝단이 둥근 형태의 림이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이를 더욱 다듬어 세계 최고수준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가진 림을 완성하게 되는데 바로 짚이 2010년 선보인 파이어크레스트(Firecrest) 디자인이다.

짚 파이어크레스트 림의 단면은 기존의 뾰족한 가장자리를 가진 삼각형 하이프로파일 림들과 다르다. 얼핏 날렵해 보이는 삼각형 단면의 림이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휠세트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 완성된다. 바퀴는 허브를 중심으로 앞뒤가 대칭을 이루기 때문에 전후좌우 어느 방향에서 바람을 맞더라도 저항을 적게 받는 최적화된 디자인이 필요하다.

짚의 파이어크레스트 림은 하이프로파일 림과 로우프로파일 림 모두에 적용된다. 옆바람이 불어도 영향을 적게 받으며, 로우프로파일 림의 짚 202/303 파이어크레스트 휠세트가 구형 짚 404와 비슷하거나 혹은 능가하는 공기역학적 수치를 냄으로서 그 우수함을 증명했다.

또한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짚의 카본 복합소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카본과 케블라 섬유 등을 이용해 휠의 강성과 내구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열에 대한 저항력 또한 높였다. 짚 파이어크레스트 휠은 브레이크패드와의 마찰로 표면 온도가 360도까지 올라가도 버틴다. 이 하나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짚을 상징하는 키워드 - 파이어스트라이크

파이어스트라이크(Firestrike)는 파이어크레스트를 베이스로 보다 개선된 브레이킹 성능을 더한 기술이다. 현재 파이어스트라이크는 짚 휠세트 중 레이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404 모델의 림에 적용되어 실전에서 테스트를 마쳤다.

파이어스트라이크는 파이어크레스트와 림 단면의 모양이 동일하며 최근의 와이드 타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에 맞춰 휠 폭을 넓혔다. 404 파이어스트라이크의 공기역학적 성능은 404 파이어크레스트와 거의 같다. 하지만 브레이크 트랙(마찰 면)에는 쇼우스토퍼(Showstopper)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외관상으로는 둥근 물결모양 홈이 패인 것 말고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리콘 카바이드를 입혀 브레이킹 시 열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제동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알루미늄 휠을 포함해 그동안 짚이 만들어낸 어떤 휠보다 빠르게 멈출 수 있는 휠이 되었다.

슈퍼 9/900 디스크

짚의 시작은 디스크 휠이었고, 여전히 최고의 디스크 휠을 만드는 메이커이기도 하다. 짚 슈퍼 9 디스크는 트라이애슬론에서 타임트라이얼 월드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레이스를 제패한 모델. 넓은 표면을 ABLC 딤플로 덮어 낮은 공기저항을 실현하며 튜블러 버전 기준 995g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트랙 레이스용과 로드 튜블러/클린처 모델이 있으며 국내는 현재 로드 튜블러 모델이 공급되고 있다.

808 - 타임트라이얼 스페셜리스트의 무기

808은 타임트라이얼, 그리고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에서 자주 보이는 레이스 휠세트다. 폭 27.5, 높이 82mm의 하이프로파일 림, 짚의 ABLC 딤플 기술은 우수한 고속주행성능을 제공한다. 808 파이어크레스트 카본클린처와 808 파이어크레스트 튜블러 모델이 국내 공급되며, 카본클린처 기준 808 파이어크레스트 휠세트 무게는 1885g이다.

404 - 레이스를 지배하는 주력 병기

404는 짚을 대표하는 레이스 휠세트다. 림 높이 58mm로 공기역학적 성능과 휠 강성, 무게의 우수한 밸런스로 짚 휠 중 프로 레이서들이 많이 사용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레이스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보이는 휠이기에 파이어스트라이크와 같은 짚의 최신 콘셉트 역시 404에 가장 먼저 적용된다.
참고로 808과 404 사이에 606이라는 모델이 없는 이유는, 짚이 404 프론트 휠과 808 리어 휠을 조합한 세트를 ‘606 휠세트’라 부르기 때문이다.

최근 로드바이크에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하는 트렌드에 따라 디스크브레이크 허브 모델이 출시되기도 하나, 현재 국내에는 림브레이크용 모델이 공급되고 있다. 404 파이어크레스트 카본클린처와 404 파이어크레스트 튜블러, 404 파이어크레스트 트랙 튜블러를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카본클린처 기준 404 파이어크레스트의 휠세트 무게는 1690g다.

303 - 강풍 속을 헤치고 달리는 에어로 휠세트

하이프로파일 림의 휠을 사용하기 어려운 강풍 속, 그러나 충분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지닌 올라운더 휠을 원한다면 303이 그 답이다. 높이 45mm의 림은 고속주행시 충분한 속도유지능력을 보인다. 그러나 404보다 낮은 림 높이는 측풍의 영향을 덜 받으며 강풍이나 악천후 속에서 보다 우수한 컨트롤 능력을 보여준다.

현재 303 파이어크레스트 카본클린처와 튜블러, 그리고 디스크 모델이 국내 출시되고 있다. 카본클린처 기준 303 파이어크레스트의 휠세트 무게는 1625g이다.

202 - 로드 클래식 휠세트의 혁명

로우프로파일 휠세트에도 공기역학적 어드밴티지가 더해진다면 더 빨라질 수 있다. 전통적인 박스 림의 상식을 깨고 짚은 림 높이 32mm의 202 파이어크레스트를 출시함으로서 자전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202는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자랑하는 올라운더 휠세트로 레이스에서 투어에 이르기까지 라이더가 달리는 그 어떤 길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짚 202 파이어크레스트 휠세트 또한 카본클린처와 튜블러, 디스크브레이크 모델이 출시된다. 짚 202 파이어크레스트 카본클린처 휠세트의 무게는 1450g이다.

60, 30/30 코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짚 60, 30/30 코스(Course) 휠세트는 알루미늄 림을 이용한 클린처 휠세트다. 모델명은 림의 높이를 반올림 한 것으로 짚 60 휠세트의 림 높이가 58mm, 짚 30/30 코스 휠세트의 림 높이는 30mm다.

짚 60 휠세트는 알루미늄과 카본의 하이브리드 구조 림을 적용했으며, 다른 짚의 하이프로파일 휠세트와 마찬가지로 ABLC 딤플을 적용해 공기역학적 성능을 높였다. 30/30 코스 휠세트는 림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30이 림브레이크 전용 모델이며, 30 코스가 디스크브레이크 전용 모델이다.

클린처 모델 기준 무게는 60이 1820g, 30이 1655g이다. 국내에는 60 클린처와 30 클린처, 30 코스 클린처/튜블러 모델이 공급되고 있다.

참고로 짚은 현재 스램 그룹 산하의 브랜드로, 스램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HK코퍼레이션이 국내 공급과 AS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공급되는 모델과 가격은 HK코퍼레이션(www.hksram.co.kr)을 통해 문의하기 바란다.

글

장낙규 기자 rockyou@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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