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램프는 자동차의 안전과 디자인, 기술력, 미래 자동차가 나아갈 방향 등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또한, 차의 첫인상을 결정하기도 하며, 사고의 순간을 극적으로 피해주기도 한다. 이에 많은 완성차 회사들은 헤드램프 기술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으며 연구 개발하고 있고, 신차 발표 못지 않게 헤드램프 하나만 가지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헤드램프 기술에 조금은 유별날 정도로 집착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BMW다. 헤드램프 하나로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기도 했고, 끊임없이 혁신적인 기술로 헤드램프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 BMW가 말하는 헤드램프의 정의와 미래 램프 기술은 어디까지 왔는지 한 번 살펴봤다.

기름에 불을 붙여 달리던 램프

먼저 헤드램프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차의 헤드램프 역사는 아세틸렌 램프로부터 시작한다. 아세틸렌 램프는 기름에 불을 붙이는 방식을 뜻한다. 예전에는 차에서 내려 헤드램프 뚜껑을 열고, 기름에 불을 붙여서 앞길을 밝혔다. 번거롭고 밝기도 약했으며 바람이 불면 쉽게 꺼지기도 했다.

이후 지금의 전자 장치로 작동하는 조명이 자동차에 처음 사용된 건 1912년부터다. 진공처리 된 램프 속의 필라멘트가 흐르는 전류가 타면서 불을 밝히는 원리로 쉽게 말해 대부분의 차들이 사용하고 있는 노란색 헤드라이트로 생각하면 된다. 이는 반세기가 넘도록 자동차 헤드램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BMW는 할로겐램프를 조금 앞서 도입했다. 1971년, 하향등에 사용했던 필라멘트 전구를 할로겐램프로 대체했다. 이어 1974년 출시된 첫 번째 5시리즈에는 BMW 상징 중 하나인 두 개의 원형으로 이루어진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좌우 각각에 자리 잡은 두 개의 둥근 램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BMW의 상징이기도 하다.

조금 더 밝고 멀리, 제논 헤드램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서 제논 헤드램프가 빠르게 시장을 주도했다. 흔히 HID라 부르는 제논 헤드램프는 필라멘트에 전류를 보내 빛을 내는 기존 램프와 달리 제논 가스로 채워진 램프 속 두 전극 간의 방전 원리로 빛을 낸다. 기존 램프에 비해 두 배 이상 밝을 뿐 아니라 전력 소모가 낮고, 수명도 크게 늘어났다.

제논 램프의 등장으로 소비자 들은 유지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자동차 회사들은 앞 다퉈 더 밝고 아름다운 헤드램프 디자인을 연구하게 됐다. 참고로 BMW는 이보다 앞선 1991년, 첫 번째 제논 헤드램프를 옵션으로 마련하기도 했다.

눈이 돌아간다. 어댑티브 헤드램프

2000년대 들어서 단순히 빛을 내는 게 아닌 자동차의 진행 방향에 따라 움직이고 미리 빛을 비춰주는 어댑티브 헤드램프 시스템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BMW 역시 센서 기술의 발달과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2003년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앞길을 비추는 헤드램프를 선보였다. 특히, 바퀴의 조향각에 맞게 앞길의 굽이진 방향으로 빛을 비추는 코너링 라이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또한, BMW는 2005년도 카메라 센서를 기반으로 한 하이빔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카메라가 전방을 주시해 앞선 차가 나타나면 상향등을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작동을 놓치더라도 앞선 차의 눈부심을 막아주는 안전하고 유용한 기능이 탄생한 샘이다.

주간운행등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헤드램프 하면 BMW의 대표적인 상징 코로나링을 빼 놓을 수 없다. BMW의 두 눈 속 코로나 링은 2001년 4세대 5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헤드램프만 봐도 단번에 BMW임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처음에는 원형에 노란빛이 돌았지만, 현재는 도로를 응시하는 듯 각진 모양에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또, 초반에 코로나링은 주차등과 미등 역할을 했지만 2005년부터 주간운행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다른 완성차 회사들도 램프 속 주간운행등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와 차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BMW처럼 한번에 사람들의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LED 헤드램프의 등장

2000년대 말이 되자 헤드램프의 또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LED다. 전류를 넣으면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는 기존 어떤 광원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 광원 모듈이 작아 헤드램프 디자인에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BMW는 2009년 코로나 링의 광원이 LED로 바뀌었다. 노란빛이 돌았던 코로나 링이 순백색으로 바뀐 샘이다. 늘 켜져 있어야 하는 주간등의 전력소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차에서 헤드램프가 차지했던 에너지 소모량도 대폭 줄었다. 2011년에는 BMW 상징인 네 개의 헤드램프에 들어가는 주간등과 헤드라이트가 모두 LED로 교체됐다. 빛의 새기가 매우 밝고, 색온도가 대낮의 불빛과 비슷해 야간에도 주변 환경과 교통표지판 등을 빠르고 명확하게 인식하는데 도움을 줬다.

헤드램프의 진화는 계속된다

LED램프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그 어떠한 램프보다 뛰어났고 적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술개발에 가속도가 붙어 LED램프의 1위 자리는 너무나도 짧아졌다. 더 이상의 기술이 없을 거라 여겨졌던 LED램프 위에 레이저라이트가 등장한 것이다. 한 줄기 빛으로 정확하게 뻗어 나가는 레이저가 기술발전으로 인해 자동차 헤드램프까지 사용하게 됐다. 그리고 2014년 BMW는 양산차 최초로 i8의 옵션을 통해 레이저라이트를 선보였다.

레이저라이트는 기존 광원 대비 두 배 이상 강한 빛을 통해 최대 600미터의 조사거리를 자랑한다. 또, 태양광과 가장 가까운 순백색 불빛을 조사거리 최대치까지 비출 수 있다. 빛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고도 운전자에게 밝은 전방 시야를 보장할 수 있다.

모듈의 크기와 무게도 LED보다 줄어들어 헤드램프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졌고, 전체적인 부품 무게도 가벼워졌다. 에너지 효율성은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램프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가졌다. 이미 기존 전구에 비해 에너지소비량이 미미한 LED지만, 레이저라이트는 이보다도 30% 이상 효율이 좋아졌다.

테일램프에도 변화를

레이저 라이트와 동시에 BMW는 후면의 테일램프에도 새로운 빛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 즉, OLED를 사용한 것이다. 자체적으로 빛날 뿐 아니라 다양한 컬러를 낼 수 있고 발광 면 어디든 균일한 빛을 내는 등이 매력적인 광원이다.

OLED를 테일램프에 활용하면 시인성뿐 아니라 램프 디자인 자유도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각종 등화를 가변적으로 빛낼 수 있기 때문에 후진등과 차선 변경등의 위치와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여기에 OLED 모듈은 두께가 1.4mm에 불과하므로 테일램프 관련 구조물을 훨씬 작게 설계할 수 있다. OLED 램프에 대량생산 이라는 과제가 남았지만 활성화 된다면 향후 테일램프의 성능과 디자인이 크게 발전될 것이다.

자동차 운전에서 가장 중요한 시각 정보이자 눈과도 같은 헤드램프는 꾸준한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단순히 안전을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까지 보여준 BMW 헤드램프는 꽤 인상적이었다. 주변의 BMW에서 늘 보는 모습이지만 그 속에는 깊고 다양한 기술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더 밝고 더 멀리 비추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헤드램프. 기능성과 디자인 감각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차들의 안전까지 고려하는 헤드램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떠한 헤드램프 기술이 미래 도로를 비추고 있을 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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