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1시간 30분, 다시 버스로 1시간을 달려 시즈오카현 코사이시에 조용한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먼저, 숲으로 둘러 쌓인 한 가운데 커다란 공장이 자리잡고 있어서 한번 놀랐고, 그 공장안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기계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아 또 한번 놀랐다.

점심시간인 낮 12시쯤 이였는데도 사람이 너무 없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입구에는 공장장을 비롯해 몇몇 관계자 사람들이 친절하게 일행을 맞이했다. 그리고 개인별로 위생모자와 신발, 고글, 위생복을 입으라고 건네준다.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이 곳이 바로 자동차용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만드는 ‘프라임 어스 EV 에너지 회사(Primearth EV Energy, 이하 PEVE)’다.

PEVE는 하이브리드용 배터리의 개발부터 생산, 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특히, 토요타가 사용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팩의 100%를 이 회사가 공급하고 있으며, 약 900만대가 넘는 토요타 하이브리드차가 팔리는 동안 배터리의 결함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만들면 단 1건의 결함 없이 완벽할 수 있었을까?”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직접 배터리 제조 과정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PEVE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다. 먼저, 본사이자 니켈수소 및 리튬이온 배터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오모리 공장이 있고, 이 외에도 2개의 공장이 추가로 일본 내에 있다. 유독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알았다. 이곳 오모리 공장에는 총 1,700명의 근로자가 있는데 이마저도 2교대 근무자를 포함한 수라서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또, 마지막 최종 검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작업이 기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필요 없다고 한다.

이 곳에서 니켈수소 전지의 제조 공정을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먼저, 전지 셀의 음극과 양극이 될 재료를 서로 겹쳐 하나의 전지 셀을 만든다. 이후 셀 6개를 하나의 모듈 케이스에 넣고 전해액을 부어 완성한다. 모든 과정은 무결점 상태에서 오로지 자동화 기계를 통해 이뤄지며 움직인다. 이후 각 차종에 맞게 모듈을 하나로 묶어 전지 팩을 만들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하지만 다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납품하는 건 아니다. 깐깐한 시험과 검수가 필요하다. 전지 팩을 조립하고 최종 확인을 보는 부분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생산동과 붙어있는 시험동이다. 마침 이곳에서는 전지 실험이 한창 이었다. 영하 40도, 영상 85도를 반복하며 내구성을 실험하고 중력 가속도 값을 설정해 낙하실험 및 압력테스트를 거치기도 한다. 이 외에도 UN, 일본, 중국, 한국, 유럽 등 각 기준에 맞춰 다시 테스트가 진행된다. 모든 시험과 과정을 문제없이 통과해야만 하이브리드차에 넣는 배터리팩이 탄생하는 것이다.

꼼꼼한 품질관리는 곧바로 결과로 드러난다. PEVE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토요타 하이브리드차 900만대 중 한건의 결함이나 리콜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 만큼 품질과 안전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생산 능력도 문제없다. 현재 토요타 하이브리드차 배터리만 연간 약 160만대 분량을 생산할 수 있고, 중국에도 합작 공장이 있어 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친환경차 만들기에 일조하면서 환경을 더럽히는 공장은 필요가 없다. PEVE 역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토요타가 시장에서 회수해온 것으로 전지에 대해 리사이클을 진행하고 있다. 방법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전지의 재료 자체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 있고, 둘째로는 리빌트라고 해서 전지 자체를 재조립해서 보급형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토요타의 CO2 배출 규제를 지키고 있고, 공정 중 폐수를 제대로 처리해 강으로 되돌려 보내는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처음 전지 셀을 만드는 과정부터 최종 검수까지 짧지만 알차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900만대가 넘는 토요타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 결함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업자의 손길과 회사의 이념이 이와 같은 고품질 상품을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PEVE 오모리 공장장 우메자와는 토요타 그룹의 창업자인 토요다 사키치의 말을 빌려 공장 투어를 마무리 했다. “참고로 사키치의 고향이 이곳 코사이시 출신입니다. 그는 축전지 발명 장려를 위해 당시 100만엔 기부 약속을 하는 등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발명은 실현되지 못했죠”, “그리고 1세기 후인 현재 사키치가 탄생한 이 땅에서 토요타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문을 열어 보라, 세상은 넓다’라는 그의 말처럼 저희 역시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연구하고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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